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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 해? 어디 다녀?"…드라마들, 취준생을 품다

'미녀 공심이' '그래 그런거야' 등 취준생 등장시켜
불안한 청춘의 사랑과 미래 고민 다루며 현실성 갖춰


'미녀 공심이' '그래 그런거야' 등 취준생 등장시켜
불안한 청춘의 사랑과 미래 고민 다루며 현실성 갖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어떻게 지내? 무슨 일 하고? 어디…다녀?"

"아직…취업 준비해."

"아…그래서 연락 없었구나. 취직 못 한 게 뭔 죄도 아니고 연락을 딱 끊냐. 연락 좀 해라."

지난 12일 SBS TV 주말극 '미녀 공심이'에 나온 대화다. 취업 준비생인 주인공 공심이(민아 분)가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얄미운' 동창과 나눈 이 대화는 자극적인 양념을 좀 치긴 했지만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이 상시로 대면해야 하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 상황일 듯하다.

'취준생'이라 불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드라마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한 발 더 나가 '취포생'인 취업 포기생도 드라마 속 주요 인물로 배치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재벌 2세나 대기업 실장님, 의사·변호사 등 스펙 좋은 청년들이 주인공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그와 정반대 지점에 놓인 취준생, 취포생들도 주연 반열에 오르며 드라마가 최소한의 현실성을 갖추도록 잡아주고 있다.

"무슨 일 해? 어디 다녀?"…드라마들, 취준생을 품다 - 2

◇ "취직, 너무 엄청나게 큰일이라 아예 포기한단 거에요"

SBS TV 주말극 '그래, 그런거야'의 세준(정해인 분)은 취포생이다. 드라마는 지난 2월 시작과 동시에 의사 아버지를 둔 중산층 집안의 막내아들 세준이 취업 포기를 선언하며 일대 소란이 이는 상황을 그렸다.

형은 아버지에 이어 의사이고 누나는 패션 에디터로 잘 나가는데, 어린 세준은 취업의 벽이 너무 높아 일찌감치 두 손을 들어버렸다.

세준은 "취직, 너무 엄청나게 큰일이라 아예 포기한단 거에요. 취준생이 60만이 넘었대요. 저 그저 보통 머리밖에 안 되는 놈이에요. 머리 터지게 공부에 매달리기도 싫고, 바늘구멍 통과할 자신 절대 없고요"라고 선언하며 부모를 뒤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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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공심이'의 공심이는 수없이 취직에 실패하자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겼다. 그래서 탈모를 가리기 위해 가발까지 쓰게 됐는데, 대학에서 원예를 전공하고 외모에서도 볼품이 없는 공심이는 입사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지거나 겨우 올라간 면접에서 면박을 당하고는 한다.

공심이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일을 찾는다. '그래, 그런거야'의 세준과 달리 신용불량자인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공심이는 취업을 위해 늘 귀를 쫑긋 세우고 어디든 달려나갈 준비를 하며 간절하게 직장을 구한다.

지난해 황정음의 열연이 돋보였던 MBC '그녀는 예뻤다'의 김혜진은 소원이 사원증을 목에 걸어보는 것이었을 정도로 취업에 목말라 있었다. 역시 집안을 부양해야 하는 김혜진에게는 업종 불문, 월급을 고정적으로 받는 직장을 구하는 게 절체절명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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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한테는 지금 제가 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누구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기를 꿈꾸지만 취포생과 취준생에게는 많은 게 사치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흙수저 취준생과 재벌 2세의 사랑을 그리는 코미디 '미녀 공심이'에서도 공심이에게 사랑은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재벌 2세 석준수(온주완)가 공심이에게 "나 공심 씨 좋아해요. 좋아해도 되죠?"라고 돌직구 고백을 하지만, 이같은 고백을 아르바이트를 하던 고깃집에서 들은 공심이는 정중히 거절한다.

한때는 석준수를 보며 가슴이 뛰었던 공심이지만 애써 들어간 직장에서 잘려버린 직후인 공심이는 "저한테는 지금 제가 제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석준수는 공심이에게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이지만 공심이는 드라마의 주인공답게 '무임승차'를 거절하고 자신의 자아를 찾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임을 선언한다. 사랑도 좋지만 지금은 사회적으로 자존감을 확인시켜줄 일이 더 절박하다는 스스로의 고백이자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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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래, 그런거야'는 취포생 세준과 잊혀져가는 배우 나영(남규리)의 사랑의 도피로 발칵 뒤집혔다. 이들은 공심이와 반대로 용감하게 사랑을 택했다.

가족들과 어른들의 눈에는 '이보다 철딱서니 없고 대책 없는 어린 것들'이 없지만, 피가 끓는 20대 청춘에 주변의 손가락질이나 실망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나영을 부잣집에 시집 보내 팔자를 고치려는 엄마(임예진)의 눈에 세준은 "편의점 알바나 하는 한심한 놈"이다. 또 지난 10년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불러주는 데가 없어서 엄마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는 나영도 세준의 집안에서 보기엔 탐탁지 않다.

하지만 세준은 "제 조건이 불만스러우신 거 안다. 그렇지만 청년의 미래는 누구도 모르고 조건과 사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라고 당당하게 나섰다.

◇ "왜 꼭 남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냐 말이야"

'그래, 그런거야'의 세준은 취포생이지만 백수를 꿈꾸는 게 아니다. 그에게는 여행가라는 청운의 꿈이 있다.

취직을 하기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그렇게 어렵게 취직이 돼도 그 인생이 과연 행복할 것이냐는 질문을 세준은 한다.

세준은 "20대 평사원도 희망퇴직 권고받는 세상이야. 1년 알바해서 1년 여행하며 살면 안 될 게 뭐냐고. 왜 꼭 남들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느냐 말이야"라고 외친다.

그는 또 "졸업하고 빚 없는 것만도 감사한 시대. 우리가 바로 그 시대의 젊은이라고요. 말이 좋아 청춘이지. 서럽고 괴로운 청춘…"이라고 자조하면서 자유롭게 여행가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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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절박했던 공심은 다단계 회사에 발목이 잡힐 뻔도 했고, 애써 제주도로까지 가서 취업한 회사에서는 사장이 월급을 들고 도망가는 일까지 당하자 절망에 빠진다.

그런 그를 찬찬히 지켜보던 안단태(남궁민)는 12일 방송에서 색연필과 공책을 사주며 "나는 공심 씨 그림이 좋더라고요. 일단 아무리 유명한 작가도 작은 팬 한 명부터 시작했겠죠"라고 격려한다.

당장은 취업이 절박하겠지만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심이가 재능이 있고 잘하는 일에 용기를 내 매진하기를 기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tvN '또 오해영'의 박훈(허정민)은 음향감독인 형(에릭) 밑에서 착실히 직업 수련을 받으면 앞으로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는 '되지도 않아 보이는' 영화 시나리오를 쓰며 자신만의 포기할 수 없는 꿈을 키운다.

이들 인물은 취업이 힘겨운 청춘과 그러한 취업 문제를 넘어 꿈을 키우고 사랑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조명하며 땅에 발을 붙인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4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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