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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이야기> “물질을 초월한 마음의 문화가 행복에 이르는 길”

이광호 전 연세대 교수의 동양철학 40년
<인문학 이야기> “물질을 초월한 마음의 문화가 행복에 이르는 길” - 2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이광호(67) 전(前)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40여 년을 퇴계 이황(1501~1570) 연구에 몰두한 동양철학자다. “유학의 학문관을 가장 잘 정립하고 몸소 실천한 인물”이었기에 퇴계를 평생 연구의 화두로 삼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퇴계가 임금에게 올린 상소문인 ‘성학십도’(聖學十圖)를 2001년에 번역해 출간했고, 역서 ‘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를 통해 퇴계와 율곡 이이가 주고받은 편지와 시문을 처음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에 퇴계학연구원으로부터 퇴계학학술상을 받았다.

인간의 마음을 중시하고 성인(聖人)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양철학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철학자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택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학을 떠난 지 약 2년이 돼 갑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 대학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바빠요. 월요일에는 김천 직지사 승가 한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하루 자고 나서 다음날에는 안동국학진흥원에서 강의를 해요. 그리고 또 거기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전에 한 과목을 더 강의하죠. 안동국학진흥원에서 공짜로는 잠을 안 재워준다고 해서 한 과목 더하고 있어요. 금요일에는 성균관대 퇴계학연구원에서 강의를 하죠. 주말에도 바쁜데, 매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초서로 된 옛 편지(간찰)를 공부하는 모임인 ‘말일파초회’에 참석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해요. 이러다 보니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바쁜 것 같아요.

-- 동양철학자로 40년을 보내셨습니다.

▲ 대학 다닐 때 서양철학을 하다가 동양철학으로 바꿨는데 “동양철학이 쉽사리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겠다” 싶었어요. 장기적으로 공부를 하자 했죠. 사실 대학 다닐 때 시위를 한 이후 여러 가지로 걸려서 10여 년간 아무 것도 못하는 상태가 됐어요. 그래서 한문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1976년에 한문학 메카인 ‘지곡서당’(芝谷書堂)에 들어가서 1992년에 나왔으니까 한문 공부를 한 25년간 했죠. 한문학과를 나오지 않았지만 한문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1975년부터 유학(儒學)을 공부했는데 ‘학’(學)에 중점을 많이 뒀죠. 당시 학문이라고 하면 흔히 서양 학문을 말했는데, “도대체 학문으로서의 유학은 뭔가”에 대해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게 됐죠. 그렇게 동양철학을 공부한 지 40년 된 거죠.

-- 왜 서양철학에서 동양철학으로 넘어오셨나요.

▲ 고등학교 때부터 철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철학에 인생과 우주의 답이 있다고 생각했죠. 군대 가기 전에 대학에 동양철학을 하는 교수가 없었어요. “그게 무슨 철학이냐”며 과목도 만들어주지 않았죠. 군대를 마치고 복학을 하니까 학교에 동양철학 교수가 생겼어요. 그때 ‘성학십도’ 강의를 했는데 그걸 보면서 “아, 이거구나” 한 거죠. 성인이 되기 위한 학문, 인간 완성의 학문이란 제목과 체계화된 그림은 큰 메시지를 던져줬죠.

서양철학은 과학적이고 객관주의적 사유죠. 객관적인 사유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자세 덕분에 과학이 발달한 거죠. 하지만 동양철학은 주체와 마음을 중시하죠. 마음을 중심으로 한 삶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근본이에요. 주체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을 하면 주객(主客)이 분리되지 않고, 자연에 대한 이해 수준을 점점 높여가다 보면 여기에 바로 답이 있는 거죠.

-- 동·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다릅니까.

▲ 서학의 학문은 객관적이에요. 객관적 인식이라는 것은 시대가 지나면서 끊임없이 달라지죠. 사물을 보고 사실을 정립해서 실험하고 답을 찾는 것인데, 몇백 년이 지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또 다른 가설과 정의가 나옵니다. 끊임없이 변화해 지금까지 온 거죠.

우리는 근대 과학 사상을 들여오면서 동양 사상을 관념론이라고 비판했어요. 하지만 정반대예요. 서양철학은 철학사의 과정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동양철학은 바로 해답을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죠.

도교에서는 답을 아는 사람을 진인(眞人), 지인(至人), 도인이라고 하죠. 학문을 통해 바로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변한 거죠. 변해야만 진리를 알 수 있고 실천하게 되죠. 불교에서는 답을 아는 사람을 보살이나 부처라고 하고, 유학에서는 선비, 군자, 현인, 성인이라고 부르죠. 동양철학은 그야말로 지행(知行), 즉 알고 실천하는 거예요. 알고 꾸준히 실천하면서 사람이 바뀌는 거죠.

