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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피의자 집서 악취… 알고 보니 '쓰레기 수집병 환자'

송고시간2016-06-21 16:42

저장강박증… 이웃들, 트럭으로 6t 분량 수거


저장강박증… 이웃들, 트럭으로 6t 분량 수거

(군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문을 여는 순간 악취가 진동하더라고요. 집안에 쌓인 쓰레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지난 7일 늦은 오후 절도 피의자 A(57)씨 집에 찾아간 전북 군산경찰서 소속 나운지구대 박대성(63) 경위는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을 믿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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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평이나 되는 너른 집 바닥에는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박 경위는 쓰레기 더미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왔다.

박 경위가 A씨 집을 찾은 이유는 절도 혐의로 붙잡힌 A씨의 여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A씨는 이날 오전 4시 10분께 군산시 한 도로에 있던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60만원 상당의 공구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가 이밖에 다른 물건도 훔쳤을 것으로 의심한 경찰은 A씨 집을 찾았다가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집을 왜 이렇게 버려뒀느냐. 집을 치워주겠다"는 박 경위의 말에 A씨는 "절대 치우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거듭 설득했지만, A씨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A씨는 물건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물건이든지 버리지 않고 모으는 '저장강박증' 증세를 보였다.

수년 전 A씨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저장강박증 증세를 얻었고, 증세가 심해지자 가족들은 A씨 곁을 떠났다.

어쩔 수 없이 A씨 집을 나온 박 경위는 야간근무를 마치고 다음 날 오전 A씨를 그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파트 관리소장을 만나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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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주민 사이에서 '유명인사'였다. 옆집까지 풍기는 악취로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다시 A씨를 만난 박 경위는 우여곡절 끝에 A씨로부터 집을 치워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냈다.

박 경위는 인근 주민센터, 시청 관계자, 시의원 등과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15일 오후 2시에 '청소 대작전'에 나섰다.

A씨 아파트 단지로 쓰레기를 실어갈 4t 트럭 2대와 사다리차가 집결했다. 선뜻 일손을 보태겠다던 시청과 주민센터 직원 등 40여명도 함께 도착했다.

고무장갑에 마스크로 무장한 이들은 13층 A씨 집으로 올라가 문을 활짝 열고 쓰레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A씨 집에서 풍기는 악취로 고생하던 주민 30여명도 A씨 집을 치운다는 말에 두 팔 걷고 나섰다.

2시간여 동안 이웃 70여명의 손길이 닿자 6t 분량의 쓰레기가 나왔고, A씨 집은 금세 말끔해졌다.

단장한 집을 본 A씨는 박 경위 손을 잡고 "고맙다. 다시는 집을 이렇게 더럽히지 않겠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 경위는 인근 주민센터에 들러 A씨에게 근본적인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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