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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호 '선상살인'…사건 발생부터 수사 브리핑까지

송고시간2016-07-06 18:44


광현호 '선상살인'…사건 발생부터 수사 브리핑까지

뱃머리 돌린 광현 803호 항적도
뱃머리 돌린 광현 803호 항적도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부산 해양경비안전서는 6일 오후 광현 803호에서 일어난 선상 살인사건 최종 수사 브리핑을 하면서 광현 803호가 필리핀 선원을 강제 하선시키려고 뱃머리를 돌린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항적도를 공개했다. 2016.7.6
ready@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난달 19일 인도양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에서 회식이 열렸다.

광현호는 지난해 2월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해 이날까지 인도양 세이셸 빅토리아 항을 모항 삼아 1년 5개월간의 고된 조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배 안에는 한국인 선장 양모(43), 기관장, 항해사 이모(50)씨 등 3명과 베트남인 선원 7명, 인도네시아 8명 등 모두 18명이 타고 있었다.

◇ 소통 오해 불씨가 "유 하우스 고"로 폭발

항해사 선상살인 피의자 제압
항해사 선상살인 피의자 제압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 두 명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무술 유단자인 항해사 이모씨가 피의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16.7.5
ccho@yna.co.kr

회식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선장과 기관장을 포함해 모두 13명의 선원이 갑판에서 총 5병의 양주를 마셨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사소한 오해 때문에 급변했다.

베트남인 선원 V(32)씨가 선장 양씨에게 삿대질을 하며 "요요요∼, 선장 베리굿"이라고 말하자 양씨의 표정이 굳어졌다.

'요'는 베트남어로 건배를 뜻했지만 양씨는 욕설로 오해했다.

항해사 선상살인 피의자 제압
항해사 선상살인 피의자 제압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 두 명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무술 유단자인 항해사 이모씨가 피의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2016.7.5
ccho@yna.co.kr

둘은 몸싸움을 벌였고 V씨가 선장의 뺨을 때렸다. 베트남 선원 B(32)씨 역시 기관장과 다퉜다.

화가 난 선장은 "집으로 보내버리겠다"며 이등항해사에게 급선회하라고 지시한 뒤 조타실에서 베트남 선원 6명을 집합시켰다.

B, V씨는 배가 선회하는 것을 보며 강제 하선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 "피로 물든 광현호…"

조타실로 가기 전 V씨, B씨는 동료 베트남 선원 5명에게 선장을 죽이자고 말했다.

선상살인 현장검증
선상살인 현장검증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기관장을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2016.7.5
ccho@yna.co.kr

식당에서 흉기 2개를 들고 온 B씨는 그중 하나를 동료 선원에게 주며 조타실에서 선장을 찌르라고 했다.

다른 선원의 목에 흉기를 들이대며 선장을 살해하는 데 동참하라고 협박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B씨는 흉기로 선장을 위협하며 베트남어로 "선장을 죽이자"고 말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B씨가 순간 흉기를 놓쳤고 이를 본 베트남인 동료가 흉기를 얼른 주워 밖으로 집어 던지며 달아나자 선장과 B, V씨만 남아 난투극이 벌어졌다.

V씨가 선장 뒤에서 목을 감싼 뒤 B씨는 선장에게 무려 15차례나 흉기를 휘둘렀다.

해경방제정 선상살인 현장검증
해경방제정 선상살인 현장검증

해경방제정 선상살인 현장검증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 2명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현장검증에 참여하고 있다. 2016.7.5
ccho@yna.co.kr

이 과정에서 V씨는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오른손을 찔렸다.

이들의 광기 어린 살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B씨가 조타실 중앙통로로 연결되는 선실로 가서 잠을 자던 기관장에게 흉기를 8차례나 휘둘렀다.

전신에 중상을 입은 선장과 기관장은 과다출혈과 장기손상으로 숨졌다.