-- 유학이 지향하는 학문의 목표는 ‘올바른 삶’이라고 하셨습니다.

▲ 학문은 실천에서 시작하죠. 유학에서는 소학 등의 규범적인 윤리나 도덕을 통해 학문을 시작하는데 윤리나 도덕이 목표는 아니에요. 처음에는 지혜가 열리지 않았으니까 옛날 성현들이 정해놓은 규범을 실천하는 거죠. 올바르게 실천하면서 생각하다 보면 마음과 몸이 변하고 사람이 변화하죠. 인간은 자신 속에 있는 게 다 드러나야만 진리를 알 수 있어요. 현인이나 성인이 되지 않고는 진리를 알 수 없는 거죠.

-- 어떻게 해야 현인이나 성인이 될 수 있습니까.

▲ 사서삼경(四書三經)은 현인이나 성인이 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이에요. 바로 알고 실천하는 문제죠. 관념적으로만 학문을 하는 학자들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교조주의자가 돼요. 관념적으로 학문을 하면 기억해서 가르치려고 하니까 개념에 매몰되고 자기 고집에 빠지게 돼요. 교조주의자가 학자가 되면 세상을 망치는 거죠.

유학은 정치와 관련이 많은데, 관념적이 되면 타락하죠. 정치인들이 문제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좋은 책을 본다고 좋은 학자나 정치가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인문학 이야기> “물질을 초월한 마음의 문화가 행복에 이르는 길” - 3

-- 왜 그렇게 퇴계에 골몰하게 되셨습니까.

▲ 주자의 인식론인 ‘격물치지’(格物致知)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어요. 시작한 지 2년 만에 연구 발표를 했는데 서양철학 하는 교수들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 “무슨 무당 푸닥거리 하냐”는 거예요. 충격을 받고 공부를 때려치울까도 생각했죠. 5년 만에야 석사 논문이 겨우 통과됐어요. 이후 1983년에 박사과정 들어갈 때 관심이 깊어졌죠. 퇴계를 보니까 저처럼 고생을 엄청나게 한 분이었어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율곡은 아주 천재형이고, 퇴계는 대기만성형으로 아주 반대죠. 퇴계는 문제의식이 엄청나게 깊었어요. 조금 아는 걸 가지고 안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퇴계가 공식적으로 학문적인 글을 쓴 게 53세 때에요. 그 전에는 시나 쓰고 그런 사람인 줄 알았죠. 퇴계를 정확히 알려면 세월이 더 지나야 할 겁니다.

-- 퇴계의 중심 사상은 무엇입니까.

▲ 인간 완성의 문제와 진리 인식의 문제를 동일시한 거죠. 처음부터 끝까지 유학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했죠. 그분은 핵심을 간추리는 것을 좋아하죠. 퇴계는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실천하면 한마디만 해도 충분하다네. 생각하지 않고 행하지 않는다면 만 가지 말인들 뭐하느냐”고 했어요. 또 “이전에 천 세대, 백 세대가 있었고, 앞으로 올 시대가 억만년”이라고도 할 만큼 생각의 범주가 넓고 통이 큰 사람이었죠.

--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 사람들이 과학이 전부인 줄 알고 있어서 그래요. 과학은 인간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 하는 거죠. 과학은 인간의 마음을 모르고,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부정해요. 과학에는 마음의 세계를 탐구하거나 마음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법이 없어요. 대상화되지 않은 것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심리학이란 것도 있지만 그것도 역시 과학이죠.

결국 과학을 하는 것은 인간인데 마음이 뭔지 모르니까 지배당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 ‘알파고’를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나요. 혹시 이게 인간을 지배하는 건 아닌가 하고요. 알파고가 과학은 할 수 있지만 성인은 결코 될 수 없어요. 인간이 지인이 되고, 부처가 되고, 성인이 되어야만 비로소 과학을 지배할 수 있는 거예요. 과학은 자연을 보여주는 것밖에 못 해요. 현상을 넘어선 본질의 세계는 인문학만이 할 수 있는 거죠.

-- 과학이나 물질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우리나라는 불교가 1천 년, 불교와 유교가 함께한 기간이 500년, 또 유교가 500년이었어요. 지난 2천 년이 마음 중심의 문화였죠. 그런데 이후에 마음 중심의 문화를 너무 쉽게 버렸고 심지어는 지금 마음의 문화를 관념이라고까지 생각해요.

