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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 경계 넘나든 파리지앵…한국 굿판에 몰입

국립현대무용단 '이미아직' 공연 깊은 울림 …4차례 커튼콜

(파리=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죽음의 문턱에서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산 자와 죽은 자, 어른과 아이, 사람과 짐승, 혹은 귀신이나 도깨비…. 어느 한 편으로 구분할 수 없는 존재들이 뒤섞인다.

9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파리의 유서 깊은 샤요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현대무용단의 '이미아직'(AlreadyNotYet)은 죽음 앞에서 원초적인 생의 에너지를 토해내는 한판 굿으로 '현대무용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파리 관객들을 휘몰아쳤다.

'이미아직'은 한국 전통 장례에서 상여를 장식하는 목조각 '꼭두'를 모티프로 삼아 죽음과 삶 사이 경계적 세계에서 벌어지는 제례의식을 현대무용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샤요국립극장이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의 하나로 마련한 '포커스 코레(Focus Coree)' 개막작으로 선택됐다.

'이미아직'과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등 모두 5편의 한국 작품이 '포커스 코레'를 통해 이 극장에 오르는데 이미 지난 6일 공연 관람권이 매진됐다고 극장 측은 전했다. 또 '르몽드', '르피가로' 등 주요 현지 주요 일간지에서도 '포커스 코레' 작품들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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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심은 이날 '이미아직' 첫 공연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천여 좌석을 채운 관객들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결합한 소리와 몸짓에 몰입했다.

공연 전 예상보다 오래 계속된 암전 때문에 다소 지루해하는 듯하던 관객들은 소리꾼의 목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자 이내 숨을 죽였다.

노래와 흐느낌, 천진난만한 웃음과 짐승 울음을 오가는 목소리와 스크린에 비친 다양한 허깨비 탈과 꼭두인형의 모습에 이끌려 서서히 이승 너머의 세계로 이끌려 들어갔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병풍으로 가려진 '이미' 죽은 자들 앞에서 '아직' 살아있는 자들이 벌이는 속세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했다.

관객들은 이리저리 방황하다 모여서 어울리고, 쫓고 쫓기다가 흩어지며, 싸우고 몸부림치다 보듬어 안는 무용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분노와 폭력, 해학과 유희 등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좇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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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긴장감은 공연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남성 무용수 7인의 군무에서 절정을 이뤘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듯 극한으로 밀어붙인 동작과 국내 버전과 달리 일부 무용수를 나체로 등장시킨 과감한 시도들이 빚어낸 강렬하면서도 기괴한 이미지에 관객들은 강하게 몰입했다.

공연은 죽은 자의 넋을 담아 오려낸 종이 인형인 '넋전' 춤으로 마무리됐다. 신문지 더미로 상징되는 속세의 온갖 시간과 사건을 뒤로하고 삶의 다양한 편린들이 죽음 그 너머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적 정서나 무속 문화를 아는 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상당했다. 80여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곧바로 '브라보' 하는 외침과 함께 열띤 박수가 쏟아졌고 4차례 커튼콜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도 한국의 이미지를 새롭게 접했다는 점에서 흡족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파리와 타히티를 오가며 생활한다는 베르누 씨는 "추상적인 내용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특히 도입부가 마음에 들었고 무용수들의 표현력이 아주 뛰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무용을 좋아하는데 최근 아시아 무용 작품을 보고 관심이 생겨 한국 작품을 보러 오게 됐다. 이번에 공연되는 다른 한국 작품도 보러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리에 사는 교사로 지인의 추천으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안드레아 베이요 씨는 "첫부분에 나오는 여러 탈의 모습과 소리꾼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마치 놀이처럼 풀어내는 움직임도 기억에 남는다"며 "막연하게만 가지고 있던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공연을 통해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안애순 감독은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인 시간과 공간에서 죽음을 통해 삶을 해체하는 다시 돌아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번 공연은 특히 한국 현대무용이 세계적 수준에서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연이 이뤄진 샤요국립극장은 한국 무용계의 전설인 최승희가 1939년 6월에 공연을 펼친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당시 최승희는 '사이쇼키'라는 일본 이름을 쓰기는 했지만 '한국 무용수'로 소개됐으며 장구춤 등 조선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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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0 10:0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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