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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신공항> 10년 끈 논란…선정 이후 '후폭풍'은 불가피

김해공항 포화 예상에 사업 재검토…외국기관 외부용역에 일임
경제 논리 넘어선 정치 쟁점화에 우려 목소리도
김해공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해공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1992년 부산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된 것이 출발점이고,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다.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첨예한 지역 갈등을 계속 유발하면서 영남권과 정치권의 '화약고'가 됐다.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은 그 배경이 된 항공수요 조사에서부터 후보지 경제성, 용역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막론한다.

용역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지자체 간 대립과 정치권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조기에 잘 봉합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공항 왜 필요할까…"김해공항 포화 때문"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2013년 동남권 신공항을 재검토한 것은 처음 사업을 백지화했던 2011년 예상했던 것보다 김해공항 수요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해공항 국제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9년 이뤄진 과거 수요 조사에서는 2012년 김해공항 수요 예측치가 700만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900만명으로 더 많았다.

또 당시에는 김해공항 국제선 연간 이용객이 2020년 566만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미 지난해 595만여명까지 늘었다.

해당 수요 조사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 항공 수요가 급감했을 당시를 근거로 했다.

그때와 경제 여건이 달라진 데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빠른 성장으로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수요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국토부는 재검토를 시작하고 1년 뒤인 2014년 영남지역 항공수요 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김해공항은 2015∼2030년 항공수요가 연평균 4.7% 증가해 2030년에는 현재의 2배가량인 2천16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에는 1천678만명으로 늘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김해공항의 국제선 노선은 2000년 7개국 14개 도시에서 지난 4월 기준으로 12개국 38개 도시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운항 편수가 급증하면서 조만간 활주로 부족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공항 논의가 진전될 수 있었던 것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사비 투입 규모를 축소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백지화 이전 각 시·도는 예상 공사비를 10조원 이상으로 잡았으나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였다.

◇ 입지 선정 절차와 기준은…전문가 회의서 정했으나 비공개

지난 2월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중간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영남권 신공항 용역수행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자회사 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 시니어 어드바이저(아래 오른쪽 둘째)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12일 서울 청파로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중간 보고회가 열렸다.
사진은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영남권 신공항 용역수행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자회사 ADPi의 장 마리 슈발리에 시니어 어드바이저(아래 오른쪽 둘째)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작년 6월부터 5단계로 나눠 입지 선정을 진행해왔다.

▲ 지난 연구결과와 개략조사를 통해 잠재적 후보지 선정 ▲ 합격/불합격(pass/fail)으로 후보지 압축 ▲ 후보군 내 평가 등을 통해 후보지 압축 ▲ 평가 방법 결정 ▲ 입지평가와 최적 대안 결정 순이다.

입지평가 시 고려사항으로는 공항운영(기상·관제·장애물 등), 후보지 여건(시장성·확장성·접근성 등), 사회·환경(소음·지역경제효과·환경성 등), 비용, 사업 추진 용이성 등이 포함된다.

ADPi는 지난달 25∼27일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평가항목과 항목별 가중치, 배점 기준 등을 정했다. 다만 용역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ADPi는 막바지 세부 심사를 거쳐 사업 타당성과 신공항 입지를 포함한 용역 결과를 이달 24일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입지가 결정되면 내년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와 2018년 기본 계획 수립, 2019년 설계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20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사업 타당성·과도한 유치경쟁 등 논란 여전

이번 용역 결과에 따라 밀양과 가덕도 중 한 곳으로 신공한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권 신공항 밀양 조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남권 신공항 밀양 조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제시한 수요 조사 자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해공항의 항공 수요가 달라졌다고 해서 신공항이 바로 사업성과 경제성을 확보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오류라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로운 공항을 지으면 2천만명의 연간 여객 수요가 신공항으로 몰려간다는 수요 조사 자체가 아예 잘못된 것"이라며 "10조원이나 들여 신공항을 지어놓고 막상 수요가 없으면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미 한차례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두 후보지를 그대로 재검토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2009년 타당성 조사 때 밀양과 가덕도는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각각 '0.73'과 '0.70'으로 '1'에 못 미쳤다. 정부의 국책사업 평가에서는 B/C가 1 이상이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무엇보다 신공항 사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과도한 유치전으로 지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영남권이 분열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경남, 울산은 밀양을, 부산은 가덕도를 각각 지지하면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상대 후보지를 깎아내리고 용역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조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남권 신공항 가덕도 조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화약고' 된 신공항…후폭풍 우려

신공항 건설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국책사업을 떠나 하나의 정치적 쟁점이 됐다.

2011년 백지화 당시에는 지역 갈등과 반발이 최고조에 이르러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재검토 결과 발표가 임박한 현재 지역 갈등은 예전 못지않게 첨예하다.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겼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면 한쪽이 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공항이 만들어지면 지역 경제 개발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다 보니 정치적 쟁점이 된 것 같다"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지역 갈등으로 비화하면 이후 절차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져 공항 건설이 늦어지는 등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도 상당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사업이 백지화되지 않는 이상 표심 '텃밭'이 둘로 갈라질 상황에 처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부산과 나머지 4개 시·도 의원으로 나뉘어 갈등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처럼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이 앞으로 벌어질 지역 갈등과 후유증을 치유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허희영 교수는 "정치권이 갈등 조정을 하긴커녕 포퓰리즘적인 발언을 일삼는 등 논란을 부추겼다"면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실패할까 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4 07:0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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