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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왕훈의 데자뷔> 트럼프, 히틀러, '고드윈의 법칙'

<추왕훈의 데자뷔> 트럼프, 히틀러, '고드윈의 법칙' - 2

(서울=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언행은 여러모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의 파시스트 지도자들, 다시 말해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나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와 닮았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위에서 그의 얼굴에 히틀러의 콧수염을 합성한 사진이 피켓에 나붙거나 시위 참가자들이 '트럼프는 파시스트'라는 구호를 외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미국 정치 평론가들과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파시스트인지에 대한 논의도 분분하다.

트럼프를 보면서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외국인 또는 이민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멸시와 증오를 부추기는 언사다. 불법 이민자, 무슬림들을 쫓아내거나 차단하고 '위대한 국가'를 만들자는 트럼프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히틀러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미디어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능력과 스스로 소외당했다고 생각하는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끌어내는 방식에서도 트럼프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닮았다. 트럼프가 연설할 때 몸짓이나 표정은 섬뜩할 정도로 무솔리니와 유사하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공항의 격납고에 모여든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은 이미 1932년에 히틀러가 연출해 독일은 물론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선례를 그대로 따른 느낌을 줬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멸시하던 기존 엘리트층이 일단 권력의 추가 기울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앞을 다퉈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지금의 공화당 상황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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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히틀러, 무솔리니에 비유하고 그를 파시스트로 규정하는 코멘트가 인터넷, SNS에서 난무하는 지금 26년 전에 만들어진 '고드윈의 법칙'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인 1990년 텍사스대 로스쿨 학생이던 마이크 고드윈은 PC 통신 게시글들을 분석한 결과 열띤 논쟁이 장기화할수록 상대방을 히틀러나 나치에 비유하는 코멘트가 나올 확률이 '1'에 수렴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고드윈의 법칙'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느 정도는 해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이 '법칙'은 인터넷 시대 이후 널리 공감을 얻어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될 정도로 대중성을 얻게 됐다. 맥락에 따라 이 용어의 의미는 달리 쓰일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 "고드윈의 법칙이 증명됐구먼"이라는 코멘트는 "논쟁이 과열돼 상대방을 매도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니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고드윈은 최근 미국과 유럽 언론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트럼프를 섣불리 히틀러나 나치에 비교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고드윈의 법칙'이 논쟁을 더욱 사려 깊게 만드는 계기로 활용됐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홀로코스트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감에서 히틀러나 나치를 거론하는 것이겠지만, 잘못된 비유는 오히려 망각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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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부상 이후 고드윈 못지않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파시즘 연구의 대가인 로버트 팩스턴 미국 컬럼비아대 명예교수다. 그는 미국 인터넷 언론 슬레이트 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주장 가운데 일부와 그의 언행이 히틀러나 무솔리니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를 파시스트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파시스트를 연상케 하는 언동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된 것은 아니라고 추측한 팩스턴 명예교수는 "별로 학구적이지 않은 그가 히틀러나 무솔리니에 관한 책을 읽어본 적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팩스턴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의 미국은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세계 최강이고 경제도 그리 나쁘지 않아 히틀러, 무솔리니가 권력자로 등장하던 당시의 독일, 이탈리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일부 일치된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주의를 중시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은 파시스트와는 상반된 것이라고 팩스턴 명예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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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로 인해 미국이 파시즘의 길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는 지금으로써는 역사적 통찰력이 결여된 과잉반응으로 볼 여지가 크다. 그가 '제2의 히틀러'라는 주장 역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상투적 비난의 수사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21세기의 미국에서 괴상한 제복을 입은 깡패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면서 마음껏 폭력을 행사하고 소수인종, 불법 이민자들이 백색 테러를 당하거나 쫓겨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일이 공공연히 언급되는 것 자체가 씁쓸하고 오싹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논설위원>

cwhy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3 08: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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