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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성 인류학자의 학문적 교감을 넘어선 사랑

신간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1887∼1948)는 우리에게 일본문화 연구서 '국화와 칼'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보다 10여 년 앞서 쓴 '문화의 패턴'(1934)을 그의 대표작이자 문화인류학의 고전으로 꼽는다.

북아메리카와 뉴기니의 세 원시부족을 관찰해 문화상대주의를 옹호한 이 책은 미국 문화의 남성 중심주의와 물질주의, 나아가 서구 중심의 사고가 팽배한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두 여성 인류학자의 학문적 교감을 넘어선 사랑 - 2

청각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린 베네딕트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대학 조교 시절인 1922년 학문적 교감을 주고받는 관계를 넘어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마거릿 미드(1901∼1978)를 만난다. 미드는 얌전함이나 아름다움 같은 여성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완고하고 따지기 좋아하는" 남성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베네딕트의 문화상대주의 연구를 이어받고 사회운동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신간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두 사람의 인류학 연구, 우정을 넘어선 사랑을 그린 책이다. 미드는 베네딕트 사후 그의 전기를 쓰기도 했는데 이 책은 20세기 전반을 지배한 서구·남성 중심의 편견에 맞선 두 사람의 평전이다.

여성차별과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오늘날도 만만찮은데 한 세기 전에는 오죽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동성애를 '진화상의 퇴화'로 받아들인 때였다. 베네딕트는 대중적 성격도 띤 저서로 명성을 얻고 컬럼비아대 인류학과를 실질적으로 이끌었지만 남성 전용인 교수식당에 출입하지 못할 정도였다.

남녀간 또는 동성간 관계에 대한 사회의 주된 사고방식이 둘의 관계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요즘 말로 '소울메이트'라고 할 법한 여성끼리의 낭만적 우정이 유행했다. 친밀한 정도를 넘어 '열정적인' 관계도 맺었지만 어디까지나 이성애가 질서정연한 사회의 필수요소라는 전제 하에서였다. 자유연애를 신봉한 두 사람은 다른 남성과 결혼하고도 관계를 끊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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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각자의 대표작인 '문화와 패턴'과 '세 부족사회에서의 성과 기질'(1935)을 통해 당대 사회를 지배하던 사고방식에 도전했다. 베네딕트는 공격적 남성성을 비판했다. 미드는 고정된 성별 역할이 생물학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유년기부터 특정한 성적 정체성을 강요받은 결과로 파악했다. 두 저서는 모두 "한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의 유형이 다른 사회에서는 정상으로 간주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한 조처였다."(462쪽)

두 사람에게 이론적 토양을 제공한 프란츠 보아스(1858∼1942)의 문화인류학 연구, 청소년 성장과정 연구 방법을 둘러싼 미드와 뉴질랜드 인류학자 데릭 프리먼의 논쟁 등을 통해 20세기 인류학의 주요 흐름도 읽을 수 있다.

현암사. 로이스 W. 배너 지음. 정병선 옮김. 816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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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3 06: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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