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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잡을뻔한 새'…공군, 조류충돌 예방책 '부심'(종합)

매 소리에 폭음통·공포탄 발사까지…F-5E 조류충돌 후 비상착륙전문가 "공항 바깥쪽 상공에 있는 새를 어떻게 쫓느냐가 관건"
논에 떨어진 전투기 연료탱크 잔해
논에 떨어진 전투기 연료탱크 잔해(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6일 오후 2시 15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산 인근 한 밭에 소형 승용차 크기의 전투기용 연료통(1천ℓ) 1개가 떨어졌다. 이륙 중이던 수원 10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 한대가 상공에서 엔진 2개 중 1개가 꺼지는 고장을 일으켰고 매뉴얼에 따라 조종사는 연료통 1개를 투하한 뒤 기지에 비상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논에 떨어진 잔해물. 2016.6.16
xanadu@yna.co.kr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강영훈 기자 =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장.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자 활주로 주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갑자기 '끼이익'하는 새소리가 흘러나왔다.

맹금류인 매의 울음소리를 녹음해뒀다가 튼 것으로 이륙 중인 전투기 주변에 새가 모이는 막기 위한 조치다.

곧이어 활주로 주변에 놓인 폭음통에서는 '쾅'하는 폭음도 들려왔다.

LP가스를 주입한 통에 인위적인 폭발을 일으켜 폭발음을 내면서 새를 쫓는 폭음경보기였다.

이외에도 활주로 주변에는 새를 쫓는 임무를 수행하는 배트조(BAT:Bird Alert Team) 팀원들이 엽총 공포탄을 쏘며 새들을 쫓았다.

수원 10전비 배트조 20여명은 전투기 이·착륙이 있을 때 마다 항상 투입돼 임무를 수행한다.

이 모든 게 하늘 위의 '공포' 조류충돌(Bird Strike)을 막기 위한 공군의 대책이다.

전투기 연료탱크 잔해물
전투기 연료탱크 잔해물(수원=연합뉴스) 16일 오후 2시 15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산 인근 한 밭에 소형 승용차 크기의 전투기용 연료통(1천ℓ) 1개가 떨어졌다. 이륙 중이던 수원 10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 한대가 상공에서 엔진 2개 중 1개가 꺼지는 고장을 일으켰고 매뉴얼에 따라 조종사는 연료통 1개를 투하한 뒤 기지에 비상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밭에 떨어진 잔해물. 2016.6.16 [수원소방서 제공=연합뉴스]
you@yna.co.kr

조류충돌은 항공기 이·착륙 혹은 순항 중 새가 동체나 엔진 등에 부딪히는 현상이다.

항공기가 정지한 상태에서 새가 날아와 부딪히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움직이는 항공기에 새가 충돌할 때 생기는 충격은 어마어마하다.

시속 370㎞로 상승하는 항공기에 900g의 청둥오리 한 마리가 충돌할 때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4.8t이나 된다.

항공기 동체는 물론, 조종실 유리에 조류충돌이 일어날 경우 그 충격의 여파로 동체는 찌그러지고 조종실 유리는 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새가 엔진으로 빨려 들어갈 때다.

엔진의 공기 흡입구는 엄청난 양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이곳으로 끼어든 새가 선풍기 날개 모양의 팬 블레이드를 망가뜨리거나 심하면 엔진을 태울 수도 있다.

이 경우 자칫하면 엔진정지로 항공기가 추락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10분께 경기 수원에서 발생한 F-5E 전투기 비상착륙은 엔진 부위 조류충돌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륙과정에서 조류충돌로 엔진이 정지되자 해당 전투기 조종사는 비상 매뉴얼에 따라 무게를 줄여 추진력을 얻기 위해 보조 연료탱크(1천ℓ)를 민가가 없는 칠보산 자락에 투하했다.

연료통 잔해 수거하는 군 관계자들
연료통 잔해 수거하는 군 관계자들(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산 인근에서 10전투비행단 소속 F-5 전투기 한대가 상공에서 엔진 2개중 1개가 꺼지는 고장을 일으켜 연료통 1개를 투하한 뒤 기지에 비상착륙했다. 군 관계자들이 논에 떨어진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2016.6.16
xanadu@yna.co.kr

이륙에 성공한 전투기는 바로 회항해 다시 기지로 비상착륙했다.

적절한 조치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조종사의 대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버드스트라이크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사고 중 하나인데 위기 대처를 잘해서 큰 사고를 면한 것 같다", "버드스트라이크에 조종사가 침착하게 후속조치를 취해 피해없이 무사귀한한건 정말 대우를 받아야 하는 우리나라 0.1%다", "뭘 좀 아는 조종사… 잘했어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극찬했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 조종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새'"라며 "조류충돌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맹금류 소리를 트는 것은 물론, 폭음통·공포탄·배트조 운영 등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조종사는 매뉴얼대로 잘 대처했지만, 어찌됐든 비정상적으로 착륙한 탓에 다소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공항안전환경과 방윤석 과장은 "조류충돌은 항고기 운항 안전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특히 가·감속이 이뤄지는 이·착륙시 조류충돌이 발생하면 정속 운항을 할 때보다 대응력이 떨어져 더욱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항 주변에 하천의 물고기를 잡고, 수풀을 제거하는 등 조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류 활동 시기에는 출몰 시간에 맞춰 총기류 등을 갖춘 퇴치조를 운영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순철 한국항공대 항공안전관리연구소 교수는 "조류충돌은 엔진을 정지시켜 추락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사고"라며 "공항 주변에선 여러 대책으로 새를 쫓고 있지만 실제 문제는 공항 바깥쪽 상공에서 새와 부딪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등 선진국에선 새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 친환경적인 레이저 등으로 새를 쫓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공군이나 국내 공항 등에는 이런 실질적인 대책은 굉장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를 쫓는 일은 환경단체와의 갈등 소지도 있기 때문에, 군이나 공항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민관군이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류충돌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goal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7 10:2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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