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미래소득 빼앗는 채무, 거부하는 게 오히려 도덕적"

송고시간2016-06-12 15:33

'크레디토크라시' 저자 앤드루 로스 "학자금 대출은 기한부 노예계약"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도덕적 해이는 은행들이 자신의 주장을 위해 사용하는 무기입니다. 하지만 채무자의 미래소득 박탈을 강요하는 행위는 임금 절도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채무는 거부하는 게 오히려 도덕적입니다."

'크레디토크라시'의 저자인 앤드루 로스 미국 뉴욕대 사회문화연구대학 교수는 12일 한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강연에서 채무자 스스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비도덕적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 교수는 현대를 금융자본을 비롯한 채권자들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시대로 진단한다. 크레디토크라시(creditocracy)는 채권자를 뜻하는 'creditor'와 체계를 뜻하는 '-cracy'의 합성어다. 부당한 채무는 거부하고 부채의 지배에 저항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학자금 대출이 대표적이다. 로스 교수는 "단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교육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는 거부해야 한다. 은행가들이 사기와 반사회적 행동을 쉽게 중단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환 자체가 도덕적으로 유해하다"며 학자금 대출을 '기한부 노예계약'에 비유했다.

그는 "주거권과 마찬가지로 교육권도 대출에 접근할 권리로 대체됐다"며 "학자금 대출은 핵심적 공공재를 악명높은 빚의 덫으로 만들었고 부유층 자녀만이 여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억누르는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로스 교수는 '크레디토크라시'에서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안겨주거나 공동체에 손상을 입히는 대출, 상환능력이 없는 차용자에 대한 대출, 공공재 이용 권리를 침해하는 대출을 '부당한 채무'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크레디토크라시는 미상환 대출을 늘려 이윤을 창출하는 체제다. 그는 "금융업자의 목표는 가능한 모든 자산과 소득을 부채로 에워싸 안정적으로 이자를 산출하는 것"이라며 "채권자들은 빚을 다 갚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상환만 하고 원금은 절대 줄지 않는 채무자, 즉 회전결제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로스 교수는 부채저항운동 이론의 설계자이자 부실채권을 사들여 빚을 탕감해주는 '주빌리 프로젝트'로 3천만 달러(약 349억원)의 부채를 해결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크레디토크라시를 무너뜨리려면 빚 탕감 운동에서 나아가 조직적인 부채저항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산업화 시대에 임금투쟁을 벌였다면 오늘날 투쟁은 부채를 중심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임금투쟁이 수명을 다해서가 아니라 부채는 미래의 임금이고 채권자가 먼저 청구권을 주장할 임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절대 갚을 수 없는, 갚아서도 안 되는 빚에 쪼들리는 사회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채권자 계급의 억압을 제어하지 못하면 채무노예제 사회가 됩니다. 민중이 스스로 채무탕감의 과제를 이행해야 합니다"

dada@yna.co.kr

"미래소득 빼앗는 채무, 거부하는 게 오히려 도덕적" - 2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