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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간 쇠줄로 꽁꽁' 세종시 아파트 경로당에 무슨 일이

송고시간2016-06-04 07:00

노인들 뙤약볕에 정자로 내몰려…3일 문 부수고 쇠줄 풀어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세종시 조치원읍 한 아파트 경로당은 한 달 넘게 주민이 이용하지 못했다.

정문 손잡이를 쇠줄을 꽁꽁 감아 외부에서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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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경로당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어르신들은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경로당 옆 정자로 내몰려야 했다.

도대체 누가 경로당 문을 닫아 걸었을까.

다름아닌 아파트 입주자 대표와 관리사무소였다.

경로당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지난 4월 29일부터 경로당 문을 봉쇄하고 출입을 금지했다.

그런데 위험하다는 경로당 옆에 맞붙어 있는 어린이집과 지하에 있는 편의시설은 여전히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경로당이 위험하다'는 입주자대표 A씨의 의견은 주민의사와 무관한 일방적인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연말부터 경로당 보일러 수리 문제를 두고 입주자 대표 및 관리사무소 측과 갈등을 겪었다.

경로당 난방이 안되자 주민들이 읍사무소에 난방 공사를 요청했고, 읍사무소에서 난방, 창호, 단열 등의 보수공사를 진행하던 중 관리사무소에서 경로당을 폐쇄해 버린 것이다. 자연히 공사도 중단됐다.

A씨는 "읍사무소에서 관리사무소 허락 없이 경로당 내부를 수리해서 안전에 문제가 있어 출입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조치원읍사무소 측은 "경로당 난방 문제를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하지 않아 주민들의 요구로 보수공사를 진행하다 중단했다"고 말했다.

경로당 출입이 막히면서 노인들의 모임터는 야외 정자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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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 남짓한 정자는 30∼40명의 노인이 모두 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일부는 바닥에 앉아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경로당 문이 닫혀있는 동안 치매를 앓던 한 할머니(88)는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아파트 단지 주변을 걷다가 길을 잃어 버리기도 했다.

치매 증세를 보이는 또다른 할머니는 경로당이 폐쇄되면서 집안에만 있어 병세가 더 악화됐다며 가족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들은 여러차례 입주자 대표인 A씨에게 경로당 개방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히려 A씨는 명예훼손 등으로 주민들을 고소하고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3일 오전 경찰과 세종시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쇠줄이 감긴 정문을 부수고 경로당 안으로 들어갔다.

A씨는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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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이모(50)씨는 "경로당과 집만 다녔던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길을 잃고 다른 집에 가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입주자 대표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경로당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A씨와 관리사무소장은 이날 오후 세종시청을 찾아와 '경로당 폐쇄 조치를 왜 주민 의결을 받아야 하느냐. 경로당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것을 시청에서 왜 제지하지 않았느냐'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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