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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시아 순방은 '북핵 경고·중국 견제용'"

송고시간2016-05-23 16:10

폴리티코 "과거 직시 통한 미래 대처가 주된 목적"

"논란 휩싸일 외교 행보 강행은 오바마 신념 때문"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 7년 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카이로를 찾아 '이슬람과 서방세계의 화해'를 제안했다. 당시 그가 쿠란을 인용하면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미국과 중동의 새로운 관계를 역설했을 때 전 세계는 열광했다. 그리고 퇴임을 몇 달 앞둔 그는 사실상 그의 대통령직을 마무리하는 사실상 마지막 '빅 순방'으로 베트남과 일본 히로시마를 택했다.

베트남은 1965년부터 1975년까지의 10년 전쟁에서 미국에 패배를 안겨준 국가이고, 히로시마는 가장 강했던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대조적인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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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이스라엘을 건너뛰고 카이로를 방문해 이란에 손을 내밀고 이슬람 세계에 화해를 시도했을 때도 미국의 주류 사회 일각에서는 '비굴한 사과 외교'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번 히로시마 방문 역시 전범국 일본에 면죄부를 주고 3년 반 동안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다 숨진 미군과 참전용사를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이 누차 명시적으로 "사과는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다. 오히려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와 한 판 겨루기를 하는 것이라고 백악관 측은 말한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2일 "오바마의 이번 순방은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해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그의 베트남 순방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고 히로시마 방문은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 연설에서 핵 없는 세상을 천명했던 2009년 프라하 연설이나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을 자랑하는 것에 역점을 두기보다는 북한 핵 문제에 더 비중을 두게 될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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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지지자든, 비판자든 모두 북한 문제는 퇴임을 준비하는 오바마가 수년간의 다자 대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 대표적인 외교 실패작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도 "우리는 북한의 움직임을 중단시키는데 어떤 성공도 이루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 정부가 그의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한 것 역시, 오바마가 40만 명의 원폭 피해자 가운데 4만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서가 아니라, 그가 북한의 핵 야망을 반대하는 강한 시그널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이 결국 핵무기를 작동시킨다면 가장 쉬운 타깃은 서울이 될 것이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괌과 다른 미국 영토들이 사정거리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누구도 김정은이 신중하게 행동할 것으로 믿을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와 히로시마 방문에서 북핵 문제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 세계가 북한의 도발과 불안정한 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있어서 북핵 문제가 G7 회의의 현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시아 정세에 정통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신기욱 아태연구소장도 "오바마는 히로시마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베트남 순방 역시 과거 양국 간 적대적 행위를 청산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지지는 않을 것이며 베트남이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참여한 데 대한 감사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리고 여기엔 복잡한 외교적 계산이 담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과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아시아 중시' 외교 정책을 강조하면 할수록 중국의 이 지역 내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일부 측근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논란에 휩쓸릴 수 있는 외교 행보를 강행하는 것은 두 번의 대선에서 큰 표차로 당선됐고 지금도 높은 국정 지지율을 누리고 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도 한몫하겠지만, 실은 자신의 직관과 신념을 믿기 때문이라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척 헤이글은 "오바마는 자신의 직관, 본능, 그리고 지적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인물"이라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즐겨 듣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자신이 내린다"고 말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톰 도닐런 역시 "그는 정치적으로 매우 적절히 대응한다. 그가 행하고 있는 모든 외교적 행보는 매우 신중한 검토와 오랜 정지작업을 거쳐 결정된다"고 말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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