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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전환 3년> "스마트폰·내비 등장에…" 세계표준주소 한국서 저평가

송고시간2016-06-09 08:01

지번주소, 낮선 곳 길찾기에 사실상 무용지물…"정보기술 발전 덕에 단점 못 느낄뿐"

도로명주소, 지도·이정표 있으면 낯선 곳서도 쉽게 찾아

<※편집자주 = 길의 명칭과 그 길에 들어선 건물의 순서대로 부여한 번호로 나타내는 '도로명주소'가 법정주소로 바뀐 지 올해로 3년째입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새 주소와 기존 지번주소가 아직도 뒤섞여 쓰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도입 과정에도 법정주소가 겉도는 원인을 분석하고, 새 주소가 생활 주소로 정착되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세 꼭지로 나눠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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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경기도 광명시 A동 776-16번지. 주소만 들고 물어물어 찾아가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무려 16채나 되는 집이 같은 주소를 쓰기에 초행인 사람은 원하는 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일대 지번주소가 다 이런 식으로 혼란스럽다. 776-1번지 바로 옆집은 679-95번지이고, 맞은 편에는 뜬금없이 159-110번지가 나타난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 강북구 B동 791-1919번지를 찾아가면, 바로 옆에 791-4143번지와 791-3021번지가 나타난다.

◇ 일본 제외 전세계가 도로명주소

배낭여행이나 자유여행으로 외국을 다녀와봤다면 주소만 알아도 지도를 들고 어디든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어 편리하다는 점을 체감하게 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엣 지번주소와 지도만으로 혼자 초행길을 찾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

집배원이나 부동산중개인을 제외하고는 지번주소로 위치 파악이 가능한 국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국인에게도 큰 도움이 안 되는 지번주소는 외국인 여행자에게는 주소로서 효용 자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영어가 썩 잘 통하는 편도 아니니 외국인들이 길찾기에서 느꼈을 낭패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옛 주소 체계의 불합리성을 인식, 1996년부터 18년에 걸쳐 도로명주소로 법정주소를 전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도로명주소를 법정주소로 채택하지 않은 곳은 일본뿐이다.세계적으로도 일본을 제외하고는 도로명주소를 쓰지 않는 나라를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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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도로명주소 장점 체감 놓쳐"

이처럼 도로명주소가 전세계의 압도적 표준인데도 한국에서는 도입 후 일반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부정적 여론은 "옛 주소가 편한데 왜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로 요약된다.

'모르는 곳을 찾아가는 도구'로서 주소의 기능으로 볼 때 지번주소는 전혀 합리적이거나 편한 방식이 아닌데도 여론은 왜 '옛 주소가 편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우선 새로운 제도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초기 불편은 불가피하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도로명주소의 장점과 효과를 체감하기 전 정보기술(ICT)기기 특히 모바일기기의 발달·보급이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차량을 이용할 때에는 주소 체계가 엉망이라고 해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면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보행자 역시 스마트폰을 하나씩 갖게 되자 위치정보 기능을 켜놓고 따라만 가도 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이러니 "옛 주소로도 아무 문제 없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1996년 도로명주소 도입을 공식 결정하고 너무 오랜 시간을 끄는 동안 기술은 제도의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앙도로주소위원회 부위원장인 박헌주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처음 계획대로 2002년 월드컵을 목표로 법정주소로 도로명주소를 추진했다면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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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류·관광산업 경쟁력 등 고려하면 옛 방식으로 돌이킬 수 없어"

정부는 도로명주소 전환을 옛 방식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의지를 반복해서 분명하게 밝혔다.

홍윤식 행자부 장관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도로명주소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옳은 길"이라며 "옛 주소로 회귀는 없다"고 못 박았다.

관광산업과 물류산업, 지리정보서비스 등의 효율성과 생산성 등을 고려해도 도로명주소 전환이 '당위'라는 것이다.

중앙도로명주소위원회의 위치정보분야 전문가인 이수영 위원(리드파워 이사)은 "우리집 주소는 나와 가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공재"라며 "지역사회와 방문자의 편의, 산업경쟁력까지 고려하면 도로명주소가 훨씬 우수한 방식이라는 점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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