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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인더스문명' 삭제…인도 힌두지상주의 교과서 논쟁

'인더스 문명'대신 `힌두 여신 문화', 힌두 지상주의 노골화
간디의 '비폭력' 때문에 중국에 국력 뒤졌다? '히틀러 찬양'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교과서에서 초대 네루 총리에 관한 내용이 없어졌다.", "'인더스문명'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힌두교 여신의 이름을 딴 '사라스바티문화'가 들어갔다.", "'우리 인도인은…종교와 관계없이…'로 돼 있는 헌법전문의 '종교와 관계없이'가 '종파와 관계없이'로 바꿔치기 됐다."

인도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초·중·고교 교과서 논쟁 소재들이다. 연방제인인도에서는 교과서 내용이나 커리큘럼 결정권은 주 정부에 있다. 각 주 정부가 교과서 내용을 슬쩍 바꿨다가 문제가 되면 "깜빡 실수"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어 다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교과서 논쟁은 대부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지배하는 주"에서 일어나고 있다. 교과서 기술 내용도 "힌두 지상주의적으로 개정"되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인도 각주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는 여당의 지지기반으로 힌두교도를 위한 배타적 사회건설을 목표로 하는 민족봉사단(RSS)이 영향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7일 전했다.

'네루'·'인더스문명' 삭제…인도 힌두지상주의 교과서 논쟁 - 2

21일부터 신학기가 시작되는 인도 서부 라자스탄주에서는 공립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서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관한 내용이 삭제됐다.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 '인더스문명'이라는 명칭도 힌두교 여신의 이름을 딴 '사라스바티 문화'로 바꿔 기술됐다. 인더스문명은 힌두교가 자리를 잡기 전의 문명인데도 불구하고 바꿔 기술한 것.

뭄바이가 주도(州都)인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린 헌법전문의 용어를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인도인은…종교와 관계없이 민주적인 공화국을 건설한다…"로 돼 있는 부분이 '종파와 관계없이'…"로 바꿔치기 됐다.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외에 이슬람교와 기독교도도 같이 사는 국가로서 단결을 호소한 본래의 내용을 "힌두교 종파끼리…"로 축소시키는 내용이 됐다.

라자스탄주 정부는 삭제한 초대 네루 총리에 관한 기술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원래 내용이 빠진 건 "깜빡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진보적인 시민들은 "깜빡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네루 총리가 라이벌 정당 출신이라서 삭제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힌두교도가 아니면 인도인이 아니다"라는 일방적 이데올로기를 주 정부가 앞장서 주입하려 하는 점이다.

라자스탄주나 마하라슈트라주는 모두 집권 여당인 모디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장악하고 있다. BJP의 지지기반 RSS가 표방하는 힌두 지상주의 이념을 각주의 BJP가 경쟁적으로 교과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버난드 자 델리대학 교수는 라자스탄 주 정부가 '인더스문명'을 '사라스바티 문화'로 바꾼 근거로 "힌두교신이 인더스 강가를 순례했다는 서사시"를 든 것은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자 교수는 라즈스탄주 교육관계자 및 유지들과 단체를 결성해 수정 교과서 내용을 근본적으로 재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주 정부가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뿌리를 따라 올라가면 이런 힌두교 지상주의 교과서를 10년도 더 전에 시작한 주가 있다. 바로모디 총리가 13년간 주 총리를 지내면서 고도성장을 이룩한 것으로 유명한 서부 구자라트주다.

여성 및 교육문제에 대해 정책제언을 하는 니란타 재단이 5개 주의 교과서를 비교·분석한 책에 따르면 "구자라트주는 힌두교 지상주의화의 실험실"이었다. 사회교과서에는 신화와 역사를 혼동한 내용과 호전적인 국수주의를 옳다고 한 내용도 들어있다. 구자라트주는 지금도 BJP가 지배하고 있어 '실험'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BJP가 다시 장악한 라자스탄주와 2014년에 정권을 탈환한 마라하슈트라주에서도 교과서 개정을 단행한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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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P와 RSS는 어떤 사회를 지향할까. BJP 국가 총서기로 RSS 간부이기도 한 람 마다후는 "인구의 80%가 힌두교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힌두는 종교가 아니라 인도의문화"라고 강조했다. 뭄바이의 한 사회운동가는 "인도가 국력 면에서 중국에 패한 것은 네루나 간디가 역설한 '비폭력'때문이라는 게 RSS의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BJP는 4~5월에 실시된 동부 아샘주 의회선거에서 승리해 전국의 3분의 1이 넘는 주를 장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BJP의 세력확대가 모디 정권의 안정과 경제정책 추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외국 기업들도 BJP의 약진을 반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RSS의 힌두 내셔널리즘 확대로 이어져 사회불안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라자스탄주 고등학생용 사회 교과서에는 배타적 내셔널리즘의 '대선배'인 아돌프 히틀러를 찬양하는 내용이 새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lhy5018@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7 14:4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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