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노조 위원장이면 다 통한다" 끊이지 않는 취업사기

송고시간2016-05-25 06:05

강성노조 많은 울산 등서 빈발…노조간부 1명이 4억대 '꿀꺽'

노조 영향력 막강해진 세태 반영…'투명한 취업' 홍보 필요


강성노조 많은 울산 등서 빈발…노조간부 1명이 4억대 '꿀꺽'
노조 영향력 막강해진 세태 반영…'투명한 취업' 홍보 필요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내가 대기업 노조간부를 잘 아는데 취업시켜줄게."

산업도시 울산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전형적인 취업사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기범은 주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노조간부를 잘 안다며 접근한다. 노조간부가 직접 취업사기에 가담한 사례도 있다.

"노조 위원장이면 다 통한다" 끊이지 않는 취업사기 - 2

◇ 잊을 만하면 터지는 '노조간부 잘 안다' 취업사기 행각

임모(51)씨는 지난해 평소 알고 지내던 A(49)씨에게 접근했다. "잘 아는 대기업 전 노조간부에게 부탁해 사내하청사에 취업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차례 3천500만원을 받았다. 돈을 받은 후에는 "취업이 결정됐다"며 출근 일자까지 알려줬다. A씨가 당시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도록 했다.

조사 결과 임씨는 노조 간부를 전혀 몰랐다. A씨가 경찰에 고소하자 7개월간 찜질방 등에서 도피생활을 했다. 임씨는 A씨로부터 받은 돈을 유흥비 등에 탕진했다.

지난해 4월 울산지법은 취업사기로 5명으로부터 1억3천만원 챙긴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친구가 현대차 노조간부로 있으니 생산직 사원으로 취업시켜줄 수 있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이 "취업이 언제 되느냐"고 묻자 B씨는 취업 문서를 위조해 전달했다.

노조위원장이 직접 취업사기에 연루된 적도 있다. 2009년 한 대기업 노조위원장은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사람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고 자녀 1명을 취업시켜준 혐의로 기소됐다.

노조간부가 같은 회사 동료를 속이는 일도 있다.

"노조 위원장이면 다 통한다" 끊이지 않는 취업사기 - 3

울산지검은 2014년 현대차 전 노조대의원 한 명을 구속했다.

그는 대의원 시절에 "회사 인사담당자를 잘 아는데, 자녀들이 취업하도록 힘 써주겠다"며 같은 회사 동료 2명로부터 1억원을 챙겼다. 이 노조대의원은 1심 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을 받았고 회사에서도 해고됐다.

2005년에는 현대차 전·현직 노조간부와 조합원이 관련된 울산 최대규모의 취업 비리가 터졌다.

당시 울산지검 특수부는 취업을 미끼로 금품을 받은 전·현직 노조간부와 조합원 등 16명을 적발했다.

전 노조간부 한 명은 무려 12명으로부터 4억1천500만원을 받았다. 그 돈으로 선물과 주식투자를 하고 골프를 즐겼다.

다른 노조간부도 부동산 투기와 대출금 변제, 부업 개업비용 등으로 사용했다.

◇ 왜 이런 취업사기가 생기나

그동안 울산에서 생긴 취업사기는 대체로 2가지 방식이다.

회사 밖의 사람들에게 "노조간부나 회사 임원을 잘 안다"며 사기치거나 노조간부가 직접 사내 동료에게 접근하는 식이다.

취업사기는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과 그 가족들에게 금전적 피해와 정신적 고통을 주는 범죄다.

검찰은 이런 범죄를 적발할 때마다 계속 단속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취업사기는 계속됐다. 울산에는 자동차, 중공업, 석유화학 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사기는 노조가 매년 임단협 때마다 회사에 강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고 노조 간부에게 부탁하면 취업도 될 것이라는 왜곡된 사고에서 이뤄진다.

각 회사도 그동안 노사협상 등을 통해서 강성 노조에는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노조 위원장이면 다 통한다" 끊이지 않는 취업사기 - 4

특히 현대차의 경우 노조 권한은 남다르다. 생산물량과 특근 등을 비롯한 대부분 근로조건을 논의할 때 노조와의 협상이나 합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창배 울산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24일 "취업이 어렵다 보니 취업사기의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무리 취업이 급하더라도 대기업의 인사와 채용업무가 이전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만큼 잘못된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측이 강력한 회사 규칙과 규율로 헤게모니를 쥐고 회사를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취업 사기 같은 사건은 발붙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아무리 힘들어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취업하겠다는 올바른 생각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oung@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