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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약속이 현실로…박용재·박용하 '형제 시집'

'길이 우리를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국내 문단에서는 드물게 형제가 모두 시인으로 등단해 활동하는 박용재(56)·박용하(53) 시인이 함께 시집을 펴냈다.

두 사람의 시가 반반씩 담긴 시집 '길이 우리를 데려다 주지는 않는다'(문학세계사)가 최근 출간됐다.

형인 박용재 시인은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다 군 복무 중인 1983년 월간 시 전문지 '심상'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이후 1990년 스포츠조선에 입사해 문화부 연극 담당 기자로 20년 가까이 일하며 틈틈이 시를 써 시집 여섯 권을 냈다. '불안하다, 서 있는 것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등이 대표작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를 쓰며 시인을 꿈꿨던 형에 비해 동생인 박용하 시인은 뒤늦게 시에 입문했다. 대학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 198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하고 '문예중앙' 신인문학상도 받았다. 이후 잡지사와 출판사 등에서 잠시 일하기도 했지만, 거의 전업 시인으로 살며 '바다로 가는 서른세번째 길', '영혼의 북쪽'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이번 시집에 두 사람이 각자 쓴 '시인의 말'을 종합하면 시집을 함께 내자고 먼저 얘기한 건 30여년 전 형 용재 씨였다.

그는 동생 용하 씨가 스무 살에 쓴 습작 시를 형에게 보여주자 시 제목과 이름만 남기고 거의 모든 구절을 펜으로 뭉갠 뒤 "훗날 형제 시집 한 번 묶자"고 했다고 한다.

용하 씨는 당시 "무안하기보다 적개심 같은 게 발동했다"면서도 "오늘날 내가 몰락하지 않고 이렇게 버티고 있는 데는 형의 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는 걸 내 몸은 새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실제 신문사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문예지 신인문학상까지 받은 용하 씨는 형에게 "형, 우리 나중에 형제 시집 하나 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용재 씨는 동생이 시인으로서 더 앞서 있음을 인정하며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시를 써서 (동생이) 날 이길 줄 알았다. 참으로 괘씸한 놈이다"라며 애정 어린 질투를 했다.

이어 "그런데 난 참으로 좋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형제 시집을 내기로 했다"며 "시인 동생 박용하 고맙다. 세상살이에 지친 형을 다시 시인으로 돌아오게 만들어 주어서 참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형은 동생에게 시집의 앞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의 시를 뒤에 실었다.

"그런 것들을 사랑하리/서울에서의 삶은/환상도, 장밋빛 희망도, 모욕도, 환멸도/개똥도 아무것도 아니다//아닌 것들을 사랑하리……"(박용하 '아무것도 아닌, 그러나 전부인' 중)

"그대가 떠나던 길들/흐려지고/아직 떠나지 못하는 길들이/바람에 마르고 있는/꽃 지는 시간 속에서/너를 부른다./너의 정면에는/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장맛비가 내릴 것 같아/부르지 못하던 너를/떠난 뒤에 부른다."(박용재 '달아나는 사랑' 중)

30년전 약속이 현실로…박용재·박용하 '형제 시집' - 2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4 15: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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