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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백태' KT&G, 사외이사 기능은 사실상 '마비'

송고시간2016-06-01 19:23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KT&G가 민영화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현직 사장이 재판에 회부되는 등 비리의 온상이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지만, 정작 이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는 '거수기' 노릇만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이 1일 발표한 KT&G 비리 의혹 수사 결과에 따르면 백복인 사장을 비롯한 KT&G 주요 임직원과 협력사 및 납품업체 임직원, 광고업체 임직원 및 광고주 등 관련자 42명은 금품 수수 등의 비리 혐의가 적발돼 무더기 기소됐다.

이들 중에는 KT&G 전·현직 주요 임직원 7명, 협력사 및 납품업체 임직원 17명, 광고업체 임직원 및 광고주 13명 등이 포함됐다.

기소된 42명 중 민영진(58) 전 KT&G 사장을 비롯한 15명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국내 담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KT&G의 주요 임원들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편의나 인사 청탁 등의 대가로 협력사나 광고대행사 등으로부터 뒷돈을 챙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 전 사장이 전 노조위원장인 전모(58)씨에게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4억5천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파텍 필립' 시계 1개를 건네는 등 KT&G 노사의 부정한 유착도 확인됐다.

그러나 주요 임직원들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사장이 중심인 이사회에서 사실상 선정하는 등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명목상 사외이사가 있기는 하지만 구성과 운영 구조상의 문제점으로 인해 합리적 견제기구로서의 권한 행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KT&G는 사외이사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뒤 주주총회에서 선임하지만 관례상 단수 추천을 해 추천위가 사실상 결정을 갖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추천위는 이사회 구성원들로 구성되고 이사회는 유일한 상임이사인 사장이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상태여서 사장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KT&G가 그동안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들을 모두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들이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근직이 아닌 사외이사들은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임원들의 보고 등에 의존해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어 실질적 견제 권한 행사보다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한계가 있었다.

또 민 전 사장 취임 후 이른바 '그린미팅'이란 미명 하에 사외이사들과 잦은 골프회동을 가져 이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감시자 역할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도록 만들었던 사실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KT&G의 본부장급 임원들이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어서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본부장급 임원들이 이사회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상법상 감시의무 등과 같이 이사로서의 법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이들이 허위 또는 부실 보고를 해 이사회에서 잘못한 의사결정을 내리더라도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장이 중심인 이사회에서 사실상 사외이사를 선정하는 구조이고 사외이사들은 모두 비상근이어서 이들이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웠다"며 현 사외이사 체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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