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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입구에 공장 들어선후 주민 3분의 1이 '시름시름'

함안군 칠북 가동마을 "유해물질 배출 도장·주물공장 의심"
함안군청 "질병과 공장 상관관계 드러난게 없다"

(함안=연합뉴스) 황봉규 박정헌 기자 = 평화로웠던 경남 함안군의 한 농촌마을에 근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12년께부터다.

건강했던 마을 주민이 한 사람씩 이유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시름시름 앓아눕기 시작했다.

30여 가구가 사는 함안군 칠북면 가연리 가동마을 주민 중 3분의 1 정도가 뚜렷한 원인도 없이 질병에 걸렸다.

식도암, 뇌종양, 녹내장, 악성 혈액염, 폐 질환 등 증세도 심각하다.

머리가 멍하거나 두통, 눈이 흐릿하거나 기관지염 등은 이곳 주민이 흔하게 겪는 증상이다.

가동마을 주민은 이러한 질환들이 발생한 원인으로 2007년부터 마을 입구에 들어선 5개 공장을 의심하고 있다.

도장·주물 등 작업공정에서 유해물질이 배출되는 업종의 공장들이다.

주민들은 그 원인을 밝히고자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12일 '함안 칠북 가연산단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알류미늄판을 절단하고 도장, 조립 등 공정을 하는 항공부품 제조업체와 주물공장 등 5개 공장이 마을입구에 들어섰다.

이들 공장이 들어선 이후 마을은 악취로 가득했다.

이후 5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 상당수가 시야가 흐릿하게 보이는 시력 이상 증세나 두통 증상이 나타났다.

급기야 집이 공장과 인접한 배모(70) 씨는 식도암이 발병해 수술을 받았고, 머리가 멍한 증세가 계속돼 뇌종양 수술까지 받았다.

배 씨와 이웃한 이모(60) 씨는 신장에 이상이 생겨 신장 혈액투석을 받다가 결국 신장이식수술을 했고 녹내장 증세로 실명 위기에 처했다.

또 다른 배모(80) 씨는 평소 논농사를 직접 지으며 건강했는데 갑작스러운 폐 질환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

최근에는 이웃 마을에서 농촌에서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60대 남성이 건강검진에서 폐 질환 증세를 진단받기도 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주민 질환과 마을입구 공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 배수영 위원장은 "공장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황산화수소가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 발생원인물질인 PM2.5와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등을 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은 마을입구 공장들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함안군과 환경부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함안군은 2014년에 마을과 도랑 하나를 사이에 두고 3만7천여㎡ 규모의 가연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

마을 주변 전체를 19만5천여㎡의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환경부 역학조사 등을 시행해 주민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가연산업단지 조성 반대와 함께 이미 조성된 개별공장 철거, 마을 전체를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면 마을 전체 이주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을입구에 공장 들어선후 주민 3분의 1이 '시름시름' - 2

이에 대해 함안군은 주민 질환 발생과 공장이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아직 드러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함안군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마을 5개 공장의 공정과 사용 원료, 위치 등을 조사했다"며 "민원인이 두통 등 질환이 유해물질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의학적 상관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민원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민원인 주장처럼 해당 공장들로부터 인체에 해가 되는 유해성 물질이 흘러나오고 있는지 살펴보는 단계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환경부도 현장 조사를 했지만, 역학조사를 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원인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올려 현장 조사를 했다"며 "현장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나서 역학조사를 시행할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작은 농촌마을을 공포로 몰고간 심각한 질환 원인을 밝히는 작업이 곧 시작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3 07: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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