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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상괭이 연구 외길 걷는 수산과학원 박겸준 박사

송고시간2016-06-26 07:00

"상괭이 발견 소식 들리면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가요"죽은 상괭이 100마리 넘게 해부…먹이습성, 자원감소 실태 등 밝혀내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립수산과학연구소 고래연구소 직원들은 박겸준 연구사를 '상괭이 박사', '상괭이 연구의 개척자'라고 부른다.

그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작은 토종 고래에 푹 빠져 15년째 외길을 걷고 있다.

그가 상괭이 연구에 뛰어든 때는 대학원에 진학한 2000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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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언론에 상괭이 관련 뉴스가 자주 보도돼 많은 사람이 그 존재를 알고 관심도 높아졌지만,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일부 수산 분야 전문가를 제외하면 상괭이가 고래의 한 종류라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었고,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었을 정도이다.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진 적도 없어 우리 바다 어디에 상괭이가 얼마나 사는지 알려진 바도 없었다.

바다를 좋아하는 그는 대학교 선상실습 때 상괭이를 처음 봤다.

우리나라 바다에는 고래가 없는 줄 알았던 그는 이를 계기로 고래를 연구하려고 수산 분야 명문으로 이름난 부경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국내에는 고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어디에도 없어 막막했다.

2000년 수산과학원에 처음으로 고래연구팀이 생기면서 사람을 구하자 그는 비정규직 파트타임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고래연구팀이 생겼지만, 여건은 열악했다. 기초적인 자료는 물론 고래의 종류를 알기 쉽게 정리한 도감조차 없어 외국에서 발간한 것에 의존해야 했다.

일년에 한번 한 달가량 배를 타고 나가서 눈으로 고래를 찾아다녔고, 고래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바다에 어떤 고래들이 사는지 조금씩 밝혀졌고, 20여 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래를 찾아다니던 중 서해에서 상괭이가 자주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당시만 해도 어민들은 등지느러미가 없는 상괭이를 고래인 줄 모르고 '재수 없는 물고기나 동물'로 여겨 잡히면 그대로 버렸다.

그는 이렇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상괭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자주 그물에 잡혀 연구 소재를 구하기가 가장 쉽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상괭이가 우리 바다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밝혀내고 싶었습니다."

고래연구소 손호선 연구관은 26일 "멋진 대형 고래들을 제쳐놓고 가장 작은 상괭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기에 '쉬운 일이 아닐 거다'고 걱정을 했다"며 "끈기있게 매달려 많은 성과를 내는 박 연구사는 상괭이 연구의 개척자로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낡은 승합차를 한 대 구입한 그는 어민들에게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면 버리지 말고 꼭 전화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어민에게서 연락이 오면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가 실어와 해부하며 연구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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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의 손을 거쳐 간 죽은 상괭이만 100마리가 넘는다.

그는 상괭이의 먹이 습성, 성장과정, 생태학적 특성 등을 차례로 밝혀냈고 이를 토대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고래류를 주제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모두 받은 사람은 박 연구사가 처음이다. 그는 2011년에 수산과학원 정규직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지금까지 16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하는 등 한국 상괭이의 존재를 열심히 알리고 있다.

2012년부터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우리 서해에 가장 많은 상괭이가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고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2000년부터 현장을 누비며 조사한 자료와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2005년에 처음으로 우리 연안에 서식하는 상괭이가 3만 6천 마리에 이른다는 결과를 내놓았고, 2011년에는 그 수가 1만 3천 마리로 급감했다는 것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상괭이를 보호대상 해양생물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정부가 적극 검토에 나섰다. 이르면 하반기에 보호대상종으로 지정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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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의 주력인 안강망 어선들이 설치한 그물에 걸려 죽는 상괭이가 가장 많다는 점에 착안, 수산과학원이 대형 해파리로 인한 어민 피해를 막고자 개발한 '해파리 방지 그물'을 개량해 상괭이 탈출 기능이 있는 그물을 개발했다.

올해 3월부터 충남 서천군 앞바다에 12개를 시험설치한 결과 이 그물에 걸려서 죽은 상괭이가 한 마리도 생기지 않아 상괭이를 혼획으로부터 보호할 해결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애쓰면 상괭이들이 사람이 쳐놓은 그물 등 각종 어구에 걸려 고통스럽게 죽는 일을 줄일 수 있다"며 "늦기 전에 서둘러 어구를 개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5년 한우물을 팠지만 상괭이를 제대로 알려면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그를 포함한 고래연구소 연구원들은 매년 4번씩 정기 목시(눈으로 살피는) 조사를 나간다. 한번 나가면 15일에서 20일가량을 바다 위에서 보낸다.

다른 과제와 병행해서 나가는 수시 조사도 1년에 10여 번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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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바다 위에서 고래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해뜨기 30분 전부터 해지기 30분 전까지 12시간 넘게 수면을 살피며 고래가 숨을 쉬려고 몸을 내미는 순간을 기다린다.

운이 나쁘면 며칠 동안 고래를 한 마리도 못 볼 때도 있다. 그래서 고래 조사에서는 기다리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상괭이는 호기심이 왕성한 다른 돌고래와 달리 수줍음이 많다. 울산 앞바다에 많이 사는 참돌고래나 제주 부근에 있는 남방큰돌고래 등은 배 가까이 다가와 물살을 타고 놀지만, 상괭이는 배가 다가가면 피해버린다.

게다가 다른 돌고래들은 물 위로 높이 점프를 하지만 상괭이는 숨을 쉴 때 잠시 몸을 내밀 뿐 점프를 하는 일이 거의 없어 발견하기 더 어렵다.

그래서 아직 상괭이가 어떤 해역을 얼마나 이동하는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2014년 부산 기장 앞바다에서 구조된 한 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방류했더니 기존 현장조사나 혼획 신고된 것보다 훨씬 북쪽인 경북 경주시 후포항까지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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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새만금 방조제 안쪽 수역에 음향수집장치를 설치해 고래가 내는 소리를 통해 상괭이가 얼마나 사는지 파악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산과학원 다른 부서와 협업해 유전학적 방법으로 상괭이의 개체 수를 조사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사람 눈에 의존하는 목시조사는 인력과 사람이 많이 필요해 항공기나 드론을 이용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지만, 예산, 비행금지구역 등 제약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

"고래류 혼획을 규제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상괭이 보호는 어민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하는 그는 "사람과 상괭이가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일에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는 "상괭이 연구와 보존에는 어업인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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