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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를 없앨수 있을까?… "미 국민 가상전서 핵공격 선호↑"

송고시간2016-05-23 17:35

美교수 "대이란 가상전시 민간인 희생 200만 명이어도 59%가 핵무기 사용 찬성"

히로시마 원폭투하 70년 전 비해 찬성 줄어들었으나 50% 중후반대 찬성 유지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이란이 2015 핵 합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이 가혹하게 제재하자 이란이 걸프해역에서 미 항공모함을 공격해 미군 2천403명이 사망했다. 이에 미 의회는 이란에 선전포고하고 미국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 대통령은 2가지 전쟁계획을 보고받았다.

한가지는 지상침공을 통해 수도 테헤란을 점령하고 조건부 항복을 받아낸다. 미군 전사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계획은 테헤란 인근 대도시에 핵폭탄 1기를 떨어뜨려 무조건 항복을 받아낸다. 이란 민간인 사망자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란은 아직 핵무기를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스콧 세이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인 620명을 대상으로 이런 시나리오를 제시했을 때 응답자의 59%가 이란에 대한 핵무기 사용에 찬성했다.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사람들은 무려 81%가, 민주당 지지자들은 47%가 핵 공격을 지지했다.

세이건 교수가 예상되는 이란 민간인 희생자 수를 20배 늘려 200만 명으로 제시했으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똑같이 59%가 핵폭탄 투하에 찬성했다.

세이건 교수는 23일 자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자신이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이같이 소개했다. 인류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의 경험으로부터 인류 재앙적인 핵무기의 무서움을 깨닫고 핵무기 사용을 금기로 여기게 됐다는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핵무기를 없앨수 있을까?… "미 국민 가상전서 핵공격 선호↑" - 2

히로시마의 참상이 "미래 핵무기 사용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도덕적 금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은 허구인 것이다.

미국 알마대학의 물리학 교수 캐머런 리드는 지난해 2월 미국과학자협회(FAS) 에 게시한 '맨해튼계획 70주년 소고: 질문과 답변'에서 히로시마 원폭투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을 소개하면서 "핵 예방접종"론을 펴기도 했다.

원폭이 실제 사용되지 않은 채 세계 각국이 원폭 개발 경쟁에 나섰다면 "그 후 전쟁에선 훨씬 가공할 상황이 전개됐을 것"인데,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참상을 보여줌으로써 원폭 사용에 "상당한 억지 효과"를 발휘해 더 큰 전쟁의발발을 막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세이건 교수의 조사 결과는 `억지 효과'가 있었다 해도 쉽게 무효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이건 교수는 조사대상자들에게 약간 변형된 시나리오를 제시해봤다.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대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실권 없이 정신적 최고지도자로 유지하는 외교적 해결 방안을 추가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41%가 이 외교적 해법에 찬성했지만, 여전히 그와 사실상 같은 비율인 40%는 민간인 희생자가 10만 명이나 발생하는 핵 공격을 선호했다.

세이건 교수는 지난 2013년 알카에다를 대입한 조사에선 재래식 무기 사용과 핵무기 사용이 같은 효과를 낸다는 가정에 따라 선택토록 했는데도 여전히 19%라는 응답자가 핵무기 사용을 선호했다며 핵무기 사용의 `유혹'의 끈질김을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계획을 계기로 새삼 일고 있는 핵무기 논란과 관련, 과거 원폭투하에 대한 조사에선 시간이 흐를수록 찬성론이 줄고 반대론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이 미래의 핵무기 사용에 대한 찬반 입장까지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1945년 8월 원폭투하 직후인 9월 여론조사기관 로퍼의 조사에선 53%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를 지지했고, 23%는 "일본이 항복할 틈도 없이 원폭을 더 많이 터뜨려야 했었다"는 입장을 나타낼 정도였다.

14%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원폭 1개를 터뜨려 그 위력을 일본에 과시하는 선에 그쳐야 했다는 의견이었고, 아예 원폭을 사용하지 말아야 했다는 대답은 4%에 불과했다.

세이건 교수가 지난해 7월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YouGov)를 통해 로퍼 조사 때와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에 대한 지지는 28%로 줄어들었다. 무인지역에서 위력과시 의견이 32%로 늘었고,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했다는 응답이 7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15%에 이르렀다.

그러나 세이건 교수가 실시한 유거브 조사 말고, 다른 조사들에선 히로시마 원폭투하에 대한 지지가 점차 줄어들다가 지난 2005년부터는 더 내려가지 않고 50% 후반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세이건 교수의 시나리오에서 핵무기 사용 선호 비율 59%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어서 흥미롭다.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정기적으로 히로시마 원폭투하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를 해온 갤럽에 따르면 원폭투하 지지가 1945년 85%에서 2005년엔 57%까지 줄었다. 그 사이 1991년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여론조사에선 63%였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선 히로시마 원폭투하가 정당했다는 응답이 56%로 나왔다. 2005년 갤럽 조사와 같은 결과이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74%, 민주당은 52%가 정당했다고 답해 세이건 교수 조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당별 차이가 크게 났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65세 이상 응답자는 70%가 정당했다고 답한 데 비해 18~29세 사이는 47%만 그렇다는 의견을 보여 세대 간 차이도 두드러졌다.

세이건 교수는 "우리는 도발 당했을 경우 핵무기 사용을 금기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 대중의 여론이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을 제어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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