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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외화유출 압력…은행 외화차입 여력 높인다

관리 중심, 단기외채→자금유출로 이동…대외위험 대응능력 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김동호 김수현 기자 = 정부가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안을 내놓은 것은 현행 규제가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대외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외화 유동성의 질을 높임으로써 불필요한 부담은 줄이고 실질적인 규제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대외변수로 자금유출 우려…유동성 위기 대처 능력도 떨어져

외환건전성 제도 개편 문제가 대두된 것은 대내외 변수가 과거와 사뭇 달라지면서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의 외환건전성 제도는 과거 외환위기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된 탓에 주로 단기외채 급증을 관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선물환포지션 상한 규제가 대표적이다.

선물환은 환변동 위험을 피하고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달러를 원화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외환이다.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선물외화자산-선물외화부채)을 뜻한다.

하지만 미국의 통화정책이 확장에서 긴축 기조로 전환하고 최근 수출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단기외채가 급증할 요인이 과거보다 약화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 대외변수에 따른 위험으로 오히려 자금 유출압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소폭 올리고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요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번 개편안에는 개별기관의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외화 유동성 규제가 사실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실효성 문제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불거졌다.

당시 국내 모든 은행은 정해진 외화 유동성 기준을 충족했지만 차환율 급락, 실물 외화공급 감소 등 유동성 부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화 유동성 관리는 외화부채의 만기구조에 맞도록 외화자산을 운용하도록 하는 데에 집중했을 뿐 외화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화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용도가 높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한 안전자산보유비율 등을 도입했지만 기준이 낮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작년 말 기준 은행의 안전자산보유비율은 628%로 기준(100%)을 크게 웃돌아 규제 자체를 무색하게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가 이날 외화자산의 만기 관리에서 한 발 더 나가 국내 은행의 현금, 고신용 채권 등 고유동성 외화자산의 비율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 '외화 LCR' 규제로 도입…중복되는 규제는 없애 금융기관 부담 완화

당국이 이날 내놓은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 규제는 금융위기 등 시스템 위기에 대비해 정부가 작년 7월부터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해 왔던 것을 정식 규제로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향후 1개월간 외화순유출 규모에 대비해 일정 비율 이상으로 현금과 외화지급준비금, 고신용채권과 같은 고유동성 외화자산을 유지해야만 한다.

긴급한 유동성 부족과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보유 중인 외화자산을 빠르게 매각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당국은 LCR 규제를 모니터링 지표에서 규제로 활용하는 대신 목적과 효과가 비슷한 기존 규제들을 정리해 금융기관의 불필요한 부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먼저 7일 만기불일치 비율은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고 모니터링 비율인 여유자금비율과 외화안전자산보유비율은 실효성이 낮다고 보고 폐지한다.

1개월 만기불일치 비율, 3개월 외화 유동성 비율, 안전자산 보유비율 등도 외화 LCR로 대체할 수 있는 만큼 폐지할 예정이다.

금융연구원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이번에 발표된 개선안대로 각 금융기관이 외화 LCR을 준수할 경우 종전 규제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외화LCR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기관에는 기존의 1개월 만기불일치 비율, 3개월 외화 유동성 비율 규제가 유지된다.

또 2008년과 같은 3개월간의 금융위기를 가정한 외화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는 외화 LCR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개편안은 은행의 선물한포지션 한도를 국내은행은 30→40%, 외은지점은 150→200% 확대함으로써 외화차입 여력을 높여주고 대외여건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요율을 일시적으로 하향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이제까지는 외환시장 자금유입 급증을 억제할 수 있는 초과부담금 적용만 가능했지만, 자금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정은 없었던 것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 2008 금융위기 재현해도 유동성 경색 걱정 '뚝'

정부는 외화 LCR 규제 도입 등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은행의 대응 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자금유출 우려가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미리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확보하게 되면 외채 차환 위험에 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도 국내 은행들은 모두 외화 유동성 규제를 충족했지만 시중에 공급되는 외화가 감소하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단기 자금거래에서 콜 시장 의존도가 높은데,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환매로 콜론 공급 규모가 대폭 줄면서 콜시장에 의존하던 금융기관들의 유동성이 말라버린 것이다.

정부의 LCR 규제로 이제 금융기관들은 콜론 비중을 줄이고 현금, 외화지급준비금, 선진국 국공채와 같은 고신용채권 등 유동성이 큰 자산을 비축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콜시장 쏠림 현상을 막아 시장 불안을 예방할 수 있는 셈이다.

외화 유동성의 질도 개선될 수 있다.

고유동성 자산을 쌓으려면 콜론 비중을 축소하고 외화자산을 선진국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으로 다변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외국 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 다양한 외화자산을 운용하면서 국내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확대, 외환건전성 부담금의 탄력적인 요율 확대 역시 대외충격이 발생했을 때 은행의 대응능력을 높여 자본유출 우려를 줄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기재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첩적으로 도입된 외화 유동성 규제를 목적·효과·실효성에 따라 일제히 정비했다"며 "금융기관들의 불필요한 부담을 덜고 금융당국의 규제 효과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oc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6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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