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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무게를 견디다…김정환 새 시집

송고시간2016-06-09 11:09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1980년대부터 시대와 역사를 통찰하는 시들을 발표해온 김정환(62) 시인이 새 시집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地名)'(문학동네)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이 지난 3년 동안 쓴 시들을 모았다. 그동안 이 땅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목도하며 시인이 견딘 고뇌와 한숨이 긴 호흡의 시로 쓰였다.

특히 신학철 화백의 2002년작 그림 '구상(構想)의 구상(具象), 혹은 중력의 수평 - 한국현대사 갑순이와 갑돌이'에 붙인 시가 강렬하다. 여덟 쪽으로 나뉜 이 대작 그림에 시인 역시 1∼8번까지 번호를 붙여 각 쪽에 그려진 내용을 시로 형상화했다.

"1/온화한 농촌과 대지 어머니의 가난이 내게 물려준 것은 팔뚝이었다 식민지 임신과 해산이 해방과 두 손 맞잡은 팔뚝 골육상쟁…(후략)"

"4/그 아래 녹아내리는 섹스에 사랑 없고 환락도 종말의 상상력이고 흘러내리는 형용조차 형용할 수가 없다 모든 형용사가 녹아내려 빨고 핥고 비명 지른다 종말만 고체다 경악의 감탄사도 없다 누가 쇳덩이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했는가 정말 하늘을 보았다 했는가 여기가 지하고 군홧발…(후략)"

이어지는 시 '물 지옥 무지개- 세월호 참사의 말'은 각각의 연에 1∼30까지의 번호를 붙여 세월호의 참혹함을 서사시 형태로 써내려갔다.

"1/자식 잃은 부모들, 슬픔에 희망이 없다. 슬픔을 모르는 자 더욱 희망이 없다."

"4/나라에 국상(國喪)이 있다. 5백 년 전 국상. 나라가 다할 때까지 울어야 할 국상이다."

"6/죽은 어린이날이 있다. 죽은 어버이날이 있다. 죽은 스승의 날이 있다. 오 그 밖에 이러고도 세상이 돌아가다니, 우리가 살아 있기는 한 건가?"

"14/어른의 희망이었던 아이들의 그 아픈 무지개가 있을까? 있단들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있단들 볼 자격이 있을까?"

시인이 '공지영과 김인숙에게', '편혜영에게', '김숨에게' 등으로 부제를 붙여 각 인물에 관한 단상을 적은 시들도 눈에 띈다.

'『미학 오디세이』20년, 정말?- 진중권에게'라는 시에서는 "자신이 우월하다고 스스로 믿어버리는/풍자는 쉽지. 절망을 광고하는 절규도/쉽다. 웃음과 울음으로 제 혼자 혹은 저 먼저/허물어지지 않기 위하여 너는/독종이 되는 쪽을 택했다"라고 썼다.

1980년 계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좋은 꽃', '우리, 노동자', '드러남과 드러냄' 등을 펴냈으며 백석문학상과 아름다운작가상을 받았다.

시대의 무게를 견디다…김정환 새 시집 - 2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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