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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소비·수출 모두 '꽁꽁'…고착화된 저성장

불확실성에 국내투자 위축…해외투자율은 17년여만에 최고
1분기 국민소득 3.4% 증가
1분기 국민소득 3.4% 증가(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일 서울 한국은행에서 김영태 국민계정부장이 2016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을 설명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교역조건 개선 등의 영향으로 3%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6.2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경제는 아직 겨울 한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는 우리 경제의 냉혹한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해 1분기(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72조4천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작년 4분기보다 0.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올라간 수치지만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GDP 증가율이 작년 3분기 1.2%, 4분기 0.7%에 이어 내리막길을 계속 걷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출, 산업생산, 소비심리 등의 지표까지 어둡게 나온 것을 고려하면 올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4월 한은 소식지에 실린 특별대담에서 "일종의 장기정체론이 현실적인 진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국내투자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민간소비도 뒷걸음

올해 1분기 GDP 성장률 0.5%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4%) 이후 3개 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올해에는 메르스 사태와 같은 돌발악재가 없었지만, 성장세가 그만큼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GDP 통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들의 투자 위축이 심각하다.

설비투자가 7.1%나 줄어들면서 2014년 1분기(-1.1%)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했다.

기업들이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꺼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컸던 2009년 2분기(26.7%) 이후 가장 낮았다.

대신 기업들은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분기 국외투자율은 9.1%로 작년 4분기(5.7%)보다 3.4% 포인트나 대폭 뛰었다.

이는 1998년 2분기(9.9%) 이후 17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로 전 분기보다 1.8% 포인트 상승했고 작년 1분기(36.2%) 이후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저축률이 상승한 것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2.8% 증가했지만 최종소비지출이 0.1% 감소한 데 따른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가계가 그만큼 지갑을 열지 않았고 기업도 투자를 꺼린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GDP에서 민간소비는 승용차, 통신기기, 의복 등의 지출이 줄면서 전기 대비 0.2% 감소했지만 정부의 소비지출은 1.3% 증가했다.

작년 하반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진작책 효과가 약화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개회사하는 이주열 총재
개회사하는 이주열 총재(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2016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16.5.30
saba@yna.co.kr

수출도 역주행했다.

지난 1분기 국제유가 하락,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이 1.1% 줄었고 수입은 3.1% 감소했다.

1분기 GDP의 성장 기여도를 지출 항목별로 보면 건설투자가 1.0% 포인트나 되고 정부소비는 0.2% 포인트, 총고정자본형성은 0.3% 포인트를 각각 기록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이로 인한 건설투자가 그나마 경제 성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경기 개선 쉽지 않을 듯…"적극적 재정·통화정책 필요"

2016년을 힘겹게 출발한 한국 경제에서 긍정적 신호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당장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좋지 않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1로 전월과 같으면서 상승세가 주춤했다.

특히 조선·기타운수업의 BSI는 49로 전월보다 4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99로 석 달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8%로 넉 달 만에 다시 0%대로 내려갔다.

광공업 등 산업생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4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8% 줄면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71.0%로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상품과 서비스를 종합한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33억7천만 달러에 그쳤다.

경상수지 흑자는 2년3개월만에 최소 규모로 지난 3월(100억9천만 달러)과 비교해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

다만, 지난 5월 수출액은 398억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6.0% 줄면서 감소 폭이 올해 들어 가장 작았다.

수출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국제유가 등 대외 변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 경기가 하향 흐름을 보이는 만큼 앞으로도 수출이 개선되기 어렵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경기 부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하고 한국 정부에 추가 재정확대 등 확장적 거시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지난달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조속한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noja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02 10: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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