◇ "생존 항해사 용맹과 기지"

사건이 나자 일부 선원들은 당직 근무 후 쉬던 항해사 이씨에게 "선장님, 산타마리아가 됐다"며 살인사건을 알렸다.

선상살인 현장검증 '몸싸움'
선상살인 현장검증 '몸싸움'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 2명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 사진은 V씨가 선장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2016.7.5
ccho@yna.co.kr

성모마리아를 뜻하는 산타마리아는 잡아 올린 참치를 죽일 때 사용하는 선원의 은어다.

칼부림 소식을 듣고 살인 현장으로 달려간 항해사 이씨에게 B씨와 V씨가 먼저 달려들었다.

하지만 B씨와 V씨는 태권도 4단, 합기도 2단 등 상당한 무도 실력을 갖춘 이씨에게 흉기를 빼앗긴 채 차례로 제압당했다.

B씨 등은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심각성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범인을 제압한 뒤 이 사실을 한국에 있는 선사인 광동해운에 보고했다.

살인피의자 2명과 한배를 탄 이씨는 사건 발생 해역에서 1천㎞ 떨어진 세이셸로 배를 4일간 안전하게 몰고 가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다.

이씨는 B씨와 V씨를 감금하거나 포박할 경우 다른 선원의 반발이나 추가 난동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다른 선원이 이들을 감시하게 했다.

물리적인 신체 제약이 없었던 B씨와 V씨는 다른 선원과 함께 식사도 하고 일상적인 선상생활을 했다.

범행과정에서 손을 다친 V씨에게는 치료를 해주겠다며 붕대를 꽁꽁 깁스한 것처럼 감았다. 여기에는 팔을 못 쓰게 할 목적도 있었다.

이씨는 배가 항구에 도착할 때까지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조타실에서 배 운항을 맡았다.

해경과 선사에는 위성전화로 수시로 선내 동향을 알렸다.

해외 선상살인 국내 현장검증
해외 선상살인 국내 현장검증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선상살인 사건으로 구속된 베트남 선원 두 명이 5일 오후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부두에 있는 해경 방제정에서 선장과 몸싸움을 하다가 살해하는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다. 2016.7.5
ccho@yna.co.kr

◇ 5일 만에 해경 범인 검거, 10일 만에 국내 압송

선사로부터 사건 발생을 신고받은 해경은 현지로 수사팀을 급파했다.

세이셸에 먼저 도착해 배를 기다리고 있던 수사팀은 24일 오전 3시께 도선사와 함께 배에 기습적으로 올라타 광현호를 장악하고 B와 V씨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에 붙잡히지 않으려고 선상 소요를 일으키거나 해상탈출을 시도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기습 검거작전이었다.

B씨와 V씨는 사건 발생 10일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국내로 압송됐다.

세이셸에서 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이 경유하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당국이 범죄 피의자가 입국하는 것에 불허하는 바람에 다른 경유지인 인도 정부와 협의할 때까지 피의자 압송이 차질이 빚기도 했다.

인천공항 통해 운구되는 광현호 선장·기관장 시신
인천공항 통해 운구되는 광현호 선장·기관장 시신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베트남 선원 2명에게 살해된 원양어선 광현 803호 선장과 기관장 시신이 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운구되고 있다. 2016.7.1
toadboy@yna.co.kr

B씨와 V씨의 국내 압송 이후 해경은 두 피의자를 구속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살해 동기와 범행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이들의 살인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모았다.

5일에는 광현호와 비슷한 배를 빌려 현장검증을 했고, 6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발표했다.

해경은 베트남인 선원의 직접적 동기로 선장의 강제 하선 명령에 대한 선원의 반발로 판단했다.

강제 하선으로 폭발된 갈등의 이면에는 상급 선원과 외국인 선원 사이의 소통 부재와 비인격적 대우 등도 원인이 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해양경찰이 우리 선박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피의자 신병을 직접 확보하고, 제3국에서 국내 영장을 집행한 뒤 호송해 수사한 첫 사례로도 평가된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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