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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왕'에서 '매치킹' 된 이상엽 "스트로크대회 우승도…"

2013년 심각한 드라이브 입스…잦은 OB는 입스 후유증
"이제는 OB 두려움 없어지고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 생겼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프로골프투어(KGT) 2년 차 이상엽(22)은 'OB왕'이다.

'OB왕'에서 '매치킹' 된 이상엽 "스트로크대회 우승도…" - 2

작년 신인 시절 10개 대회에서 줄잡아 서른 개가 넘는 아웃오브바운즈(OB)를 냈다. 당연히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상금랭킹 75위에 그친 그는 올해도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4월에 치른 시즌 개막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10위를 차지했지만 이어진 4차례 대회에서 두 번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고 컷을 통과한 대회에서도 바닥권이었다.

하지만 이상엽은 예선을 거쳐 간신히 출전권을 딴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했다. 64명 가운데 56번 시드를 받아 초반부터 강호와 맞붙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승승장구했고 황인춘(42)과 대결한 결승에서는 5홀을 남기고 4홀을 뒤지는 벼랑 끝에서 5홀을 내리 따내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썼다.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지만 이상엽은 'OB왕'의 오명을 벗지는 못했다.

6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13개의 OB를 냈고 결승전에서도 2개의 OB를 날렸다.

이상엽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OB가 없는 해외로 뜨고 싶다"는 농담과 함께 OB와 얽힌 일화로 시작했다.

그는 작년에도 이 대회에 출전했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

"OB를 너무 많이 내서 5홀 차로 대패했다"고 그는 깔깔 웃었다.

이상엽은 OB가 많은 이유를 "샷이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간단명료하게 밝혔다. 그는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 극심한 드라이버 입스에 걸렸던 적이 있다.

"2013년이었다. 대회에 나갔는데 1번 홀에서 드라이버가 엉뚱하게 맞았다. 거리가 반밖에 나가지 않았다. 2번 홀에서는 심한 훅이 났다. 3번 홀부터는 드라이버를 칠 수 없었다. 입스가 온 거였다."

이상엽은 1년 동안 드라이버 입스로 고생했다. 너무 괴로웠기 때문에 처음에는 입스에 걸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캐디를 보던 아버지 이해준(52) 씨가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극복할 방법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이상엽이 입스를 극복한 비결은 죽으라고 공을 치는 것이었다.

"어떻게 쳐도 안 맞으니까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티 없이도 쳐보고, 높은 티에 올려놓고 쳐보고, 낮은 티도 써보고, 하여간 별의 별 방법을 다 시도했다. 한 1년 그렇게 하니까 나아졌다. 입스 치료와 함께 2부투어 상금왕에 올랐다."

이상엽은 그러나 입스 후유증을 털어내지 못했다. 잦은 OB는 입스의 후유증이다.

드라이버 티샷 불안은 최대 약점이라고 이상엽은 인정했다. "OB가 안 날 때는 안 나지만 한번 나면 한 라운드에서 두 개나 세 개씩 나왔다"고 말했다.

이상엽은 황인춘과 결승에서도 OB 두 방을 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OB가 약이 됐다고 그는 털어놨다.

"OB 두방 내고 나니까 어느새 4홀차로 뒤졌다. 남은 홀이 5개뿐인데 4홀 차니까 졌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신기하게도 드라이버가 똑바로 갔다."

4홀 차로 뒤진 채 맞은 14번 홀(파4)에서 이상엽은 드라이버를 칠 생각이 없었다. 또 OB가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였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가 "어차피 진 경기인데 드라이버나 시원하게 쳐보자"고 권했다. 드라이버 티샷은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두 번째 샷은 핀 1.2m에 붙었다. 15번 홀(파4)은 드라이버로 원온이 가능한 곳이지만 이상엽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드라이버를 잡았다. OB가 걱정돼서 늘 3번 우드로 티샷하던 곳이다. 이번에도 "어차피 진 경기니까 팬 서비스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드라이버를 꺼내 든 이상엽은 원온에 성공했다. 18번 홀(파4)에서는 페어웨이 왼쪽으로 당겨치는 실수가 나왔지만, 파세이브를 했다.

이상엽은 "이번 우승으로 얻은 수확 가운데 가장 큰 게 OB에 대한 두려움 사라진 것"이라면서 "OB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도 없어진 것이지만 OB가 나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엽은 이번 우승의 공을 아버지 이해준 씨에게 돌렸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인 이 씨는 이상엽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휴가를 낸다. 주말도 반납이다. 이상엽이 KGT투어에 올라온 작년부터 딱 2개 대회 빼곤 모두 캐디로 나섰다.

이상엽은 아버지 이 씨에 대해 "한없이 너그럽다"고 말했다. 이상엽의 마음을 가장 잘 읽고,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아버지 이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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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의 둘째 형은 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회장을 역임한 투어 프로 이해우(55) 씨다. 이상엽이 골프를 시작한 계기도 백부 이해우 씨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 이해준 씨도 70대 후반 타수를 치는 아마추어 고수다.

8살 때 골프채를 손에 쥔 이상엽은 그러나 뜻밖에도 골프를 독학으로 익혔다.

"처음 골프를 가르친 코치님과 나중에 골프 스윙을 봐주신 백부님이 완전히 정반대라서 헛갈렸다. 그래서 나 혼자 깨우치겠노라 결심하고 혼자서 골프 스윙을 익혔다."

이상엽은 쇼트 게임을 비롯한 스킬 샷 레슨도 받지 않는다. "레슨 대신 대회 때 실수한 샷을 통해 배운다. 그렇게 배웠더니 잊어 먹지를 않는다."

이상엽은 "큰아버지가 투어 프로고, 국가대표에다 2부투어 상금왕을 거쳐 21살에 1부투어에 올라와서 2년 차에 우승까지 했으니 얼핏 보면 비단길을 걸은 것 같겠지만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남들 못지않게 연습도 많이 했는데 성적이 나지 않아서 자존감이 바닥이었다"는 이상엽은 "정말 죽도록 연습을 거듭한 게 그나마 그런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엽은 우승한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때도 왼손 손바닥은 찢어진 상태였다. 왼손 손바닥은 늘 찢어져 있다. 하도 드라이버샷 연습에 매달리다 보니 찢어진 상처가 나을 겨를이 없다. 그는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한다.

이상엽은 이제 스트로크 대회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상엽은 "드라이버가 불안한 내가 우승한 건 매치플레이 방식 덕은 본 게 사실"이라면서 "이제 스트로크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이번 우승이 우연히, 운이 좋아서 따낸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다짐이다.

이상엽은 우승한 뒤 동료 선수에게 전화를 받았다. 나이는 동갑이지만 이상엽보다 1년 늦은 올해 투어에 데뷔한 친구다.

그 친구는 "고맙다"고 했다. "우리가 맨날 하위권이라고 영원한 하위권은 아니라는 걸 네가 알려줬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고 그 친구는 덧붙였다.

"바닥에서 올라와서 우승한 저를 보고 누군가가 용기를 얻고 용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더없이 좋고 기쁘다"고 이상엽은 말했다.

이상엽은 약 2개월가량 투어를 쉬는 동안 드라이버 티샷 불안을 바로 잡는 데 초점을 맞춰 훈련할 계획이다.

"스트로크대회도 꼭 우승할 테니 지켜봐 달라"는 이상엽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kh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4 07: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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