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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만에 또 터진 리베이트…제약업계 자정노력 '무색'

송고시간2016-05-23 15:36

"복잡한 의약품 유통구조 탓…더는 생존전략 삼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의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과 강도 높은 처벌에도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소제약사 파마킹의 56억원 규모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마무리된 지 채 열흘 만에 또다시 리베이트 사건이 불거지면서 제약업계의 자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가 됐다.

23일 경찰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북지방경찰청은 의약품 도매업체 6곳으로부터 18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전주 J병원 이사장 A(60)씨를 구속한 데 이어 29곳 제약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국내 유명 제약사 4곳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J병원 이사장 A씨는 2곳의 의약품 도매업체를 직영으로 관리해 불법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리베이트는 제약회사와 도매업체, 도매업체와 병원 두 단계를 거쳐 이뤄지는 것과 달리 A씨는 도매업체를 직영으로 관리하면서 손쉽게 불법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조사 결과 A씨는 제약회사와 '단가계약'을 맺고 할인된 가격으로 도매업체에 의약품을 납품받은 뒤 도매업체에서 병원으로 약을 공급받을 때는 '할인 전' 가격으로 사들였다. 도매업체의 늘어난 수익은 A씨에게 흘러들어 갔다.

현재까지 경찰에서 확인한 리베이트 경로는 '도매업체-병원'이다. 그러나 병원이 해당 도매업체를 직영했다면 병원이 곧 도매업체의 운영주체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경로가 '제약회사-병원'으로 바뀌게 된다.

제약업계는 올해 초부터 협회와 각 회사 차원에서 이런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런데도 리베이트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 한정된 의약품 유통 구조와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 ▲ 전반적인 인식 변화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한한국사회의 실정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국내 모 제약업체 관계자는 "약사법상 100병상 이상의 병원은 제약회사와 직접 거래가 되지 않고 도매업체를 통해서만 의약품을 납품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유통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천 개에 가까운 의약품 도매업체가 생존을 위해 리베이트 유혹에 노출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내 제약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소수의 대형업체와 다수의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또 병원과 제약사 사이에도 수많은 의약품 도매업체가 자리하는 등 복잡한 유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와 병원 내 약제위원회, 병원의 의약품 공급을 책임지는 도매업체까지 맞물리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죽을 각오로' 리베이트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항변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주 J병원 사태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 과거 사건의 수사가 진행돼 발표되는 것"이라며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과 협회의 자정 노력 선언 이후 과도기를 지나면서 사건이 더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을 아우르는 제약협회는 "리베이트는 더는 생존전략이 될 수 없다"며 이번 사건과 선을 긋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협회의 입장은 한결같다"며 "리베이트 문제는 쉽게 근절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므로 개선을 위해 업계 전체가 끊임없이 노력하는 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관계자 역시 "리베이트 문제는 개별 회사의 이슈기 때문에 알지 못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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