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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고통·치유의 가능성…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올해 '젊은작가상 대상' 김금희 소설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다 말고 느닷없이 "나 선배 사랑하는데"라고 고백하는 여자.

남자가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묻자 "모르죠, 그건.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고.", "지금 사랑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내일은 또 어떨지 모르니까요."라고 답한다.

이 여자는 김금희의 단편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에 나오는 특별한 캐릭터 '양희'라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이 시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 이해타산, 수치심 같은 속성들이 없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자신이 느끼는 바를 무심하게 내뱉는다. 마치 조용히 인간들을 굽어보는 나무같은 인물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필용'은 대기업 영업팀장으로 나름 잘 나가다가 어떤 이유로 좌천돼 건물 지하에 있는 시설관리팀으로 내려온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빠져있던 그는 하릴없이 종로를 거닐다 대학 시절 어학원을 다니면서 자주 들렀던 종로의 패스트푸드점에 오게 된다.

거기서 햄버거를 먹다 창밖으로 맞은 편 건물에 걸린 현수막에서 "나무는 'ㅋㅋㅋ' 하고 웃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보고 숨이 막힐 듯 놀란다. 그 문구는 자신이 한때 사랑을 느낀 여자 양희가 썼던 연극 대본 제목이었다.

대학 시절 깡마르고 부스스하며 여성적인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양희를 그저 햄버거를 같이 먹으며 자신의 허풍을 들어주는 후배 정도로만 생각하던 그는 어느 날 양희가 "나 선배 사랑하는데"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묘한 감정의 파동을 느낀다.

이후 몇 달 뒤 그는 자신이 양희를 사랑한다고 느끼고 경기 문산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나 다 쓰러져가는 집에 지독하게 가난한 그녀의 가족을 보고 자신의 사랑이 "사라지고 없다"고 느낀다. 그런 그에게 양희는 말한다.

"선배,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언제 봐도 나무 앞에서는 부끄럽질 않으니까, 비웃질 않으니까 나무나 보라고요."

절망적인 현실에서 어떤 구원을 찾던 필용은 종로 소극장에서 10여년 만에 양희의 연극을 보고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게 아니라 잊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 소설은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부끄러움과 고통, 저 밑바닥에 꾹꾹 눌러놓고 덮어버리려 애쓰는 상처 같은 것들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그러나 어설프게 헤집거나 건드리지 않고 지그시 응시하는 것만으로 어떤 치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올해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 '지금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라는 문단의 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이번 소설집에는 이 작품과 함께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반월', '고기', '개를 기다리는 일', '우리가 어느 별에서', '보통의 시절',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등 9편의 단편이 실렸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뭔가 결핍된 인물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선, '고기'나 '개를 기다리는 일' 등에서 빛나는 스릴러 스타일의 서사도 눈에 띈다.

기억과 고통·치유의 가능성…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 2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03 11:0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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