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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6년> ②국군 전사자 유해찾기, 하루가 급하다

남쪽 9만구, 북쪽 3만구, DMZ 1만구 유해 매장 추정
이학기 유해발굴감식단장 "목숨 바쳐 지킬 가치 있는 나라 알리는 일"
성남 불곡산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성남 불곡산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작년 10월, 가을이 무르익은 강원도 양구 백석산의 어느 비탈.

6·25 전쟁 당시 국군과 중공군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이곳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원의 눈에 사각형의 작은 쇠붙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흙을 털어내자 '대한육군 CHOUNG IN CHO/0627472'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6·25 전쟁 국군 전사자인 고(故) 정인초 일병의 유해는 이렇게 발견됐다.

정 일병은 육군 8사단 소속으로,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전략적 요충지인 백석산 일대에서 중공군과 밀고 밀리는 싸움을 벌이다가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정 일병의 유해를 수습해 감식작업을 하는 한편, 전사자 명부를 토대로 유족 찾기에 나섰다.

정 일병의 여동생이 전북 김제에 살고 있었고 조카는 군산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동생 정금순(75) 씨는 유해발굴감식단의 유전자 시료 채취 제안에 선뜻 응했고 유전자 분석 결과는 정 일병의 것과 일치했다.

꿈에 그리던 오빠의 유해를 찾은 정 씨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정 일병의 조카 정정모(52) 씨는 "장남인 아버지가 호주(戶主)였기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자 삼촌이 대신 군에 입대했다고 들었다"며 "함께 전장에 나갔던 동료들의 유해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삼촌의 유해는 찾지 못해 가족들이 얼마나 애태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 일병은 유해발굴감식단이 신원을 밝혀낸 112번째 6·25 전사자다.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
마지막 한 분을 모시는 그날까지(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6.25를 사흘 앞둔 22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감식 전문가들이 6·25 전쟁 주요 격전지에서 발굴된 유해 감식 작업을 하고 있다.

2000년 6·25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을 시작한 유해발굴감식단이 찾아낸 유해는 작년 말까지 1만314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군은 9천55구이고 유엔군은 15구다. 북한군과 중공군도 각각 703구, 541구에 이른다.

그러나 신원이 확인돼 유족의 품으로 돌아간 국군 전사자는 정 일병을 포함해 113명에 불과하다. 6·25 전쟁 66주년을 맞은 유해발굴감식단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유해발굴감식단장인 이학기 육군 대령은 "전사자 유해 발굴은 대한민국이 목숨 바쳐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일"이라며 "이름 모를 산야에 묻힌 전사자 유해를 1구라도 더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아직도 찾지 못한 국군 전사자 유해가 비무장지대(DMZ) 남쪽에만 9만여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는 3만여명의 전사자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DMZ에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유해도 3만여구에 달한다. 6·25 전쟁 막바지에 군사분계선(MDL) 획정을 앞두고 양쪽 군이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치열한 교전을 벌인 결과다.

남북한은 2000년대 후반 DMZ에서 공동으로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유해발굴감식단은 DMZ와 북한 지역의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한 준비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유해발굴감식단은 북한 지역 전투에 참가한 6·25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녹취하고 있으며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들도 추려냈다.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곳곳에 건물이 들어서고 유해가 묻힌 장소도 하나둘 사라지기 때문이다. 유해가 묻힌 곳이 어디인지 증언해줄 수 있는 참전용사들이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도 유해 발굴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해발굴감식단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발굴은 됐지만 신원을 알 수 없는 유해가 유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유족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가해야 한다.

이학기 대령은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고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ljglo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22 09: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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