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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석의 동행> 생리대 인권, 반짝 관심에 그칠건가

송고시간2016-06-04 09:01

<최재석의 동행> 생리대 인권, 반짝 관심에 그칠건가 - 2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논설위원 = 대한민국은 참 '뉴스가 넘치는 사회'라는 생각이 요즘 새삼 든다.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이슈가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니 하는 말이다. 지난주에만 해도 그렇다. 공고를 갓 졸업한 19세 청년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 수리 작업 중 처참하게 목숨을 잃은 사고가 발생해 후폭풍이 거세다.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말 못 할 고통을 당한다는 '아픈' 이야기도 작은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이번 주 들어서는 장애인이 미용실에 머리 염색을 하러 갔다가 '52만 원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사고가 나 우리 사회의 안전관리 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빅 뉴스'가 꼬리를 물다 보니 한때 여론의 높은 관심을 받던 이슈도 새 이슈에 밀려 곧바로 우리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금방 잊힐 것 같아 안타까운 이슈가 바로 '생리대 인권' 문제다. 이 문제는 그동안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조차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 숨겨져 있던 우리 사회의 속살이었다. 어느 가난한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201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린 몰랐다.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도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무지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더한다. 반짝 관심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문제를 다시 되짚어보자. 발단은 지난달 23일 국내 생리대 시장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을 올린다는 발표였다. 트위터 등 SNS에는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글이 올랐고, 그간 비싼 생리대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생리 기간에 일주일간 결석하고 집에서 수건을 깔고 누워 있었다'는 글을 비롯해 학교 화장실의 휴지를 말아 쓰거나 심지어 신발 깔창으로 대신했다는 직·간접적인 경험담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간 말할 수 없었던 여성 청소년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소녀들이 인간으로서 느꼈을 수치심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배고픔의 고통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복지 차원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인권의 문제다.

관련 단체에서는 이런 고통에 노출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15∼19세)을 약 6만 명으로 추산한다. 주로 조손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한 달에 36개들이 제품을 사용한다고 하면 생리대 비용으로 6천∼9천 원이 든다고 한다. 이 정도의 돈도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소녀들에겐 부담스러울 것이다. 특히 가족 중에 여성이 없는 소녀들은 생리대라는 말조차 꺼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2004년부터 생리대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생리대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상승했지만, 생리대 가격은 25.6% 올랐다며 가격 인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 대한 생리대 지원 방침을 밝혔다. 공유 기부 소셜 플랫폼 '쉐어 앤 케어'(http://sharencare.me/stories/124)는 소셜 벤처 '이지 앤 모어'와 손잡고 '저소득층 아이에게 생리대를 선물해주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다들 일시적인 지원책이다. 이참에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생필품이 지원된다. 영유아를 둔 한부모 가정에는 분유나 기저귀, 노년층에게는 쌀이나 식품이 제공된다. 엄청난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닌데 가임기 여성의 필수품임인 생리대는 지원 대상품목에서 빠져 있다.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생리대 문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치부였다. 모처럼 공론화된 기회에 치유하고 해결해야 한다. 한순간의 열띤 관심에 그친다면 기성세대 모두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의원의 보좌진들이 '1호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전날부터 밤샘 대기했다고 한다. 그런 정성으로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누구라도 이 문제에 매달리면 충분히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다행히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등 의원 15명이 2일 학교에 생리대를 구비해 비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단순히 법률안 발의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조속히 관련 입법이 이뤄져야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청소년의 존엄성과 인권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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