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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가짜와 진짜, 사기와 사랑 사이…'아가씨'

송고시간2016-05-25 19:31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제69회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영화 '아가씨'가 국내에서도 시사회를 통해 그 면모를 드러냈다.

'아가씨'는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에 대한 '집착'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가씨'는 '올드보이'의 영화화를 제안한 임승용 프로듀서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박 감독에게 권하며 시작됐다.

박 감독은 원작 소설의 다양한 인물을 귀족 가문 출신의 히데코(김민희 분), 백작(하정우), 하녀 숙희(김태리), 히데코의 이모부 고우즈키(조진웅) 등 4명으로 압축하고, 사건의 무대를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서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조선으로 옮겼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소설과 비슷하다. 백작과 숙희는 성인이 되면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게 될 히데코에게 접근하기 위한 공모를 꾸민다.

백작이 히데코와 결혼해 그의 재산을 가로챈 뒤 히데코를 정신병원에 가둔다는 것이 대략적인 계략의 내용이다.

<새영화> 가짜와 진짜, 사기와 사랑 사이…'아가씨' - 2

숙희는 히데코 집의 하녀로 들어가 백작이 히데코를 유혹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뜻하지 않는 장애물에 부딪힌다. 숙희가 히데코의 시중을 들다 그만 히데코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

숙희는 계획대로 히데코를 백작과 결혼시키고서 정신병원에 가둬야 하나 그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주저한다.

박 감독이 원작에서 주목한 부분이 바로 인물의 임무와 감정 간 모순에서 발생하는 선택의 딜레마였다고 한다.

영화는 형식상 소설과 같이 3부로 구성되나 내용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원작 소설은 1부는 하녀, 2부는 아가씨, 3부는 다시 하녀의 입장에서 사건을 전개하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영화는 2부에서 히데코의 입장으로 1부의 이야기를 재서술하나 반전의 내용이 소설과 다르고, 3부는 사건 서술자가 바뀌지 않은 채 2부 이후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박 감독의 시나리오를 읽은 원작자 세라 워터스가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based on)기 보다는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inspired by)고 해달라고 제안할 정도로 내용상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가씨'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지닌 소설만큼이나 이야기 진행이 흥미롭다.

영화는 1부와 2부에서 숙희와 히데코의 시점 쇼트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앞선 이야기를 뒤에서 다르게 표현한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숨겨진 음모와 감춰진 인물의 감정을 알게 된다.

'아가씨'는 또한 의상, 미술, 로케이션 등에 공들여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박 감독 특유의 영상미가 두드러졌다.

특히 조선과 일본, 유럽 등 이질적인 문화권, 봉건질서와 근대라는 이질적인 시간대가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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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언론과 평론가, 영화관계자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은 부분도 이 대목이다.

프랑스의 유력 영화 비평지 포지티브의 위베르 니오그레 편집위원은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 중 가장 아름다운 영화"라고 칭찬했고, 독일의 배급사 코흐미디어는 "미장센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미술, 음향, 촬영 등의 부문에서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주는 '벌칸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기도 했다.

박 감독은 이질성의 혼재를 스크린에 구현하려고 일본 구와나시에 근대 시기 지어진 저택 중 일본 전통 양식과 유럽 양식 건물이 하나로 붙어 있는 독특한 저택을 발견, 영화의 주요 무대로 삼았다.

히데코와 이모부가 사는 저택은 이 일본식과 양식이 결합된 건물로, 조선의 하인들 숙소는 별채의 조선식 건물로 설정해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식민지 조선에서의 근대 풍경과 근대가 도입된 풍경은 무엇인가, 그 원형은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여배우들의 동성애 정사 장면은 파격적이다. 하지만 숙희와 히데코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필요했다는 점에서 선정적이기보다는 설득력이 있다.

칸에서 시사회 후 할리우드리포터는 "성인층에 적합한 적나라한 노출과 도색적인 대사가 있지만 결코 천박하지도 야하지도 않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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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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