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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 된 서울 지하철…노후화·관리허술로 안전 '위태위태'

"낡은 전동차·시설 제때 교체·정비해야"
만성 적자 허덕이는 양 공사… "국비 지원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용역업체 직원이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서울 지하철의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4년 동안 세 차례나 같은 사고가 반복된 것을 두고 '외주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사고 원인으로 꼽힌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만성적인 인력난, 기관차·설비·시설의 노후화에 대한 직원 및 전문가의 우려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지하철 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 "비용 아끼려다…, 안전 싱크홀 생겨"

2013년 1월 성수역, 작년 8월 강남역, 지난달 구의역. 세 차례나 똑같은 사고로 세 명의 젊은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은 근본 원인으로는 서울메트로가 정비 분야를 '외주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안팎에서 제기된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설비 유지·보수 부문의 핵심 업무로 볼 수 있는 전동차 경정비, 모터카 운전, 스크린도어 운영 등 업무를 외주화했다.

공기업이 경영을 방만하게 한다고 지탄받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경영 효율화를 꾀하고자 도입한비용 절감 장치였다.

외주화 도입 이후 안팎에서 반발과 잡음이 많았다. 숙련된 직원들이 하던 업무를 외부 업체가 맡아 하면서 현장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 금액에 맞춰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는 외주 업체가 인건비가 저렴한 젊은 직원을 채용해 현장에 투입하면서 경험·노하우 부족으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전영석 한국교통대 교수는 "어느 공기업이나 비용절감 압박을 받지만, 이로 인해 안전 시스템이 허물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지하철의 경우 '안전 싱크홀'이라 부를 정도로 곳곳에 구멍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안전사고로 시민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경정비 등 분야를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는 8월부터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세워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맡기고, 임금 등 처우를 본사 직원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인력 부족 문제 역시 지하철 안전과 관련해 '단골'로 등장하는 의제다.

구조조정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아 온 서울메트로는 최근 10여년간 인력을 제대로 충원하지 못하다 2014년에야 300명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신호 관리 등 기술 분야 직원은 여전히 목표 정원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원 구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직원 구조(서울=연합뉴스) 지난 28일 오후 사상사고가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57분께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김모씨는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 [광진소방서 제공]

최병윤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기관사 1명당 월평균 2차례 대체근무에 투입되고, 기술직은 '4조·2교대'에서 '3조·2교대' 근무로 전환돼 적은 인원이 많은 일을 하는 구조가 됐다"며 "직원들이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있어 직원 건강뿐 아니라 시민 안전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하에서 몇 시간 동안 혼자 운행하는 열악한 노동 조건 등으로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만 2003년부터 소속 기관사 9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사는 직원들을 상대로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관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2인 1조 근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예산과 시스템 측면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운행하는 전동차는 기관사 1명이 타거나 무인으로 운행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며 "2인 근무를 하려면 전동차를 개조하고 인력을 충원해야 해 약 1천2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들어간다"고 설명했다.

◇ '42년 지하철' 전동차·시설 노후화 대책 시급

전문가와 현장의 직원들은 무엇보다도 서울 지하철 안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노후화'를 꼽는다.

건립된 지 42년이 지나면서 전동차, 시설 등이 낡았지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전동차나 부품의 교환, 시설 교체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400만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시한폭탄'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지하철 1∼4호선 전동차 중 1천112량(56.9%)이 평균 사용 연수 21년을 넘겼다. 1∼4호선 전동차 전체의 평균 사용 연수는 16.9년이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 15년으로 정했지만, 1996년 25년, 2000년 30년, 2009년 40년 등으로 점점 늘어나다가 2014년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어졌다.

도입된지 20∼30년 된 전동차라도 고장이 날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고 수명을 연장하며 운행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후 전동차가 많은 서울메트로에서도 전동차를 폐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2011∼2015년 사이 폐차량은 3호선 60량이 전부다.

노후 전동차를 '땜질식 처방'으로 운행하는 것은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자칫 큰 사고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전동차 부품 관리 부분도 비슷한 처지다. 일본의 경우 15년마다 무조건 부품을 교체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 주기 점검을 전제로 재사용한다.

2014년 5월 상왕십리역으로 들어오던 지하철이 앞차와 추돌해 249명이 부상한 사고의 원인도 신호기 고장 등 시설·설비 문제였다.

당시 기관사가 재빠르게 대처해 피해 규모가 이 정도였지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사고였다.

지하철 1∼8호선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1년부터 5년간 55건으로, 한 달에 거의 한 번꼴로 사고가 난 셈이다.

서울메트로
서울메트로[연합뉴스TV 제공]

서울시는 노후시설 재투자에는 최소 2조원, 많게는 4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빠듯한 예산에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신용목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올해 1∼4호선 내진보강과 노후시설 재투자, 2·3호선 노후 전동차 교체, 고가 구조물 보강 등에 1천300억원을 투입하지만, 이로썬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 결국 '예산' 투입이 해법…"국비 지원하고 철저한 관리 필요"

인력·시설 문제의 해법은 결국 예산으로 귀결된다.

전동차 교체나 노후시설 재투자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건 서울메트로와 철도공사의 만성 적자로 투자비를 배정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양 공사의 부채 규모는 4조 6천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 당기순손실의 68%가 무임수송에 따른 것이다.

2010∼2014년 무임수송 손실액은 1조 3천억원에 이른다. 2014년의 경우 무임승차자 24만 9천명 가운데 80%가 경로우대였다.

신 본부장은 "정부가 1호선 등 일부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에 무임수송 손실의 68%를 보전해주듯이 서울시에도 국비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도시철도 건설과 운영에 책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임승차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요금 인상, 부대사업, 지방·외국 지하철 사업 진출 등을 통한 재정 확보가 해법으로 꼽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다.

요금인상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시민 저항이 워낙 커 수년에 한 번씩 100∼200원 폭으로 하는 것도 버겁고, 부대사업은 지하상가 임대 등으로 영역이 한정된다. 성남-여주선이나 필리핀 등 사업 진출도 모색하지만, 여기에도 투자비가 든다.

윤혁열 서울연구원 박사는 "서울 지하철에 국비를 지원하는데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집행하도록 관리 체계를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1∼4호선이 겪은 전동차 노후화 문제는 머지않아 5∼8호선에서도 현실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조도 방만경영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면서 노조의 책임있는 자세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수적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5월 '근로자이사제 도입기관 분석' 보고서에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노조를 강성노조로 분류하면서 방만경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dk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6/01 17: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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