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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좋다는 일본에도 '도둑이 들끓는 곳'이 있다?

송고시간2016-06-09 10:59

폐선 예정 철도역서 간판, 요금표 자고 나면 없어져

기관사 쉬는 동안 열차 방송장비 없어지기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본에서 기차 운임표와 역이름을 적은 간판은 물론 열차 내 방송용 기기까지 자고 나면 사라지는 곳이 줄줄이 나와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9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JR 홋카이도(北海道)가 경영개선을 위해 폐선을 결정한 철도 노선의 이용객이 적은 무인역에서 도난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JR 홋카이도는 동해쪽을 따라 달리는 JR 루모이선 루모이역과 마시케역 사이의 9개 역 구간을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폐선키로 하고 당국에 폐선신청서를 제출했다.

작년 10월 마시케역에서는 역사 내 벽에 나사로 고정돼 있던 열차 운임표(가로 40㎝, 세로 60㎝)가 없어졌다. 신고를 받은 인근 루모이역 직원이 확인차 마시케역에 가보니 역 기둥에 고정돼 있던 역이름이 적힌 길이 1m, 너비 20㎝의 간판 2개도 없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 역인 샤구마역에서도 역 간판 2개, 레우케역에서는 간판 3개, 세고시역에서도 역 간판 1개가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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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JR에이전시에 따르면 홋카이도내에는 약 5천 개의 역 간판이 설치돼 있는데 매년 20~30개가 없어진다. 대부분 누군가가 훔쳐가기 때문이다.

도난피해가 발생한 4개역은 평소 이용자가 적어 한산한 곳이다. 방범 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다. 경영이 어려운 JR 홋카이도측은 "도난방지에 예산을 배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홋카이도 경찰청 간부는 "목격자가 없어 범인의 윤곽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도난품목은 역 간판만이 아니다. 작년 4월에는 삿포로역에서 아오모리역으로 향하던 야간 급행열차 앞부분에 달려있던 장식물인 헤드 마크(시가 약 14만 원)가 없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루모이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의 운전석에서 차내방송용 기기 일습이 없어졌다. 피해액은 30만엔(약 325만 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기관사가 휴식하는 1시간 30분 동안에 없어졌다고 한다.

철도 관련 용품을 훔쳐가는 이유는 이들 물품이 인터넷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JR 홋카이도 등에 따르면 1980년대 국철 민영화 때도 폐선이 잇따르면서 불필요하게 된 철도 용품을 JR이 주도해 판매하는 행사가 자주 열렸으나 최근에는 그런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희소성 때문에 값도 올라간다.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야후 오크'에는 헤드 마크나 행선지가 적힌 널빤지 등의 철도 용품 수천 점이 출품돼 있다.

이 중에는 가격이 219만 엔(약 2천380만엔)으로 표시된 침대 특급열차의 헤드 마크도 있다. 홋카이도의 한 철도용품점 사장(47)은 "폐지되는 역이나 철도의 비품을 찾는 마니아들이 있다"고 말했다.

철도 평론가인 가와시마 료조(川島令三)는 "이왕 버릴 거라면"하는 가벼운 기분으로 훔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노선 폐선후에 비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하는 등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삿포로시 교통국은 2010년부터 매년 철도비품을 인터넷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행사를 한다. 올해는 역간판과 안내표지판 등 6점을 출품했는데 1천엔(약 1만800원) 정도를 예상했던 지하철 차량의 헤드마크가 6만1천엔(약 66만2천원)에 팔렸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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