관념은 우리 머릿속에 들어 있는 거예요. 즉, 정보가 관념이죠. 마음은 관념의 생산자이자 운용자예요. 마음을 가볍게 보니까 사람들이 깊이가 없어지고 자신감도 없어져요. 또 마음이 없으니까 거짓말도 잘하죠.

마음에 대해 깊은 인식이 없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훌륭한 사람은 마음이 사물을 초월할 때, 0.1㎜라도 마음이 물질 위에 있을 때 되는 거예요. 물질에 종속되어 있으면 욕망과 물질의 지배를 받게 되고 자유롭지도 못한 거죠.

부처, 진인, 성인은 모두 마음이 물질보다 살짝 초월한 상태의 인격이죠. 우리가 2천 년 동안 가꿔온 문화의 장점을 확실하게 알고 융합해야 해요. 마음의 문화가 주(主)가 되고 과학이 뒷받침하는 문화가 되어야만 개개인이 행복할 수 있고 세계사를 주도할 수 있고 남북통일도 할 수 있는 거예요.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통일은 될 수가 없어요.

-- 관념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자기 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아요. ‘극기’(克己)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일 가깝게는 습관의 극복부터 시작해야겠죠. 그걸 할 수 있는 것도 마음밖에 없어요. 마음의 힘이 세지면 의식 세계를 극복할 수가 있는 거죠.

‘경이직내 의이방외’(敬以直內 義以方外)라는 말이 있어요. “경으로써 내면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바깥을 방정하게 한다”는 뜻이죠. ‘경’은 마음이 삶의 중심이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예요. 경을 계속하면 마음이 밝고 튼튼하게 자리를 잡죠. 내면을 자꾸 돌아보고 흩어지지 않도록 하면 마음이 튼튼해지죠. 또 ‘의’는 바로 마땅함이죠. 그렇게 살면 자기 행동이 방정해지는 거죠. 바로 이 말 속에 몸 공부와 마음 공부가 다 있어요.

동양철학에서는 인간 속에는 진리가 담겨 있고 늘 빛나고 있다고 해요.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대중의 여론이 곧 하늘의 뜻이라는 뜻이죠. 마음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다 깨지는 거죠. 우리는 지금 마음에 대한 믿음이 깨진 시대를 살고 있어요. 정치인들이 유교 강의를 가장 많이 들어야 하는 사람들이죠.

-- 왜 마음에 대한 믿음이 깨진 건가요.

▲ 현재 사회 전반적으로 교육과 정치가 무너져 있어요. 답을 찾는 문화는 조선 시대 실학자가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어요. 세도정치기,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을 거치며 답을 아는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죠. 그런 문화가 100년이나 지속한 거죠.

답을 찾아서 실천하고 이게 전체적으로 연결되어야 사회 문제가 풀려요. 일상생활도 마찬가지고요. 일상생활에서 답을 찾아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지금은 자기의 주장만 강력하게 하면 되는 줄 알아요. 주장하기 전에 진짜 아는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그것이 답인가를 반성해야 하죠. 또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답을 찾아야죠. 그런데 이런 문화가 무너진 거죠.

경제 발전은 남을 흉내 내도 어느 정도까지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답을 모르면 더 나아가지를 못해요. 지금 우리 경제가 멈춰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제는 우리 답을 찾아서 전진해야 하죠. 동양철학에 바로 그 길이 있습니다.

-- 우리나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시나요.

▲ 현재 세계사적인 모순이 우리나라에 집약돼 있어서 답을 찾기가 참 어려워요. 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이 많죠. 국민은 답을 찾을 줄 알고 있는데, 정치가 모르고 있어요. 국민 속에는 하늘이 들어 있으니까 하늘로 향하는 길이 국민에게서 나오는 거죠. 주역의 원리에 따르면 문화는 동북방에서 시작해 동북방에서 완성돼요. 우리나라를 희망차게 보는 거죠. 국민이 바꾸려고 하면 뭔가 바뀌겠죠.

-- 마음에 꼭 담아두면 좋겠다는 말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퇴계 선생 문집에 있는 ‘고경중마방’(古鏡重磨方)으로 대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옛 거울이 오랫동안 묻혀 있었기에(古鏡久埋沒)/거듭 닦아도 빛이 잘 안 나지만(重磨未易光)/ 밝은 바탕이야 그래도 흐려지지 않는 법(本明尙不昧)/옛 선현들이 방법을 남겼다오(往哲有遺方)”

불교 1천 년, 유불교 500년, 유학 500년을 지냈으니까 우리 유전자에는 긍정적인 것이 많이 있어요. 정치와 교육만 좀 잘되면 누구보다 빨리 답을 찾을 수 있는 자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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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7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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