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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우포늪,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 체험

(창녕=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이맘때면 싱그러운 푸름과 온갖 생명이 어느 때보다 찬연히 피어난다. 노자는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고 했다.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생태관광)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서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험이다. 생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는 창녕의 우포늪을 둘러봤다.

창녕 우포늪,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 체험 - 2

습지는 언제나 물을 마시고 뱉는다. 그 시간 가운데 수많은 생명이 자란다. 수만 년을 견뎌낸 그 깊이만큼 늪은 고요하다. 하지만 늪지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삶은 역동적이다. 물 위에 떠서 사는 개구리밥을 비롯해 생이가래, 마름 등이 늪을 녹색 융단으로 수놓고, 그 위로는 왜가리가 날갯죽지를 푸드덕거린다. 수생식물은 가만히 있는 듯 보여도 물밑에서는 생명을 회복하려는 온갖 몸부림을 치고 있다. “생명이란 이해력을 초월한 기적”이라 했던 레이첼 카슨의 말처럼 우포늪에서도 그 기적의 모태는 생명이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우포늪은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형성됐다. 담수 면적은 대합, 이방, 유어, 대지 등 창녕군 4개 면에 걸친 2.31㎢로, 서울 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크기다. 1억4천만 년 전에 생성된 늪에는 가시연꽃, 자라풀, 매자기 등 식물 500여 종이 산다. 특히 한해살이인 가시연꽃은 장마가 지나고 나면 늪 전체를 푸른 잎으로 덮어버리는 명물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잎의 지름이 최대 2m까지 된다. 풍부한 부식질과 수초는 곤충과 새들의 터전이다. 쇠물닭과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등 160여 종의 조류와 포유류, 파충류, 곤충, 어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우포늪은 1998년 국제 공인 람사르습지에 등재됐고, 2011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뭍도 물도 아닌 우포늪은 나희덕 시인의 감성을 두드렸다. 나 시인은 “후두둑, 빗방울이 늪을 지나면/ 풀들이 화들짝 깨어나 새끼를 치기 시작한다/ 녹처럼 번져가는 풀/ 진흙 뻘을 기어가는 푸른 등 같기도 하다”고 노래했다.

창녕 우포늪,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 체험 - 3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감동을 안겨주는데,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에 우포늪의 진면목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새벽녘의 늪은 원시의 분위기 그 자체, 한없이 빨려들 것 같은 신비로움에 어지럽기까지 하다. 동이 트기 전 사초군락지와 왕버들과 주변의 산은 물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한다. 목포제방과 주변 산언덕에서 우포늪을 바라보면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늪 가까이 다가서자/ 낯선 발소리에 컹컹 동네 개 한 마리 짖었다/ 긴 밤을 엎드려 있던 게으른 안개가/ 그때마다 몸을 일으키자/ 풀썩풀썩 품안에 갇혀 있던 새벽이/ 수초 틈을 헤집고 나왔다”는 최영철 시인의 시 ‘새벽 우포에서’처럼 자욱한 물안개를 뚫고 새어 나오는 새벽은 신비감을 넘어 우주적 외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동이 트면 수면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물안개는 시나브로 사라지고 늪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새벽녘 물안개와 산을 넘어 불기운을 드러내는 일출도 가히 몽환적이다. 지난 2010년부터 늪의 하루하루를 관찰·기록하고 있는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은 “물안개가 낀 새벽녘 우포늪을 마주할 때마다 생명에 대한 경외감까지도 느낀다”면서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는 우포늪은 새벽, 아침, 일몰, 한밤이 다 다르다”고 말한다.

붉은 해의 기운을 따라 목포제방 앞 징검다리를 건너 사초군락지에 들어서면, 뭇 생명체들이 움직이는 소리와 풀 향기가 온몸을 감싸 안으며 자연의 신비를 들려준다. 이삭사초, 괭이사초라고 하는 사초군락지는 새들이 알을 낳는 장소이자 야생동물의 쉼터이기도 하다. 방금 지나간 고라니 발자국과 배설물을 발견하고, 짝을 부르는 꾀꼬리 소리가 귀에 감기는 순간, 물아일체의 경지에 빠져들게 된다.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인 늪에서 탐방객은 오히려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얻게 되는 신비를 체험한다. 우포늪 생명의 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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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포늪 생명길, 시시각각 다른 비경 연출

‘우포늪 생명길’은 느긋하게 걸으며 우포늪 생태탐방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대부분 구간이 외부와 연결돼 있어 어디로 접근해도 관계없지만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하는 것이 편하다. 주차장과 버스정류장,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탐방코스는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3개 코스(30분 1㎞, 1시간 2.5㎞, 3시간 8.4㎞)와 목포 쪽을 따로 둘러보는 2시간짜리 코스(4.8㎞) 등 4개다.

