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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미안하지만,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송고시간2016-05-25 08:30

현실의 많은 이호태·박완을 응원하며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너 이제 어찌할 거야? 직업도 없고, 용돈 벌이도 못 하는 게 애를 어떻게 키울 거야?"

"형, 내가 왜 직업이 없어. 나 영화감독이야."

시청률 30%를 넘는 KBS 2TV 주말극 '아이가 다섯'에 최근 등장한 대화다.

한때는 촉망받는 기대주였으나 어느새 부모와 형에게 손 벌리며 살아온 지 오래인, 영화감독 이호태(심형탁 분)가 덜컥 여자친구(심이영)를 임신시키면서 그의 집안이 뒤집혔다.

바닥을 찍는 출산율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생활력이 없는 영화감독에게는 출산이 '대형사고'가 된다.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미안하지만,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 2

시청률 5%를 넘긴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고현정)은 소위 SKY대를 나와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지만 번역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전업 소설가로 나서기엔 당장 먹고 사는 게 문제가 된다.

'아이가 다섯'에서 이호태의 엄마(박혜숙)는 '개점휴업 영화감독'인 아들이 사고를 치자 "언젠가 호태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는 수상소감을 하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안 되겠네요"라고 섣불리(?) 한탄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으며 위안과 감동을 받지만, 예술가에게는 이 일이 치열한 생계이고 많은 것을 포기한 채 평생을 매달렸음에도 끝내 닿을 듯 닿지 않는 꿈으로 귀결돼 버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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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폐막한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던 박찬욱 감독도,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김지운 감독도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일이 잘 안 풀려 가족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수입이 거의 없는 신세였다.

'왕의 남자'로 1천만 관객을 모은 이준익 감독은 그 덕에 그간 영화 하면서 진 빚을 갚았다.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이 세계에서도 역전과 반전, 드라마틱한 대기만성의 성공 스토리는 언제나 유효했고,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등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인 최영미가 최근 "연간 소득이 1천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 됐다"고 SNS에 밝혀 충격을 줬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는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취직 잘되는 영문학과로 진학하라"는 부모의 바람을 뒤로하고 소신 있게 국문과를 택해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는 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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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영화 한 편에 5억원 넘게 받는 배우 황정민이 올 초 토크쇼에 나와 "나도 연극 할 당시 연봉 300만원 받고 행복하게 일했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오늘도 여전히 '연봉 300만원'인 예술인들이 발에 채고 넘치지만, 이들의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가 다섯'의 이호태가, '디어 마이 프렌즈'의 박완이 꼭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현실은 팍팍할지라도 대중에게 꿈을 나눠주는 예술인들이 버텨주지 않으면 가뜩이나 삭막한 세상은 물기 하나 없이 메말라버리기 때문이다.

남녀노소가 보는 드라마 속 예술인들도, 현실의 예술인들도 씩씩하게 오늘을 잘 버텨 아름다운 내일을 맞이하길 기대해본다.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려야 했고, 과자 한 봉지로 며칠을 연명해야 했지만 꿈을 놓치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문화를 향유한다.

이렇게 말해 미안하지만, 부디 포기하지 마세요.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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