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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바마 '감성외교'에 감동·아쉬움 교차한 히로시마

송고시간2016-05-28 16:25

시민들 "온것만으로 80점이나 원폭참상 더 깊이 접했더라면"

외지 일본인 일부 '가해자 의식 부족' 자성…한국인위령비 '한산' 아쉬움

히로시마의 '오바마 열기'…장난감에도 오바마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시 평화기념공원 근처 장난감 가게 앞의 대형 로봇에 오바마를 환영하는 그림이 붙어있다. 2016.5.28
jhcho@yna.co.kr

히로시마의 '오바마 열기'…장난감에도 오바마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시 평화기념공원 근처 장난감 가게 앞의 대형 로봇에 오바마를 환영하는 그림이 붙어있다. 2016.5.28
jhcho@yna.co.kr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와 준 것만으로도 80점. 피폭자를 안아준 것도 좋았다. 하지만 메시지에 (원폭 참상과 핵폐기 공약 등과 관련한) 구체성이 없었다. 그 정도는 미국에서도 할 수 있는 메시지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 투하 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71년 만에 처음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 이튿날인 28일 오바마가 다녀간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 근처에서 만난 현지 시민 마쓰모토(57) 씨의 말은 만감이 교차하는 히로시마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듯했다.

1945년 8월 이후 일본을 다녀간 여러 미국 대통령 중 다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히로시마 방문)을 한 데 대한 고마움, 피폭자의 손을 잡아주고 껴안아주는 오바마의 '감성외교'에 대한 감동은 이날 기자가 만나 본 사람 대다수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50분 남짓했던 평화공원 체류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좀 더 피폭자의 이야기를 듣고, 원폭 자료관에서 보다 더 긴 시간 핵무기의 참상을 느껴봤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현지인 택시기사 오다(63) 씨는 오바마의 피폭자 포옹에 대해 "일본 사람들은 좀처럼 서로 껴안아주지 않기에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한 뒤 "자국내 반발이 있었을 텐데 핵폐기에 대한 진정성이 있었기에 방문을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사죄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뒤 "그런 것(사죄 문제)을 따지려면 끝이 없고, 오바마가 떨어뜨린 것도 아니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다 씨도 원폭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원폭자료관에서 좀 더 많은 것들을 보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오바마가 자료관을 참관한 10분 정도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했다.

히로시마에 사는 회사원 마쓰노(35)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전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핵을 없애자는 말을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앞으로 전쟁을 없애는 데 대한 구체적인 결의를 말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외지에서 히로시마를 찾은 일본인들에게서는 자국의 '가해자 의식 부족'을 자성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오바마의 방문에 맞춰 가가와(香川)현에서 왔다는 회사원 K(27)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자와 서로 껴안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밝힌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나 다른 일본의 정치인이 한국인 희생자나 위안부 피해자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럴 마음이 있는 양심적인 정치인이 있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가타(新潟)현에서 다른 일로 히로시마를 찾았다는 다무라(62) 씨는 "일본은 피해자 의식이 강한 나라이며, (침략 전쟁을 시작한) 가해자라는 사실은 빨리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오바마 다녀간 히로시마평화공원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의 모습이다. 2016.5.28
jhcho@yna.co.kr

오바마 다녀간 히로시마평화공원

(히로시마=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녀간 다음날인 28일 오후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기념공원의 모습이다. 2016.5.28
jhcho@yna.co.kr

그는 이어 "(일본은) 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가해자 입장에서의 진실을 어린아이들에게 숨기지 말고 전해야 한다"며 "그것이 있어야 '전쟁은 나쁘다'는 말의 겉과 속이 일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토요일인 이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는 오바마가 다녀간 길을 되밟아 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바마가 헌화한 위령비 앞에는 합장한 채 원폭 피해자들을 추도하는 기도를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거기서 150m 떨어진 한국인 위령비에는 학생들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단체 견학으로 가끔 찾아오긴 했지만, 오바마가 헌화한 위령비의 붐빔과는 대조를 이뤘다.

만약 오바마가 전날 한국인 위령비에도 헌화했더라면, 그리고 그 장면이 NHK로 생방송됐더라면 앞으로 더 많은 일본인이 이곳을 찾아 2만여 식민지 조선인의 죽음을 한 번쯤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르포> 오바마 '감성외교'에 감동·아쉬움 교차한 히로시마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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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바마 '감성외교'에 감동·아쉬움 교차한 히로시마 - 4

<르포> 오바마 '감성외교'에 감동·아쉬움 교차한 히로시마 - 5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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