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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헨더슨의 48인치 드라이버는 알고 보면 보통 길이?

송고시간2016-06-15 07:03

그립 짧게 쥐는 습관 탓…그립 짧게 쥐면 정확도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한 '새별'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48인치 길이의 드라이버를 쓴다.

LPGA 헨더슨의 48인치 드라이버는 알고 보면 보통 길이? - 2

여자 프로 선수들이 주로 쓰는 드라이버보다 4인치가량 길다. 남자 선수들은 대개 45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48인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허용하는 드라이버 샤프트 길이의 한계다. 48인치를 넘으면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다.

샤프트가 길면 스윙 스피드가 빨라진다. 스윙 스피드가 빨라지면 비거리도 늘어난다. 대신 공을 정확하게 맞히기가 힘들다.

프로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드라이버 길이가 45인치를 넘지 않는 이유는 비거리는 조금 늘어나는 반면에 정확도는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너무 길고 무거워서 제대로 다룰 수 없다.

골프 클럽 피팅 전문가인 핑 골프 우원희 팀장은 "48인치짜리 샤프트를 끼운 헨더슨의 드라이버는 스윙 웨이트가 D6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48인치 샤프트를 끼우면 스윙 웨이트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자 프로 선수들이 쓰는 드라이버도 스윙 웨이트가 D5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우 팀장은 "여자 선수에게는 스윙 웨이트 D6 드라이버가 휘두르기조차 벅차다"고 말했다.

헨더슨이 이런 48인치 드라이버를 무리 없이 다루는 비결은 그립을 내려 잡는 것이다.

헨더슨은 드라이버 그립 끝이 손바닥 밖으로 한참 나올 만큼 그립을 짧게 쥔다. 정확하게 얼마나 내려 잡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상이나 사진으로 볼 때 2인치가 넘게 내려 잡는 것으로 보인다.

우원희 팀장은 "2인치만 내려 잡아도 스윙 웨이트는 D0로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D0는 보통 남자 아마추어 골퍼가 쓰는 드라이버 스윙 웨이트다.

또 그립을 내려 잡기 때문에 길이도 45인치 드라이버처럼 느껴진다.

헨더슨이 쓰는 48인치 드라이버는 사실은 45인치나 46인치 드라이버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헨더슨은 지난 2월부터 48인치 드라이버를 쓰기 시작했는데 비거리가 10야드 이상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헨더슨이 전에 쓰던 드라이버 길이는 47.25인치였다. 헨더슨은 작년에도 이 드라이버를 짧게 쥐고 쳤다. 47.25인치라도 너무 짧게 쥐는 탓에 실제 스윙 아크는 다른 선수들이 쓰는 45인치 드라이버와 다를 바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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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헨더슨은 왜 긴 드라이버를 짧게 잡고 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습관'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정민(24·비씨카드), 조윤지(25·NH투자증권), 김지현(25·한화) 등을 지도하는 안성현 스윙 코치는 "어릴 때부터 그립을 짧게 쥐는 게 더 편하고 익숙해서 프로 선수가 되어서도 그런 선수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어른 채로 골프를 배운 선수들이 주로 그립을 내려 잡는 경우가 많다. 몸집도 작고 힘이 약하니 클럽을 제대로 다루려면 그립을 짧게 쥘 수밖에 없다. 안성현 코치는 "요즘은 주니어 전용 클럽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예전에는 어른 채로 골프를 배운 선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헨더슨은 전문 코치 없이 골프광인 아버지에게 중고 채로 골프를 배웠다. 어른이 쓰던 중고 채였으니 자연스럽게 짧게 쥐고 쳤을 것이다. 헨더슨은 지금도 구닥다리 골프채를 잘 다룬다.

그립을 짧게 쥐는 남자 선수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그립을 짧게 쥐는 여자 선수는 드물지 않다. 남자 선수는 성장하면서 손목 힘이 강해지면서 굳이 그립을 짧게 쥘 필요가 없지만 여자 선수의 근력은 스무 살이 넘어도 그다지 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키가 작은 선수는 그립을 짧게 쥐는 습관을 좀체 버리지 않는다. 키 162㎝의 헨더슨은 큰 편은 아니다. 리디아 고도 키가 작다. 리디아 고 역시 그립을 짧게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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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버든 아이언이든 골프채를 짧게 쥐면 비거리가 짧아진다. 아이언은 1인치를 내려 잡으면 5야드가량 준다.

대신 샷이 정확해진다. 장타보다는 정교한 샷으로 승부를 거는 선수들은 그립을 짧게 쥐곤 한다.

프로 선수를 여럿 가르치는 고덕호 SBS골프 해설위원은 "그립을 내려 잡으면 거리는 덜 나가지만 샷이 정확해진다"면서 "샷을 더 정확하게 치려면 그립을 짧게 잡으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평소에 정상 그립을 하다가도 압박감이 심한 상황이거나 바람이 많이 불어 정확한 임팩트가 요긴하다고 판단되면 그립을 내려 잡는 선수도 많다.

안성현 코치는 "그립을 내려 쥐면 탄도가 낮아져 맞바람에도 제 거리가 난다"면서 "임팩트가 정확해지므로 실제 거리 차이도 그다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심리적 안정감이 커진다. 긴장도가 높을수록 채를 짧게 쥐라고 권유하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립을 내려 잡는 걸 권장하지는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전문가 나상현 SBS 골프 해설위원은 "그립을 내려 잡으면 리드미컬한 스윙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애써 맞춰놓은 스윙 웨이트도 다 달라지고 헤드 무게를 느끼는 스윙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안성현 코치도 "그립을 정상적으로 쥐고 치는 게 정상 아니냐"면서 "짧게 쥐는 건 어디까지나 편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헨더슨의 긴 드라이버와 내려 잡은 그립은 헨더슨의 개성일 뿐 따라 할 만한 건 아니라는 조언이다.

참고로 헨더슨은 지난해보다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약 14야드 늘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79.91%에서 65.94%로 뚝 떨어졌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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