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내 곁에서 그냥 살아주면 안 돼요?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요."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을 수 있죠. 그러나 내 인생은 아니에요."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1

지난 1일 개봉한 <미 비포 유(Me Before You)>에서 남녀 주인공의 대사입니다. 남자는 전신마비 환자이고, 여자는 그를 돌보는 호스피스. 둘은 빠르게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이미 오래전 존엄사를 결심했거든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한 남자, 그의 마음을 돌리려는 여자. 영화는 묻습니다. '생명을 마감할 권리는 나 자신에게 있는가?'

영화는 영국 '인디펜던트' 기자 출신인 조조 모예스가 2013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합니다. 당시 영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동시에 뜨거운 화두도 던졌습니다. 존엄사가 과연 타당한 일인지 말이죠. 전 세계 동시 개봉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살을 방조하는 일이다.", "존엄사를 미화했다"는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랑을 해봤던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영화"라는 호평도 줄을 잇습니다.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2

우연일까요. 최근 지구촌에서 존엄사를 두고 시끌시끌합니다. 캐나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안락사나 존엄사 등을 논의 끝에 합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국회 등에서 존엄사 법안의 발의되고 의결되는 등 본격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내 생의 마감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권리'와 생명을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윤리'가 팽팽히 맞선 존엄사. 우리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또 전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요.

◇18~20대 국회를 관통했던 존엄사

지난해 6월 9일 신상진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12명이 존엄사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신 의원은 이미 제18대 국회였던 2009년 2월 5일 당시에도 같은 내용으로 의안을 올린 바 있죠. 이들이 발의안에서 밝힌 제안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생명만 연장하는 데 불과한 생명 유지 장치를 환자 스스로가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이러한 의사 결정을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음.(중략) 말기 환자에 대한 인권의 차원에서 존엄한 죽음과 관련된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존엄사의 절차, 요건 등을 법제화하려는 것임."

이어 지난 1월 8일 제19대 국회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을 의결했습니다. 이 법은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합니다. 법안에 따르면 해당하는 환자가 사전에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것을 문서로 남겼거나, 환자의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뜻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면 의사 2인의 확인을 거쳐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내, 19대 국회에서 구체화하고, 20대 국회에서 현실화된 것이죠. 첫 제안부터 시행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네요.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안락사를 우리 사회의 화두로 던진 인물이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바로 김 할머니죠.

◇연명치료 중단 201일…존엄사 택한 김 할머니

2008년 2월 15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한 김 할머니는 사흘 후 폐 조직 검사 중 의식불명에 빠집니다. 가족들은 그해 5월 존엄사 요구 가처분을 신청하고요. 그러나 돌아온 것은 서울서부지법은 기각 통보였습니다.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3

김 할머니와 세브란스 병원 등은 항소합니다. 2009년 2월 10일, 서울고법은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을 내립니다. 그해 6월 23일 오전 9시부터 201일간 김 할머니는 스스로 호흡을 이어갑니다. 그러다 이듬해 1월 10일, 김 할머니는 숨을 거둡니다. 가족들은 "이번 일로 존엄사 제도가 법적으로 정립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숙제를 남겼습니다. 뚜렷한 연명치료 중단 기준의 필요성을 비롯해 존엄사의 법적 제도화를 수면 위로 띄운 것이죠. 당시 여론도, 환자도, 그들의 가족들도 내 의지로 삶을 마감하는 데 손을 들어 줬습니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72.3%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찬성했습니다. 2011년 서울대병원이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90%가 연명치료를 거부했죠.

가능성이 희박한 희망이란 때로는 고통이 됩니다. 존엄사 법안 통과를 두고 2015년 12월 9일 열린 제337회 정기국회에서 당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명 의료 결정을 제도화함으로써 임종 과정의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 의료혜택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김 할머니 별세 이후 약 5년 반이란 시간이 흘러나온 결과물입니다.

◇ 논쟁은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지구촌으로 눈을 돌려 볼까요. 존엄사의 논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아, 해외 매체에 따라 존엄사(또는 안락사)의 표기가 여러 가지인데요,-'death with dignity', 'euthanasia', 'dying with dignity', 'Well-dying'- 여기선 크게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같은 의미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4

미국의 존엄사 국립 센터(death with dignity national center)에 따르면 최초의 안락사 법안에 대한 발의는 1906년 오하이오주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반대에 막혀 성공하진 못했죠.

1935년에는 세계 첫 안락사 협회의 영국 런던에서 창설됐습니다. 당시에는 삶의 마감을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가 썩 좋게 보이진 않았나 봅니다. 1947년 갤럽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7%만이 연명치료 중단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거든요. "부정적이다"라고 답한 의견은 54%나 됐죠.

인디애나 법률 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루이스 커트너는 196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안락사를 부탁하는 유언장(living well)을 남겼습니다. 미국의 안락사 협회는 1970년에만 약 6만 명이 이와 같은 유언장을 썼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5

1990년대 접어들면서 존엄사를 비롯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바뀝니다. 미국의 시사지 US 뉴스는 최근 갤럽 리서치의 설문조사를 인용하며 "안락사에 대한 인식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일 치료 가능성이 희박하고, 큰 고통을 받는 가족이 당신에게 안락사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받아들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시죠.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0~60%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그렇다"라는 답변의 비율은 이후 꾸준히 감소합니다. 2011년부터 50% 초반을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68%까지 올랐습니다. 반면 "아니오"라는 대답은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 28%까지 떨어졌죠. 불과 2년 전인 2013년에 45%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눈에 띄는 움직임입니다.

◇ 천천히, 그러나 신중히…지구촌 존엄사 흐름

지구촌은 존엄사에 대해 조심스럽게 빗장을 열고 있습니다. 2014년 6월 5일 캐나다의 퀘벡주는 존엄사법을 제정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존엄사 허용법이 도입된 것이죠. 2년이 흐른 지난 8일엔 캐나다 전체에서 안락사가 사실상 합법화 됐습니다. 캐나다 존엄사 협회의 슬로건은 이것입니다. "당신의 삶이며, 당신의 선택이다(It’s your life. It’s your choice)."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6

캐나다의 발표가 있던 그 다음 날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말기 시한부 환자들의 '존엄사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존엄사를 허용하는 주는 5개가 됐습니다. 뉴욕을 비롯해 18개 주가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을 주 의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통과는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섣부른 자살'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반대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올해 초에는 프랑스가 '웰다잉'(Well-dying)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환자의 요청에 따라 수면 상태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법입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말고도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지난해 2천 건이 넘는 안락사가 시행됐습니다.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Live well, just live)."

영화 <미 비포 유>에서 남자가 자신을 기다리는 여자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입니다. 여전히 존엄사에 대해 찬반은 분분합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동안은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게 잘 보내고 싶은 욕망, 그것이 아닐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여운이 오래 남는 이유입니다.

<디지털스토리> "그냥 살아요"vs"그럴 수 없어요" 다시 존엄사 논쟁 - 7

shlamaz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9 16:50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광고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AD(광고)
광고
AD(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