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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혈세낭비> 텅텅 빈 KTX 공주역…주차장은 '운전연습장' 전락

송고시간2016-07-05 07:01

어중간한 위치ㆍ접근성 떨어져…하루 이용객 400여명 불과

세종역 신설되면 존립 위태…충남도 '공주역 띄우기' 안간힘


어중간한 위치ㆍ접근성 떨어져…하루 이용객 400여명 불과
세종역 신설되면 존립 위태…충남도 '공주역 띄우기' 안간힘

(공주=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백제 문화권의 관문'

호남고속철도 공주역은 한국 철도역사 116년 만에 공주를 중심으로 한 충남 중부 지역에 처음 자리 잡은 역이다.

지난해 4월 문을 열 당시만 해도 지역 주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호남과 세종시를 연결하는 충남 중부권의 성장 거점이자 지역경제 발전의 전환점이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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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역은 주민들의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공주역사 인근에서 만난 주민 박모(64)씨는 "썰렁한 동네 역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승객이 적어 '유령역'이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0여명이 안 된다.

역사 건설 당시 기대치인 1일 평균 이용객 1천명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 지하철 역사 중 가장 붐비는 강남역(하루 평균 이용객 20여만명)에 비하면 500분의 1 수준이다.

주차장에 차량이 꽉 들어찬 것은 개통 이래 손으로 꼽힐 정도다.

박씨는 "이 주변에서 운전연습을 하는 차량도 봤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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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역사 건설에는 국민 혈세 185억원이 투입됐다.

공주역에는 하루 13∼14대의 열차가 정차한다. 최근에는 오는 11월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을 하는 수서발 KTX가 이따금 역을 지나간다.

택시 승차장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한 택시기사는 "개통 당시보다는 이용자가 조금 늘었지만, 아침에 나와 몇 시간씩 손님을 기다리는 건 다반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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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적으니 편의시설도 찾아보기 어렵다. 제대로 된 식당은 없고, 역사 안에 하나씩 있는 커피숍과 편의점이 전부다.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아 아예 빵을 사 들고 온다"고 다른 택시기사는 말했다.

공주역의 이용객이 적은 것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역은 행정구역상 공주에 있을 뿐 지리적으로는 공주·부여·논산의 한중간에 있다.

이들 시·군청을 기준으로 18∼25㎞ 떨어진 시골 마을에 들어서 있다. 승용차를 타고 가도 20∼30분 걸린다.

설계 당시 이렇게 역사 위치를 정한 것은 표면상으론 3개 시·군의 교통 수요를 고려한 조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물밑 유치경쟁이 과열되면서 어중간한 위치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손사래를 친다.

KTX 호남역 위치는 전문기관의 연구용역, 공청회, 관계기관의 협의와 전문가 위원회 자문 등을 통해 호남KTX 건설 기본계획으로 확정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극단적인 지역 이기주의와 전근대적인 의사결정으로 정책이 집행된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선 역사를 살릴 뾰족한 수가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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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시간대에 좌석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유수영(36)씨는 "부모님을 뵈러 올 때 공주역을 이용하려고 해도 금요일 퇴근 시간대나 휴일 오후에는 입석 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며 "목포나 광주를 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과 목포·광주를 잇는 호남선의 '애매한 간이역'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역이 신설되면 공주역 이용객은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역 예정지가 공주역과 불과 25km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공주역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통 1년이 갓 지난 공주역의 '걸음마'를 돕기 위해 충남도는 역 자체를 관광 명소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봉화 분천역 '산타마을'이나 전남 보성 득량역 '7080 추억옛길'처럼 테마를 잡아 역사를 꾸밀 계획이다.

국내 연예기획사와 연계해 공주역에서 '공주 팝 스타' 오디션을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주역세권을 광역도시로 개발해 정주 요건을 높이는 계획도 마련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역사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에 대해 함께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차 증편을 포함해 관광지와 연계한 상품 개발 등 실현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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