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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인 입양청소년 멘토' 호주배우 라챕맨 "나도 경계인입니다"

부산서 태어나 4살때 호주 입양 "이중 정체성, 숙명이라 여기니 편해지더라"
"입양인 연기 지도하며 힐링…한인 입양인 성장스토리 연극무대 올릴 것"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저는 한국계 호주인이지만 양쪽 어디에도 진정한 소속감을 갖지 못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같은 처지 청소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려고 연기 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배우로 활약하는 한인 입양인 라챕맨(35·여·한국명 이라경) 씨는 한인 입양 청소년의 멘토로 불린다. '한국 입양인 호주 네트워크'(KAIAN)의 소속으로 청소년 캠프에 참여해 경험을 나누고 상담 봉사를 벌이고 있다. 1년 전부터는 호주 입양 청소년을 위한 무료 연기클래스도 운영한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 회장 정애리)가 지난 1일부터 2주 일정으로 주최한 '입양인 서머캠프'에 참석한 이 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에는 입양인이라는 게 싫었고 백인이 되고 싶어했다"며 "이중 정체성을 갖고 사는 게 숙명이란 걸 받아들인 후 편해졌고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출생인 그는 동방사회복지원을 통해서 4살 때 호주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지만 어려서부터 부모와 다른 피부색으로 고민도 많았다.

"동양인이 거의 없는 시골 마을에서 성장하다 보니 유독 저만 사람들과 다르다는 게 힘들게 했죠. 어려서부터 늘 너는 한국에서 입양했지만 우리 가족이고 딸이라고 부모가 감싸준 것이 큰 힘이 됐습니다."

이 씨는 호주인들이 애청하는 가족드라마 '네이버스'(Neighbours)에서 입양인 역할로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죄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감옥 드라마 '웬트워스'(Wentworth)를 통해 미국 시청자에게도 얼굴을 알리는 등 배우로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입양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기클래스를 열었다. 주 1회 연기를 가르치는데 현재 8명의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연기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마음속 응어리를 밖으로 표출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고 있다"며 "신청자가 많은데 수업을 늘리고 싶어도 입양인 출신 배우를 구하기 어려워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방사회복지원을 통해 4년 전 생부를 처음 만났다는 이 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부모가 헤어지면서 아버지가 나를 맡았는데 생활고로 결국 입양기관에 보내졌다"며 "아버지는 지금도 만나면 첫 마디가 '미안하다'는 말이다"라고 친부와의 사연을 소개했다.

친모도 만나고 싶지만 입양기관에서는 아무런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생부는 알고 있겠지 싶어서 몇 번 물어봤지만 대답을 회피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말 못할 사연이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다그치지 않고 언제고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중이란다.

서머캠프에서 전 세계에서 온 40여 명의 입양인을 만나 서로 처지를 응원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는 한국인 가정에서의 홈스테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홈스테이 가족이 정말 따듯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상상만 했던 단란한 한국 가정을 엿본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입양되지 않았다면 이런 가정에서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리기도 했죠."

섬머캠프 기간에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 이 씨는 "호주 여성은 좀 더 독립적이며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으로 격려를 받는데 한국 여성은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더 가치를 두고 사는 것 같다"고 차이점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가 진정으로 한국인이 되려면 좀 더 한국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현재 그는 한인 입양인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시드니영화컴퍼니에서 감독 수업을 받고 있다. 아시아계 여성을 위한 정부 프로그램으로, 연극·영화의 제작 전반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다.

"한인 입양인들은 모두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두 문화가 너무 다르다 보니 한국에 와도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현실이죠. 반면에 두 문화를 잘 받아들이면 장점이 많은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한인 입양인의 성장 이야기로 무대를 꾸며보려고 합니다."

<인터뷰> '한인 입양청소년 멘토' 호주배우 라챕맨 "나도 경계인입니다" - 2

wakaru@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2 07: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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