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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 이불 깔린 곳…사랑 넘치는 '강아지 번식장' 있다

송고시간2016-06-14 07:09

비난여론 속 불법 번식장 음성화 우려…정부 전수조사 실효성 의문

"애완견 가축으로 분류한 축산법 바꾸고, 번식장 허가제 전환해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군 청성면 외곽에 자리잡은 '동막골 농장'은 강아지 번식장이다.

70여마리의 포메라니안이 집단 사육되면서 새끼를 생산한다.

이곳에는 여느 번식장처럼 어둡고 악취 나는 견사나 어미 개를 가둬놓는 비좁은 철망 케이지가 없다.

에어컨과 공기 정화기까지 갖춘 실내 사육장은 넓고 쾌적하다. 출입문을 열면 어른 허리 높이의 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진 마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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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주인 한모(51·여)씨는 "개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만든 놀이터"라고 말했다.

한씨는 5년 전 이곳에 이사하면서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2014년 정식으로 동물 생산업 신고를 했고, 한국애견연맹에도 가입해 전문 '브리더'(breeder)의 길을 걷고 있다. 브리더란 견종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교배·번식을 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혈통 좋은 부모견을 확보해 도그쇼 출전 등을 목표로 개를 번식시키는 데, 그녀는 아직 이 정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남편이 은퇴하고 나면, 제대로 브리더의 길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견사는 살림집 바로 옆에 붙어있다. 안은 2×1.2m 크기의 널찍한 사육장 10여개로 꾸며져 있는 데, 개들은 주로 여기서 생활하며 야외 운동장에 나가 뛰어 논다.

저마다 이름이 있고, 그날 그날의 개체 상태를 기록한 관리카드도 따로 작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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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또 다른 강아지 번식장인 '화이트리본'에서도 60여마리의 말티즈가 사육되고 있다.

독립 건물인 견사 안은 다닥다닥 이어진 철망 케이지 대신 널찍한 칸막이 구조로 꾸며져 있다.

칸칸마다 어른 서너명이 드러눕고도 남을만한 공간인데, 뽀송뽀송한 이불이 깔려 있고 그 위에 3∼5마리의 개가 들어있다.

주인 정모(54·여)씨는 "돈벌이에 앞서 개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며 "매일 바닥의 이불을 걷어 내 세탁하고 목욕 등 개체관리를 하다보면 허리 펼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 "깨끗한 곳도 많은 데…번식장 도매금 매도 억울"

'강아지 공장'이라고 불리는 불법 번식장의 열악한 환경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애견숍 유리상자 안에 앙증맞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강아지가 사실은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동물학대 논란도 뜨겁다.

강아지 번식장은 대부분 '뜬장'이라고 불리는 철망 케이지 구조로 돼 있다.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서 어미 개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더 많은 출산을 위해 발정 유도제 주사를 맞기도 한다.

그러나 전국의 모든 번식장이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것은 아니다.

비좁은 뜬장 대신 개를 풀어서 사육하거나, 마음껏 뛰어놀도록 운동장 시설을 갖춘 곳도 있다.

정씨는 "나름대로 동물 복지를 실현하면서 깨끗하게 관리되는 번식장도 많은 데, 모두가 도매금으로 매도 당해 안타깝다"며 "요즘 같어서는 누구에게 직업을 밝히는 게 창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분위기가 불법 번식장을 더 외진 곳으로 숨어들게 하거나 음성화하도록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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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번식장 실태가 드러난 뒤 유명 연예인 등이 앞장서 '강아지 공장' 철폐를 요구하고,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강아지 판매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장) 강아지를 사지 말고,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반려견 분양시장은 급속히 얼어붙는 분위기다.

대전의 대표적 애견 거리인 대흥동 일대 애견숍은 최근 찾는 이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고, 거래량도 급감했다.

한 애견숍 관계자는 "주말에는 4∼5마리씩 나가던 강아지가 절반도 안 팔린다"며 "수요가 줄면서 경매가격도 곤두박질해 말티즈나 푸들 같은 견종은 5만∼10만원에 받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궁지 몰린 번식장…몰아붙인다고 해결 안 돼

정부에서 2012년 동물생산업 신고제를 도입한 이후 지난달 전국 지자체에는 187곳의 동물 생산업소가 신고됐다.

경기도가 47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44곳)과 충북·전남(각 21곳) 순이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불법 운영 중인 번식장까지 합치면 최대 1천여 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이보다 훨씬 많은 3천곳에 달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강아지 공급 환경을 바로 바꿀 수 없다면 신고제인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 복지를 고려한 생산 기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처럼 정부에서 사육 규모나 번식 횟수, 판매할 수 있는 개월 수 등 각종 기준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동물보호연대 김영환 간사는 "당장은 불법 시설의 현황을 파악하고 체크하는 게 급하다"며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와 더불어 전국 20여곳에 이르는 사설 경매장을 통해 공급시설을 역추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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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불법 시설이라도 무조건 몰아 붙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불법 번식장은 변변한 사육시설조차 갖추지 못했을 정도로 영세하다.

경영 사정이 나빠지면 사료 급여량과 등급을 낮추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살아있는 개를 굶기거나 방치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번식장 대부분이 외진 곳에 자리잡아 적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국반려동물총연합회 이보영 사무국장은 "번식장 자체를 동물학대 장소로 취급하는 접근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좋은 시설에서 반려견을 가족처럼 돌보는 사육장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려견을 가축으로 분류해 소·돼지 등과 동일하게 축산법으로 관리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동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이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생산업소 전수조사 계획을 밝힌 정부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조사 일정과 방식 등을 밝힐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은 동물생산업 허가제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제출을 준비 중이다.

여론에 등 떠밀려 철저한 준비과정 없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한 의원 측은 "동물보호단체의 시각은 반려동물이 더는 상업적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공급환경을 바꿀 수 없는 만큼 사문화된 법부터 고치자는 것"이라며 "합리적 대안을 찾기 위해 동물보호단체 및 생산자 등과 한 두 차례 모임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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