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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세계화 탄력받은 트럼프…공화당 무시 보호무역 '마이웨이'

'자유무역·산업계 이해 옹호' 공화당 기조서 '이탈'
'제조업 부활' 주장은 자동화·산업구조 변화 흐름에 역행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탄력을 받고있는 반(反)세계화, 신(新)고립주의 흐름 속에 보호무역주의 기치를 전면에 내걸고 나섰다.

트럼프는 28일(현지시간)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한 연설에서 "영국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이 그들의 경제와 정치, 국경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오는 데 투표했다. 이제 미국 국민도 우리의 미래를 다시 찾아올 때"라며 신 고립주의 무역정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 등을 골자로 한 이 정책을 발표한 뒤 같은 날 오하이오에서는 TPP가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 방법에 대해 말하겠다"며 "미국산 철강을 다시 미국의 중추로 만들겠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은 FTA 등 자유무역과 세계화로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가 이날 연설한 모네센 시(市)는 미국의 전형적인 철강 도시로,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대)'에 속한다. 트럼프의 핵심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의 비중이 큰 곳이다.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미시간과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러스트 벨트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으나, FTA 피해 지역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경합주(州)로 떠올랐다.

反세계화 탄력받은 트럼프…공화당 무시 보호무역 '마이웨이' - 2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30여 년간 자유무역과 산업계의 이해를 옹호해온 공화당의 정통 기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인 데다 과거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이어서 공화당과 미국 경제계 안팎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패권주의(Americanism) 경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촉구한 트럼프의 연설은 공화당이 지지해온 국가 간 자유로운 무역과의 중대한 단절을 예고하는 것"으로, 공화당 내 경제계 인사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을 지지해온 미국 상공회의소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의 무역정책 아래서는 물가는 더 높아지고, 일자리는 적어지고, 경제는 약화할 것"이라고 실시간으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反세계화 탄력받은 트럼프…공화당 무시 보호무역 '마이웨이' - 3

많은 경제학자도 즉각 제조업 일자리를 복원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은 자동화의 영향과 무역협정 협상에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믿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일축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언론들도 그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트럼프의 정책을 과거를 그리는 유권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려는 구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AP는 "트럼프의 향수 어린 비전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미국 경제는 관세와 제조업 일자리, 외국의 파트너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만으로 바로잡을 수 있게 돼 있다"며 "하지만 이를 이루려면 그는 세계화뿐 아니라 자동화와 고급노동력에 더 의존하게 된 노동인구의 변화 등도 되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1990년대 이래 자동화와 기술혁신 등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생산성 향상으로 20여 년 전이나 현재나 미국산 철강 생산량은 비슷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수의 경제학'은 일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수십 년에 걸쳐 추구한 미국의 경제 방향과 역사적으로 공화당 연합체의 중대한 일부인 산업계의 이해와는 분리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의 주장은 민주당 경선 기간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한 수사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2008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NAFTA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29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트럼프의 NAFTA 폐기 주장에 맞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 주목된다.

28일 먼저 만난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은 "북미 간의 통합은 번영의 열쇠"라며 보호주의 흐름을 배격한다고 입을 모았다.

kj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29 16: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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