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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꼬마가 학부모 돼 찾아와" 35년째 교통봉사한 양판영씨

송고시간2016-05-25 06:30

전북경찰청 감사장 수여…"건강 허락하는 한 평생 할 계획"

(정읍=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봉사는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몸으로라도 해야죠."

전북 정읍서초등학교에는 35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개근'하는 학생들의 친구가 있다.

"1학년 꼬마가 학부모 돼 찾아와" 35년째 교통봉사한 양판영씨 - 2

올해 76세인 양판영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학교 앞 건널목에서 아이들의 등굣길을 지킨다.

개인택시를 몰았던 양 할아버지는 1982년 모범운전자로 선발된 뒤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앞에 나와 교통 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 가난한 시절을 겪으면서 나중에 꼭 남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남을 도울 만큼 넉넉한 돈은 없어 생각해 낸 것이 몸으로 할 수 있는 교통 봉사였다"고 봉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군 시절 헌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군에서 배운 교통 수신호를 활용할 수 있는 교통 봉사를 통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만나는 학생들에게 "밥은 먹었니?", "오늘은 좀 늦었네"라며 항시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항상 따뜻한 미소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학생들과도 친해져 할아버지가 건강이 좋지 않아 하루 '결석'이라도 하는 날이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묻는 학생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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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할아버지는 "교통 봉사를 시작하면서 기왕 시작한 봉사이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빼먹지 않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며 "집안 제사나 행사도 주말로 미뤄서 치른다. 학생들 일정에 맞추려고 몸이 많이 아플 때가 아니면 봉사를 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지난해에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건널목에 나와 교통 봉사를 했다.

교통 봉사가 '작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난해까지 택시 운전을 했던 할아버지에게는 '출근길 대목'을 포기해야 하는 큰일이다.

그는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 아내가 하필 출근 시간에 봉사활동을 하느냐고 답답해하기도 했다"며 "돈을 버는 것보다 봉사를 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오전 7시30분부터 오전 9시까지 봉사활동 시간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신만의 봉사 철학을 밝혔다.

할아버지가 봉사를 한 세월이 길다 보니 예전에 건널목을 건네줬던 학생들의 아이가 다시 학교에 입학하는 반가운 일을 맞기도 한다.

학부모가 된 한 시민은 '제가 1983년도에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닐 때도 등굣길에서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았는데 오늘 아이를 등교시키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 너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간 노고를 누군가는 고마워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글을 올린다'고 편지를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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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 양 할아버지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통 봉사를 계속할 계획이다.

그는 "어려서 제 꿈이 세 가지가 있는데 개인택시를 갖는 것, 모범운전자가 되는 것, 남을 돕는 것이다"며 "이제 꿈을 다 이뤘으니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아이들 곁을 지키면서 봉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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