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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액 167억원…'황금알 거위'서 '미운 오리' 전락한 골프장

송고시간2016-06-04 07:33

충북 지자체, 세수 확보 위해 마구잡이 허가…10년만에 3배 증가

경쟁 심화로 6~7곳 법정관리 처지…체납액 눈덩이, 지방재정 압박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2009년 충북 진천군은 18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계획을 접수한 지 1년여 만에 사업 시행자 선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내줬다.

체납액 167억원…'황금알 거위'서 '미운 오리' 전락한 골프장 - 2

골프장 인허가에 3년 이상 소요되던 당시 파격적으로 행정절차 처리 기간을 줄인 것이다.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들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골프장 유치를 위해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완화하며 열을 올렸다.

그러나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경쟁이 심화돼 경영난에 내몰린 골프장들은 급기야 파산위기에 직면, 세금조차 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세금 체납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4월 말 현재 충북은 8개 골프장이 167억원을 체납했다.

◇ 재정 열악한 지자체에 골프장은 '달콤한 유혹'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 유치 등에 열을 올린 건 지방세 때문이다.

골프장 한 곳이 내는 연간 지방세는 회원제가 10억∼15억원, 대중제가 2억∼6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천군이 5개 골프장으로부터 받는 지방세는 50억원을 웃돈다. 올해 진천군의 전체 지방세 규모가 60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골프장의 비중이 10%에 육박한다.

충북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은 충주시가 10곳의 골프장에 부과하는 지방세는 1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 유치 등이 여의치 않은 비수도권 자치단체로서는 골프장이 '달콤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지방세수에 목마른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 마구잡이로 골프장 인허가를 내주면서 2000년 초 10여 곳에 불과했던 충북의 골프장은 10여 년 만에 37곳(회원제 15곳, 대중제 22곳)으로 늘었다.

숫자로만 보면 충북은 '골프장 천국'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경기·강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회원제 골프장이 내는 지방세는 웬만한 기업체 10여 곳보다 규모가 크다"며 "지역 경제 차원에서는 기업 유치가 중요하지만, 지방세수 측면에서는 골프장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 경영난으로 세금체납 '눈덩이'

10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골프장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치열해진 경쟁 속에 심각한 경영난을 겪게 된다. '황금알'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골프장들의 시련은 혹독했다.

충북에서만 6∼7곳의 골프장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3년 전부터는 세금을 체납하는 골프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36홀을 운영하는 청주의 한 유명 골프장은 2013년 20억원을 체납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체납액이 44억원을 넘었다.

2012년까지 충북 전체 골프장의 세금 체납액은 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40억원으로 늘었다. 2014년에는 110억원, 지난해 180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4월 말 현재 167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7월(건축물)과 9월(토지)에 재산세가 부과되면 올해 체납액이 2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내 시·군별 골프장 체납액을 보면 청주 81억4천만원, 음성65억2천여만원, 충주 14억9천만원, 진천 5억1천만원 등이다.

◇ 탈출구 안 보이는 '천덕꾸러기' 전락

골프장 경영이 악화 일로를 걸으면서 줄도산했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제 골프장들이 대중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려면 회원들이 낸 입회금을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만 적자에 허덕이는 골프장들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입회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경영난을 타개할 묘안이 없는 골프장은 갈수록 체납액이 더 늘게 돼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치단체의 관계자는 "골프장이 고액 세금을 체납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며 "세금을 체납한 골프장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다양한 세금 징수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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