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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책은행 혁신방안,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송고시간2016-06-23 17:18

(서울=연합뉴스) 부실이 누적돼 한국은행과 정부 자금 12조 원을 수혈받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3일 환골탈태하겠다는 자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역량 제고와 출자회사 관리 강화, 여신심사 개선 등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수출입은행도 대동소이하다. 산업은행은 부실 덩어리인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며, 수출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기업에 거액을 물렸다. 조선과 해운 부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이들 은행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혁신방안은 겉모양만 그럴듯할 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책은행은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긴 하지만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나위도 없다. 기업에 빌려주거나 보증선 돈을 떼여 부실이 쌓이면 이를 털어내기 위해 국민 부담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그에 따른 여신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대우조선이나 STX 같은 대기업에 천문학적인 대출을 할 때는 업체의 경영상태나 사업 전망을 따져 여신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할 경우 과감하게 구조조정 절차를 밟거나 돈줄을 끊어 부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설사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부실기업을 살리겠다고 나서도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노(NO)'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회장 직속으로 전문가 40∼50명으로 구성된 '기업구조조정 지원 특별자문단'을 두고, 법률과 회계 등의 구조조정 전문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여신심사는 특정 산업에 지원이 편중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특정 기업과 계열 대기업에 대한 대출 집중을 완화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리스크 관리 인력을 늘리고 구조조정 전문위원회와 외부자문단을 신설하는 한편 여신심사에서 신용등급에 의존한 심사방식에서 탈피하겠다고 했다. 방향은 맞지만, 지금까지 이 정도의 기본적인 구조조정 컨설팅이나 여신관리도 하지 않고 어떻게 기업에 엄청난 돈을 대출하고 보증했다는 것인지 먼저 묻고 싶다.

구조조정 자문단이나 전문위원회가 권한 없이 가끔 한 번씩 열리는 회의에 거마비나 받고 참석해 조언하는 정도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진이 외부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기업 여신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표명도 없다. 대우조선 사태와 같은 일이 또 터질 경우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처럼 부실기업 지원 과정에서 국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을 뿐 정부와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발뺌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낙하산으로 왔으니 정부와 노조의 눈치나 보며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탈 없이 물러나겠다는 생각인가.

막대한 공적자금을 받는 부실은행치고는 자체 구조조정 방안도 절실함이 없다. 산업은행은 지점 수를 일부 줄이고,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정원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두 은행은 임원급 연봉을 올해 5% 삭감하고 직원은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 임직원은 공공기관이나 정부계 금융기관 가운데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이 정도 허리띠 졸라매기를 '뼈를 깎는 모습'이라고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산업은행은 개혁 과제를 추진할 컨트롤타워로 '혁신위원회'를 두고 9월까지 혁신로드맵을 도출해 실천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론에 떠밀려 구조조정을 하는 시늉을 할 게 아니라 부실 방지책과 책임 의식, 윤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좀 더 과감하고 국민이 수긍할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면 외부로부터의 쇄신 압력은 갈수록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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