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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에서 난 성자'…원불교 창시자 소태산의 거룩한 삶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의 '소태산 평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세간에서는 '평범한 성자'였다고 말한다. '평범함'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거룩함'을 남길 수 있었는지 말하는 사람은 없다. 현장에 동참했던 눈빛은 사멸했고, 전해오는 후일담은 풍문뿐이다. (중략) 특히 성자의 단서가 될 만한 숱한 기행과 이적(異蹟)의 장면들은 본인의 뜻에 따라 모두 암장되었다."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는 '소태산 평전'(문학동네)에서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탄생에 대해 이같이 적고 있다. 귀인의 탄생 장면치고는 참 싱거운 묘사다.

소태산 대종사는 신묘년(1891년) 음력 3월 17일 전남 영광 백수면 길룡리에서 태어났다. 한국의 4대 종교 중 하나인 원불교의 창시자지만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 설화에는 어떤 꾸밈도 없다.

하지만 소태산의 평범한 출생은 제아무리 볼품없는 탄생 설화를 가진 인간도 훌륭한 생애를 살 수 있다는 것을 되레 방증한다.

또 그의 출생에 어떤 신비의 치장도 두를 수 없었던 것은 소태산 자신의 당부 때문이기도 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제자들에게 어떤 기행과 이적도 기록으로 남기지 말 것을 당부해 자신이 신격화되는 것을 막았다.

저자는 이 당부를 "놀라운 혜안"이라며 "인간에게는 자신의 뜻을 감격적으로 전하기 위해 때로 본말을 전도시키는 우스꽝스러운 서사 본능이 있다"고 지적한다.

"부처님이나 예수님 이야기를 전하는 자들도 그랬을 것이다. 범인에게 구원의 길을 찾은 전범(典範)을 보여주고 싶어서 성자 이야기를 꺼냈다가, 결국 옆구리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부처님이 될 것을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을 만들거나 숫처녀에게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예수처럼 살아볼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야기한 셈이다."

한편 '소태산'이란 호의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자신을 '시루가 아니라 솥단지에서 살았던 사람'이라고 하여 '솥에 산'을 한자로 음사한 '소태산(少太山)'을 호로 삼았다.

시루로 찌는 떡은 잔치를, 솥으로 짓는 밥은 일상을 의미한다. 시루는 솥에 잠시 거는 것이지만 솥은 밥을 짓기 위해 매일 사용하는 것이다.

'솥'을 정체성으로 삼은 호는 일상에서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깨우침을 추구한 그의 사상을 압축해 담고 있다. 얼핏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보이지만 숨은 뜻은 크고 넓다.

저자는 "'솥'은 시루와 구별되는 말이고, 시루는 강증산의 호를 한글로 부른 것"이라며 "한국 토착사상사라는 하나의 장구한 궤적 위에 그를 올려놓는 순간 시시껄렁해 보이던 일화들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일곱 살 무렵 구도의 여정을 시작한 소태산은 20여 년의 고행 끝에 1916년 마침내 깨달음을 얻었다. 홀로 진리를 깨친 뒤 '금강경'을 읽고는 석가모니를 종교적 연원으로 정하게 됐다.

대각(大覺) 이후 소태산 대종사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소태산이 태어난 구한말은 조선의 몰락과 외세의 침략으로 민중의 삶이 점점 비참해져 가던 시기였다.

소태산이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간척사업이었다. 그렇게 얻은 곡식으로 굶주림부터 해소하는 데 앞장섰다. 소태산이란 호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듯 밥이란 곧 생명이며 민중의 '존재의 건강성'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믿음 탓이었다.

또 굴지의 사상가였던 소태산은 일제의 압박이 극심해지던 시기에는 '조선의 간디'라 불리며 민족의 정신적 뿌리 역할을 했다.

허위와 허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진리로써 온 세상을 구제하려는 일념으로 살다 간 소태산 대종사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하되,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된 유려한 서술로 소태산의 일 분 일 초를 생생하게 잡아내고 있다.

'솥에서 난 성자'…원불교 창시자 소태산의 거룩한 삶 - 2

kih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01 17: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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