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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선 출마 의지 드러냈다"…출렁이는 대권구도

송고시간2016-05-25 22:39

방한 첫날 '국민으로서 역할' 강조…정치권 "올 것이 왔다"'주자기근' 與, 충청권 중심으로 "영입 여건 만들어야"野, '여권 潘카드' 경계…"검증 파고 못넘을 것" 관측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첫날인 25일 퇴임 후 계획과 관련해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 대목이 2017년 대통령선거 출마에 뜻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오랜 시간 소문으로만 돌던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이 사실상 가시화된 것으로 받아들여진 까닭이다.

반 총장은 이날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이 제주의 한 호텔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연말 임기 종료일을 언급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특히 반 총장은 "국가(한국)가 너무 분열돼 있다.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으로서의 역할'과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라는 단어들을 연결해보면, 반 총장 자신이 퇴임 후 '국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모든 것을 버리는 지도자'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은 끊임없이 제기돼온 대선 출마설에 그동안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퇴임을 약 6개월, 대선을 약 1년6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날 발언은 더욱 파장이 컸다.

반 총장은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당리(party interest)로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고 지적하고 한국 정치판의 분열상에 "창피하다"는 발언까지 하며 정치행태에 대해서도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반기문 대망론'이 국내에서 거론되고 있음을 얘기하며 "(내게) 기대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겠다"며 대권 도전 가능성을 활짝 여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이어갔다.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한층 커짐에 따라 야권 쪽에 기울어진 대권 구도도 출렁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기문, 대선 출마 의지 드러냈다"…출렁이는 대권구도 - 2

무엇보다 반 총장이 여권 주자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 부진에 시달려온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놓고 각축하는 상황에서 '반기문 카드'는 새누리당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반 총장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던 올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여야 주자들을 모두 제치고 압도적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에서는 지역별로는 충청권 의원들이, 계파별로는 주류 친박(친박근혜)계 일부에서 잊을만 하면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승부처가 '중원'으로 불리는 충청권이 될 것이란 예상이 심심찮게 나오면서 여권의 충청권 출신 인사들은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총장을 '필승 카드'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충청권 인구가 이미 3년 전 호남 인구를 추월했고, 지역총생산(GRDP)에서도 충청권이 호남을 앞서는 만큼 과거의 영·호남 대결 구도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게 충청 민심이라고 주장한다.

새누리당의 한 충청권 중진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본다. 그분의 노하우와 경륜을 조국에 써야 하지 않느냐"면서 "우리 당도 혁신을 통해 달라진 모습으로 그분을 영입할 여건을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야권행을 택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지만 실제 야권에서는 그를 여권 주자로 보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야권은 반 총장이 대권 경쟁에 뛰어들면 현재까지 야권에 유리하게 진행돼온 판세가 이전까지와 전혀 다르게 뒤집힐 수도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야권은 이미 '문재인-안철수' 양측으로 분열된 채 대선 정국에 들어서게 된데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한 제4지대 신당론까지 부상하는 민감한 상황이어서, 반 총장의 대권 레이스 합류가 야권의 정계 개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기문 변수'가 야권의 대권 경쟁을 조기에 점화시켜 야권 내부 또는 여야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정계 개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반 총장이 여권의 대권 주자로 자리를 잡는다면, 야권 주자들의 경쟁에서도 누가 반 총장에 맞설 것이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야권에서는 반기문 카드에 파괴력이 없다며 일찌감치 '평가절하'에 나서는 의견도 있다. 외무 공무원 출신인 그가 검증의 파고를 넘을 내공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아직 평가받을만한 일을 한 적도 없고, 검증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 아니냐"면서 "여러 평범한 주자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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