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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상우 "인간의 존재 의미…우주에서 답 찾았죠"

절필 17년 만에 우주물리학 녹인 장편소설 '비밀 문장'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인간은 도대체 뭐냐, 인생은 도대체 뭐냐 하는 질문은 제 평생의 화두였습니다. 그에 답을 찾고자 하는 갈망과 탐구가 저를 이 소설로 데려다 줬습니다."

최근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설가 박상우(58)는 신작 장편소설 '비밀 문장'(문학과지성사)을 쓰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소설은 30세 소설가 지망생을 주인공으로 양자역학, 평행우주 등 첨단 과학 이론을 다뤘다. 58세 중견 작가가 썼다는 사실을 모르고 읽는다면 신인 작가의 등단작으로 읽힐 만큼 소재와 문체, 이야기 흐름이 근래 나온 어떤 소설보다도 기발하고 경쾌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에 있는 인간과 삶, 우주의 원리에 대한 철학적 깊이와 무게는 감당하기에 만만치가 않다.

이야기는 '서른 살까지 소설가로 등단하지 못하면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온 주인공이 자살하기로 예정한 날 그의 앞에 우주의 다른 차원에서 온 소녀 '쿄쿄'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쿄쿄는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나 우주와 인간존재의 작동 원리를 담은 비밀 문장을 전한다. 그것은 '우주의 모든 것이 순환 과정으로 이뤄져 있으며 3차원 우주의 인간은 그 존재의 본질인 영체가 만들어낸 환영이다. 그 영체는 영적 진화를 도모하기 위해 인간을 3차원 지구에 태어나게 해 미리 설계한 프로그램을 살게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말 그대로 일반인이 생각하기 어려운 '4차원'적인 이야기여서 이 소설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능숙한 솜씨로 독자를 낯선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들게 한다.

소설가 박상우 "인간의 존재 의미…우주에서 답 찾았죠" - 2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문학과는 다른 영역인 우주물리학까지 공부하게 됐고 결국 평행우주론과 윤회사상 등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 우리는 일원성을 지닌 영체에서 3차원 우주에 나타나면서 이원성의 상태가 됩니다. 이 세계는 이원성, 양극의 대립적 요소들로 이뤄져 있고, 그래서 갈등과 쟁취가 생기죠. 거기에 에고(ego), 자의식이 점점 강해지면서 나 이외의 모든 것을 타자화시키죠. 이런 양극성은 물리학적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3차원 우주의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

"처음엔 저도 고민하고 슬퍼하고 우리 존재에 대한 비애감을 느꼈어요. 우리는 영적인 존재가 부리는 마리오네트(인형)에 불과한 것인가. 그런데 답을 구하려는 갈망 끝에 놀라운 답을 얻었죠. 우리가 자의식을 갖지 않고 무아(無我)가 된다면 완전성을 가진 존재들이 우리 안에 투사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거죠. 알량한 자아가 있으면 아무것도 우리 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의식 때문에 소통에 실패하고, 인생이 힘들어지는 이유도 돌아보면 '나'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한때 본인 역시 강한 자의식에 빠져 허우적댔다고 털어놨다.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으로 당선돼 문단에 나온 그는 일찍부터 주목받았고 1999년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상을 받은 날 그는 절필을 결심한다.

"등단하고 10년 만에 이상문학상을 받았는데, 속으로는 되게 부대꼈어요. 첫 소설집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 나오자마자 주목받아서 갑자기 1990년대 작가 선두주자가 됐고 원고 청탁도 너무 많이 들어왔는데 감당할 만한 용량이 안 됐죠. 쓰다 보니 제가 쓴 소설이 동어 반복이더군요. 이런 상태로 글을 양산하면 단명하겠구나 싶었죠. 작가다운 용량을 키우기 위한 공부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문학상 소식을 듣고는 이걸 계기로 잠수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후 소설집을 내기도 했지만 이전에 써놓은 것들을 묶은 것이다. 그러니 이번 소설은 무려 1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과학 공부에 심취해 있다가 2005년 처음으로 우주소녀가 등장하는 소설의 영감을 받고 2007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과거의 글쓰기 방식으로 돌아갔음을 깨닫고 두 차례나 엎어야 했다. 그 뒤로는 모든 이야기를 순전히 영감에만 의존해 써나갔다.

"정말 절박했어요. 이게 실패하면 다시는 못 쓰게 될 걸 알았기 때문이죠. 매일 새벽 한 시간 명상하고 두 시간 등산하면서 오직 이 소설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적처럼 이야기가 저에게 찾아왔죠."

이제 영감이 오게 하는 방법까지 어느 정도 익혔다는 그는 앞으로 낼 두 편의 작품을 예고했다.

"차원과 경계를 허무는 소설들을 쓰고 싶어요. 이미 구상을 끝낸 게 이번 소설을 포함한 '외계 3부작'입니다. '외계인'이라는 제목의 소설은 이미 한 웹진에 초고 연재를 끝냈고요, 3부는 '슬픈 외계'라는 작품이에요. 그동안 못 쓴 만큼 앞으로는 에너지를 많이 쏟아낼 것 같네요."

소설가 박상우 "인간의 존재 의미…우주에서 답 찾았죠" - 3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30 07: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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