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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香萬里> 비극과 심오한 속죄의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 '라로즈'

송고시간2016-06-04 09:30

'아메리칸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 일군 여성작가 어드리크의 신작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루이스 어드리크(61)의 신작 '라로즈'(LaRose)가 최근 미국에서 출간됐다.

전작인 '비둘기 재앙', '라운드 하우스'에 이어 원주민 보호구역 안팎의 인물들이 평온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커다란 재앙을 겪는 내러티브를 통해 상실과 정의 응보, 속죄의 의미를 묻는 역작이다.

'아메리칸 원주민 문학의 르네상스'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는 오지브와족 출신인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속죄의 의식을 생생하고 모던한 언어로 풀어내면서 독자의 성찰과 판단을 구한다.

1999년 늦여름 미 중북부 노스타코타 주의 한 마을. 랜드로 아이언은 집 울타리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사슴에 몰래 다가가 사냥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피흘리고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사슴이 아니라 이웃집의 5세 남자아이였다. 치명적인 오발 사고였다.

숨진 아이는 아이언의 5살짜리 아들이자 이 소설의 제목이 된 '라로즈'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두 가족은 음식과 옷, 차량을 공유할 정도로 늘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두 아이는 학교는 달랐지만 늘 함께 뛰어놀았다. 라로즈의 엄마와 죽은 아이의 엄마는 아버지가 다른 자매이기도 하다.

아이언은 비록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저질러진 비극적 사건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

알코올에 의지해 회한의 나날을 지새우는가 하면 오지브와족 전통의 '스위트 로지'(sweat lodge)라는 오두막 정화의례에 의존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몸부림을 친다.

결국 아이언이 택한 길은 오지브와족 전통의 속죄 방식이었다. "우리의 아들은 이제 당신의 아들"이라며 라로즈를 자신이 죽인 아이의 가정에 건네는 것이다.

<書香萬里> 비극과 심오한 속죄의 의미를 탐색하는 여정 '라로즈' - 2

가장 사랑하는 피붙이를 타인에게 입양하는 원주민들의 전통을 답습함으로써 씻기 힘든 상처를 치유할 계기를 마련하려는 고육책이었다. 라로즈는 '슬픈 외교관'이 돼 양가를 오가며 힐링의 가능성을 연다.

하지만 미 원주민 문화에 뿌리를 둔 오래되고 심오한 이 속죄의 행위와 이 행위가 낳은 양 집안의 위태롭고 허약했던 평화의 시간은 제3자가 일으킨 예기치못한 일로 인해 결국 위기를 맞는다.

이 책을 출간한 하퍼콜린스는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작가가 현대의 비극적 사건을 숨막히는 내러티브의 마술로 풀어보였다"며 "미 원주민 문화에 오랜 뿌리를 둔 심오한 속죄의 행위를 통해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6일 서평에서 "어드리크는 가족을 묶어주는 사랑의 유대와 분노, 결핍, 의무, 동정심을 탁월한 능력으로 그렸다"고 평했다.

'라로즈'는 전작들인 '비둘기 재앙' '라운드 하우스'에 이은 어드리크의 이른바 '아메리카 원주민 서사 3부작'의 성격도 띤다.

어드리크는 '라운드 하우스'에서 어머니의 강간으로 붕괴된 한 가족이 겪는 참담한 분노와 슬픔을 현행법이 감당해주지 못할 때 '자력구제'라는 원주민적 응징을 통해 정의를 바로세우는 내러티브를 선보였다.

'비둘기 재앙' 역시 백인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교수형을 집행당하는 인디언들의 비극적 서사를 묵직하게 그렸다.

작가 어드리크는 지금까지 15편의 장편과 시, 아동문학, 단편, 회고록 등을 출간했으며 고향 미네소타 주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딸들과 함께 살고 있다.

3부작의 마지막 편인 372쪽의 '라로즈'는 아마존의 5월의 책에 선정됐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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