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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동물 이야기 실은 서울대공원 '명물' 셔틀버스

8년 경력 '버스 큐레이터' 최은희씨…"승객 즐거움에 보람"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왼쪽에 보이는 하마는 다리가 짧아서 물속에서 모유 수유를 합니다. 수영은 잘 못하지만, 땅을 짚고 헤엄을 칩니다. 겉으론 순해 보이죠? 하지만, 사실 성격이 사나워 악어랑 싸워도 이길 정도랍니다."

서울대공원에 가면 제일 먼저 타게 되는 셔틀버스. 목적지까지만 방문객을 태워주면 임무를 다하는 것이지만, 창밖에 보이는 동물에 대해 재미있는 설명을 들려주는 버스가 있어 인기다.

서울대공원 최초의 '버스 큐레이터' 최은희(39·여)씨는 8년째 셔틀버스를 직접 운전하면서 이런 안내방송을 한다.

재밌는 동물 이야기 실은 서울대공원 '명물' 셔틀버스 - 2

"오른쪽 우리에 보이는 사자들은 하루 평균 20시간 잠을 잡니다. 사자가 안 보이신다고요? 저쪽 나무 그늘을 보시면 사자들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대공원 입구를 출발해 하마, 코뿔소, 사자, 타조 등의 우리를 지날 때마다 최씨가 들려주는 동물 이야기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흠뻑 빠져든다. 셔틀버스를 탔는데, 마치 사파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게 승객들 반응이다.

애초 경찰관 시험을 준비하던 최씨는 공공기관 관련 '스펙'을 쌓으려고 대공원에 지원했다. 대형 운전면허가 있어 버스 기사직에 도전했는데, 막상 면접장에 가보니 일하는 사람도, 지원한 사람도 모두 남성이었다.

"기름 밥 먹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아냐?", "이번에 사람을 뽑는 것도, 너무 힘들다며 그만둔 직원 때문인데, 여자면 곤란하다…."

탐탁지 않은 시선으로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면접관들에게 그는 "일단 한번 써 보시고, 판단해 보시죠"라고 당찬 승부수를 던졌다.

이런 자신감에 높은 점수를 받은 최씨는 남성 지원자들을 제치고 당당히 서울대공원 최초의 여성 버스기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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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는 단순했다. 버스로 정해진 코스를 돌며 출입문을 여닫는 일만 하면 됐다.

매사에 적극적인 그는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대공원 측에 "방송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방송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방문객들이 동물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대공원 사육사를 찾아다니며 동물들의 습성과 특징 등을 차곡차곡 정리했다.

이렇게 직접 모은 동물 이야기를 버스에서 들려주자 승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곧 대공원의 '명물'이 됐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그는 '셔틀버스 반장'도 맡았다.

최씨는 "정말 내 적성에 딱 맞는 것 같다"며 "친절과 봉사를 통해 약자를 보호하는 경찰이 되고 싶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어르신, 몸이 불편한 이웃, 다문화 가정 등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일하는 보람이 날마다 쏟아진다"고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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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잡고 온 주말 가족 관광객도 반갑지만, 평일에 운동하러 나와 '미스 최'나 '최양'이라고 불러주는 어르신 승객을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8년 전 용역업체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 준공무직인 그는 내년 공무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는 시민과 함께 오랫동안 대공원의 추억을 쌓는 게 꿈이라고 했다.

"대공원을 찾은 아이가 성장해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방문했을 때, 백발의 푸근한 할머니 운전기사로 그들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dk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27 06: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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