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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록 천민의 아이들이지만"…네팔서 초등학교 기증식

송고시간2016-05-23 17:52

지구촌공생회, 룸비니 불가촉천민 마을 등 3곳에 학교 지워줘

(룸비니<네팔>=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교실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이젠 비가 와도 아무런 걱정이 없네요."

네팔 남부 룸비니 루빤데이주 보우띠와 마을 주민 2천여 명에게는 이보다 더 기쁜 날이 없다.

지구촌공생회(이사장 송월주, 이하 공생회)가 새로 지은 스리나와두르가 분황초등학교의 준공식이 현지 시간으로 23일 열리면서 이곳 아이들도 이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보우띠와 마을은 '달릿'으로 불리는 불가촉천민이 사는 곳이다.

네팔은 인도에서 들어온 카스트제도를 2년 전 공식적으로 폐지했지만 워낙 뿌리 깊은 신분제도인 탓에 완전히 근절되기까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마을은 빈곤국인 네팔에서도 최하층민이 사는 지역이다 보니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따라서 제대로 된 교육시설이 있을 수 없고, 주민들은 가난의 대물림을 운명처럼 여기며 살았다.

지구촌공생회가 지난해 이곳의 학교를 방문했을 때 건물이라고는 달랑 교실 1칸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낡은 데다 공간이 협소해 150여 명의 아이들이 교실 옆 움막의 흙바닥에 앉아 공부를 했다.

공생회는 기존 교실을 보수하고 도서관을 포함해 7칸의 새 교실을 지었다. 담장도 두르고 화장실도 새로 마련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을 먹을 수 있게 식수 펌프도 설치했다. 새로 단장한 교실에는 번듯한 책상과 의자가 놓였고 칠판도 달았다.

준공식에는 송월주 이사장과, 건축 비용을 댄 두 명의 한국인 후원자, 컴레쇼리 푸리 고스와미 루빤데이주 국회의원과, 텍 바하우르 타파 주 교육감, 쉐르 바하두르 로듬 분황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삔두 빤데이 교장 등 내외빈 20여 명과 지역주민 및 학생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지난해 발생한 네팔 지진의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월주 스님은 기념사에서 "네팔 교육 재건 사업에 공감해 건립금을 부담한 두 명의 후원자 덕분에 신분의 굴레에서 고통받은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제대로 지을 수 있었다"며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모두가 훗날 네팔의 미래를 이끄는 동량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삔두 빤데이 교장은 환영사에서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돼 무척 감사하다"며 "지역 주민과 학부모 모든 학생이 참여해서 이 학교를 잘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컴레쇼리 의원은 "네팔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고, 텍 바하우르 교육감은 "이제 번듯한 학교가 생겼으니 학부모들도 먹고 입는 것을 아껴서라도 아이들 교육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자"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축구공과 배구공, 벽시계, 가방 250개, 도서 314권, 공책 1천500권과 학용품 등을 받았다.

책가방은 후원자가 비용을 대고 공생회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 '굿핸즈 소셜엔터프라이즈'에서 만들었다. 책가방을 품에 안은 아이들은 새로 지은 교실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신바람을 냈다.

푸스파 아돕(4학년) 양은 "이전에는 장소가 비좁아 교실, 운동장, 마을회관을 옮겨 다니면서 공부했는데 이제 내 교실이 생겨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같은 학년인 무드 말라 군은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며 "그동안 흙바닥에서 쌀포대를 깔고 공부했는데 이젠 비가와도 걱정 없고 책상도 생겨서 신난다"고 즐거워했다.

쌀포대를 둘둘 말아 가방으로 들고 다녔다는 마리나 하리단(4학년) 양은 "읍내 아이들처럼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게 돼 꿈만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후원자들은 "학교 이름을 분황으로 지은 것은 범어(梵語)로 '지옥에서 핀 최초의 연꽃'을 뜻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불가촉천민의 아이들이라지만 교육만 제대로 받는다면 차별을 뚫고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학교 신축 후 새로 등록한 학생이 50명을 넘어섰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제일 기뻤다"며 "아이들이 꿈이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지난 2008년 네팔 지부를 세워 5개 학교를 세운 공생회는 이번에 분황초등학교와 스리람자나키 초등학교 공생관, KACPTA 스리바그완풀 공립학교 등 3개 초등학교 건물을 추가로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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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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