우포늪 생태관에서 늪 쪽으로 들어서면 이태리포플러가 줄지어 선 미루나무길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100m 가면 야트막한 산 위의 우포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나고, 이곳을 지나면 버드나무, 미루나무, 뽕나무가 뒤섞인 오솔길이다. 1960∼70년대 신작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이었지만 경제 개발이 되면서 사라진 고향길이다. 그래서 포근하고 좋다. 탐방로를 따라 900m 걸으면 동요에도 나올 만큼 우리에게 친숙했던 따오기 복원센터와 임진왜란 때 곽재우 의병장이 진지를 만들어 군량미를 쌓아두었다는 둔터가 나온다. 따오기는 미꾸라지 등 먹이가 농약이나 제초제에 오염돼 없어지자 1980년 이후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22쌍 149마리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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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안방을 훔쳐보는 ‘제3 관찰대’를 지나면 수리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있는 바위 절벽에 닿는다. 이곳에서 700m 구간은 사초군락지로 지정돼 보호되기 전에는 농민들이 양파와 마늘을 재배하던 곳이다. 왕버들 밑동에 기대고 앉아 연못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를 보면서 명상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과 원시자연의 멋을 선사하는 왕버들 군락지를 지나면 살살 흐르는 토평천의 징검다리에 닿는다.

늪을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 쌓은 목포제방과 숲탐방로3길을 지나면 우포 북단 소목마을 나루터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배가 그림처럼 떠 있다. 나무로 만든 1인용으로, 보통 장대를 저어서 가기 때문에 장대배라고 부른다. 또 배 앞이 약간 들려 있어서 이망배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냥 늪배라고도 한다. 소목마을 주민들은 장대배를 밀고 나가 늪에 쳐 놓은 낭자망에서 붕어, 가물치 등 각종 물고기를 거둬 올린다. 이른 아침 늪을 오가는 장대배의 풍경이 서정적이다. 소목마을 나루터를 지나면 길을 따라 주매제방과 숲탐방로2길, 사지포제방, 잠수교, 대대제방이 이어진다. 토평천을 가로지르는 잠수교는 비가 많이 오면 통행이 제한되는 곳이다. 대대제방은 특히 일몰이 장관이다. 제방 오른쪽은 우포늪, 왼쪽은 대대마을의 들녘이다. 자전거가 다닐 수 있는 제방 길을 1.4㎞ 따라가면 미루나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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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는 옛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던 시간부터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싹이 트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흰 눈이 소복이 쌓이던 그 시간들마저도 우포는 항상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포늪 생태길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우포늪 생태관에서 읽었던 글귀가 떠올랐다.

<팁(Tip) : 우포늪 생태관>

창녕군 유어면 세진마을에 위치한 우포늪 생태관을 돌아본 뒤 늪을 둘러봐야 우포늪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걷기로만 따지면 밋밋하기 그지없는 탐방로다. 습지에서 살아가는 생태환경을 이해하는 자연학습의 현장인 우포늪 생태관은 우포를 꿈꾸며, 우포의 초대, 우포의 사계, 우포늪의 가족들, 자연과 사람의 공존, 생태환경의 이해 등의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가상체험실에서는 3D 영상을 통해 습지에 사는 다양한 동식물을 알아보고 계절에 따른 우포늪 생태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해설사가 우포늪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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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요금 : 어른 2천원, 청소년·군인 1천500원, 어린이 1천원.

휴관 : 매주 월요일(단 월요일이 공휴인 경우는 그 다음날, 1월 1일·설날·추석 무료 개방)

문의 : 055-530-1551 / www.upo.or.kr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13 0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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