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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약속 파기한 아베 '모든 건 세계경제 탓'

회견서 아베노믹스 자화자찬…소비침체 등 정책성과 부진 인정 안해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소비세(부가가치세) 세율 인상 재연기를 발표하면서 그 이유를 세계경제 상황 탓으로 돌렸다.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 실패가 아님을 강변한 것이다.

2014년 11월 아베 총리는 당초 2015년 10월로 예정돼 있던 소비세율 인상을 1년 6개월 뒤로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경기가 악화하면 증세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경기 조항)'을 없앴다.

그러면서 리먼 쇼크(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동일본대지진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 한 예정대로 증세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증세 재연기 결정은 자국민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했던 공약을 파기한 것이다.

그에 대해 아베 총리는 "현재 리먼 쇼크급 사태는 발생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구마모토 지진을 대지진급으로 간주해 연기의 이유로 삼을 생각도 없다"고 밝힌 뒤 이번 증세 재연기는 "지금까지 한 약속과는 다른 새로운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아베는 그 "새로운 판단"의 근거를 전적으로 국제경제 상황에서 찾았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아베노믹스는 순조롭게 결과를 내고 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지난 1년여 동안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최대 현안은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 그늘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등으로부터 세계 경기가 내년까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의견을 들었으며,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세계 경제의 리스크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하는 등 '국제사회'를 동원해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했다.

이 같은 아베 총리의 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편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2월 취임이후 대규모 금융완화, 과감한 재정동원,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로 구성된 아베노믹스를 추진했음에도 약속한 '2년내 물가 2% 상승'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기의 선순환 구조 형성도 되지 않자 아베 총리 경제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그 와중에 올들어 아베노믹스의 '마지막 보루'라 할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 흐름마저 한풀 꺾이면서 아베노믹스는 위기에 봉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소비세 인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일본 경제의 사정을 거의 전적으로 해외 변수 탓으로 돌린 것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대체 재원을 어디서 충당할지에 대해서도 막연한 언급을 하는데 그쳤다.

저소득층 고령자 지원, 보육지원 등 사회보장 관련 재정 확보를 위해 하기로 한 증세를 연기하기로 한데 따른 대체 재원을 어디서 충당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일본 재무성은 현재 8%인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할 경우 연간 세수는 5조 6천 억 엔(약 61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왔다. 세수 증가분이 날아간 터에, 아베 총리는 이미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보육 인프라 확보 등 이른바 '1억 총활약 사회' 구상까지 공약한 상태다.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과 활용을 포함해 재원을 확보하겠다"며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을 다시 힘껏 당기기 위해 종합적이고 대담한 정책을 가을에 강구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결국 비틀거리는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본궤도에 올려 놓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대신 '장미빛 전망'만 내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아베 총리는 회견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중·참 양원에서 각각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며 자신의 정치인생 최대 목표인 개헌과 관련해서는 '야심'을 숨겼다.

이에 따라, 하고는 싶으나 찬반이 엇갈리는 민감한 사안은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경제 공약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 승리한 뒤 다수당의 힘으로 민감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이제까지의 '아베 정치'가 참의원 선거 전후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올 전망이다.

또 아베 총리는 증세 연기에 대한 국민의 찬반을 묻는다는 명분 아래 중의원 해산을 거쳐 중·참 양원 동시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채택하지 않은데 대해 "구마모토 지진 피해 지역에서 (주민들이) 아직 피난 생활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증세 약속 파기한 아베 '모든 건 세계경제 탓' - 2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01 23:47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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